[Book]『허준 평전』 & 『최재천의 곤충사회』

2024. 3. 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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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연구로 20년 전 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 김호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양천허씨세보』, 『장성읍지』, 유희춘의 『미암일기』, 성혼의 『유계집』 등까지 연구해 행간을 바탕으로 허준의 생애를 평전에 담아냈다. 그가 정의 내린 허준은 ‘네 얼굴의 유의(儒(선비 유)醫)’다.
허준은 역병과 싸운 역학자였다
『허준 평전』
김호 지음 / 민음사 펴냄
드라마 <허준>과 책 『소설 동의보감』 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조선 명의 허준(1539~1615)의 삶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허준은 양친 집안이 모두 무관 출신인 양반 가문의 후손이지만 서자였고, 문·무과 합격자가 아니라 천거로 내의원에 입성한 의원이었다. 사서삼경과 의서에 밝고 이미 의술로 이름난 허준은 천거에 의해 내의원에 들어갔다. 그가 한 사람의 몸을 치료하듯 한 나라의 병을 치료하는 의국 정신으로 충만한 데는 평생 내의원 어의로 활동한 이유도 있었다.
악명 높은 선조 시대에도 왕은 백성의 건강에 무심하지는 않았다. 각 도의 한두 군데를 정해 의국을 설치한 후 지방 약재를 중앙에 납입, 이를 다시 지방에 재분배하기도 했다. 많은 이에게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함이었다. 의학 지식 보급을 위해 정부 주도로 의서 편찬도 활발했다. 선조는 임진왜란 중에 두창 치료에 관한 의서 편찬을 허준에게 명령하기도 했다.
1610년 『동의보감』을 편찬한 칠순의 나이의 어의는 쉬지 않고 역병 의서를 집필했다. 바로 『신찬벽온방』과 『벽역신방』이다. 그는 역병의 원인을 단지 무너진 자연의 질서에서 찾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 질서에서 찾았다. 좋은 정치로 백성의 삶이 풍족하면 역병이 일어나도 견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의 역병 유행은 수재, 한재, 기근과 동반하는 일이 많았는데 먹을 것이 부족해 더욱 취약해졌다. 구황 작물이 백 개의 약보다 나을 수도 있었다.
‘역병 학자’는 허준의 네 얼굴 중 하나다. 허준의 가장 큰 업적은 알다시피 『동의보감』 편찬이다. 그는 실증에 근거해 우리 산천의 동식물 지식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자연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조선의 자연을 활용해 사람을 이어가는 방법을 연구했다. 속방(俗方)이라는 이름으로 의서에 남긴 기록은 놀랍다. 조선 사람의 오랜 경험과 전통, 내의원의 비법부터 왕실에서 즐긴 특별한 음식과 술, 민간의 구급 기술과 기근을 이겨내는 구황의 지혜가 모두 여기에 적혔다. 그래서 저자는 『동의보감』의 속방은 조선 의약학 정보와 지식의 보물 창고 같다고 찬사를 보낸다.
허준의 또 다른 얼굴은 자연학자와 의학자였으며, 사후의 약방보다 사전의 양생을 중시한 실용학자의 면모가 있었다고 논증한다.
개미에게서 배우는 공존의 지혜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펴냄
“자연계에서 우리는 ‘가진 자’잖아요.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내디뎌야 해요.”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가 출간됐다. 거의 알려진 바 없던 ‘민벌레’를 최초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저자는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부터 곤충에서 시작하여 거미, 민물고기, 개구리를 거쳐 까치, 조랑말, 돌고래, 그리고 영장류까지 전 생명의 진화사를 풀어나갔다.
이 책은 ‘곤충사회’를 비롯한 자연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할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에 대하여, 그리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닥쳐오는 일들에 대하여 두루 다룬 저자의 강연들과 2023년 열림원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mm의 작고 아름다운’ 곤충사회로부터 시작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1부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최재천 교수가 유학을 떠나 생태학을 공부하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삶과 연구 이력을 풀어낸다.
2부 ‘이것이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는 인간과 다른 듯 닮은 사회성 곤충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깊이 들여다본 후, 이들의 지혜를 모방하고 다른 모든 생명과 지구를 공유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기까지를 탐구한다.
이어지는 3부 ‘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에서 저자는 “드디어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전환으로서 생태적 전환을 제안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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