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홍등가였죠”…서울 동네 탐험하는 네덜란드 엘리트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3. 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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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바트’ 바트 반 그늑튼 씨 인터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발로 뛰며 전 세계에 알리는 네덜란드 청년이 있다.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iGoBart)’를 운영하는 바트 반 그늑튼 씨(Bart van Genugten·31세)가 바로 그 주인공.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 다큐멘터리 형식의 ‘브이로그’를 올리는 인플루언서다.

그늑튼 씨는 서울 467개 동을 모두 방문해 소개하겠다는 취지로 ‘웰컴 투 마이 동(Welcome to my DONG)’ 시리즈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한 동네의 고유한 역사는 그곳을 방문할 마음을 갖게 한다”는게 프로젝트 취지다.

한국인도 몰랐던 서울 동네 이슈와 역사·문화를 알리는 고퀄리티 콘텐츠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467개의 법정동 중 66개의 동을 탐방했다.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iGoBart)’를 운영하는 바트 반 그늑튼 씨. 아이고바트
그가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하며 한국 시골의 아름다움을 알린 영상들도 호평을 받았다. 2018년 아버지와 함께 떠난 ‘북한 여행기’는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콘텐츠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직항은 없다’라는 북한 여행기도 펴냈다.

K팝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는 특히 해외 구독자들의 관심도가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추억을 쌓아올리다보니 어느덧 그의 채널 구독자수는 20만명을 넘었다. 채널 누적 조회수는 3287만회에 달한다.

그늑튼 씨는 5년 전부터 6·25 영웅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네덜란드, 미국 등 전 세계 6·25 전쟁 참전 용사 20여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대부분 90대인 참전 용사들의 마지막을 지켜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영상을 만든다. 한국전쟁에 파병됐던 네덜란드 군인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영상은 현지에서도 화제를 불러모았다. 국가보훈부는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그늑튼 씨를 ‘정전 70주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그눅트 씨는 참전 용사 시리즈 인터뷰를 시작했던 2019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다.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바트 반 그늑튼 (Bart van Genugten) 31세, 네덜란드 출신입니다. 6개월 동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배낭여행한 후 2017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배낭여행으로 방문한 모든 나라 중에서 한국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여행의 첫 시작이었던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한국의 음식, 음료, 사람들, 나이트 라이프까지 모두 매력적이었어요. 그러다가 틴더(Tinder)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한국에 머물기로 결정했고, 2019년에 결혼하여 현재 마포구 성산동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굉장히 사회적인 사람인데, 평소에는 (네덜란드 사람이기에)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게임을 하고, 한국을 탐험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사실 전 워커홀릭이어서 아내가 저한테 좀 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유튜브 채널 관련된 일에 시간을 정말 많이 쏟을 것 같아요.

네덜란드에 있을 땐 인문지리학, 특히 분쟁, 영토, 정체성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제 비정부 기구(INGO)인 CARE에서 예멘의 프로그램 책임자로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결국 한국에서 전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저는 iGoBart라는 한국 여행 채널을 운영하면서 ‘웰컴 투 마이동(Welcome to My Dong)’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467개 동네를 모두 탐험하고 기록하고자 하는데요, 현재까지 66개 동네를 다녀왔네요.

-서울의 467개 ‘동’을 탐험하는 콘텐츠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서울은 많이 홍보되지만, 같은 것이 많이 홍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또는 정부 기관은 트렌디하고 메인스트림이 되는 장소를 반복적으로 홍보하죠.

K-팝, K-드라마, K-푸드 등 세 가지 주요 K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내용에서 깊이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남산타워가 있고, 남산타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면 후자는 종종 제외됩니다.

이렇게 놓쳐진 기회를 봤습니다. 한국, 이 경우 서울이 가지고 있는 것은 훨씬 더 많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이야기와 얼굴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서울(과 한국)에 대한 보다 완전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같아요.

오래 전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동네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작은 홍등가를 발견했어요. 저희는 그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고, 인터넷에도 관련 내용이 없더라구요. 어떻게, 왜 그 곳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게된 건 순전히 동네 사람들 덕분이었어요.

관광객들을 이 동네로 보내자는 것은 아니에요. 제 요점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모든 동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이 그로부터 4~5년 뒤에 시작하게 된 ‘웰컴 투 마이 동(Welcome to my dong)’ 시리즈의 첫 씨앗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봤을때 현재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모든 동네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역사, 문화, 사람, 건물, 이야기 등을 완벽하게 보여주는거죠.

서울의 467개 동을 탐험중인 바트 반 그늑튼 씨가 사무실에 붙여놓은 지도. 방문한 동에 색칠이 되어 있다. 그가 만드는 콘텐츠는 저마다의 이야깃거리로 알록달록한 서울을 그리고 있다. 아이고바트
-‘동 탐험’ 콘텐츠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무악동에서 가이드 숀이 인왕산에 있는 ‘무당의 수도’로 불리는 곳을 보여줬는데, 제가 살고 있는 곳 근처인데도 도시에서 이런 곳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영성을 느낄 수 있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제단이나 숲의 가장 랜덤한 장소에서 기도하고 있으며 여러 영혼이나 신에게 술과 다양한 물건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무당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검을 휘두르며 노래를 부르며 의식을 행했습니다. 가이드를 통해 이런 것들이 어떻게 산신과 뿌리깊은 민간전승과 관련이 있는지 들을 수 있었어요.

좀 더 사회적으로 접근한 또 다른 영상은 사립교육기관이 가장 밀집된 동네인 대치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뉴스의 일반적인 주제죠.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높고, 대치동은 가족이 대부분의 리소스를 사용해서 자녀 교육에 집중하는 곳입니다. 사실 수백 개의 학원이 모여 있는 것 외에는 동네 자체가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정말 놀랐던 점은 영상에 담은 학생들의 경험이었는데, 학생들을 통해 이 동네에 대해 추측하던 것들을 확인받았고, 또 몇 가지 고정관념은 깨졌습니다. 사람들을 통해 동네를 이해하게 된 영상 중 하나였어요.

개포동에서는 구룡마을에 사는 분의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도시에 남아 있는 여러 ‘달동네’ 중 하나, 즉 도시 ‘슬럼가’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곳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아마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강남이었죠. 이건 인생에 남을 추억이었고, 많은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해주었습니다.

마장동 정육시장에서 가게 주인이 소뇌를 공짜로 주면서 가끔 제주 해녀가 주문해서 먹는다고 하더군요. 처음 들어봤어요. 저도 친구와 함께 소뇌를 먹어봤는데, 아마도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이태원은 잘 알려져 있지만, 둘러보고 나니 이태원의 과거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최대 규모의 묘지가 있었다는 것을요.

서울의 467개 동을 탐험중인 바트 반 그늑튼 씨가 사무실에 붙여놓은 지도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아이고바트
-서울은 매우 큰 도시입니다. 각각의 동마다 다른 특성이 발견했나요?

=66개 동네를 둘러보면서 각 동네마다 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지도를 보시면 제가 동네마다 제목을 어떻게 다르게 썼는지 알 수 있어요.

-팬데믹 이후 서울의 집값은 매우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거주, 그리고 집값 문제가 한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죠. 젠트리피케이션도 도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요.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 어렵죠. 동네마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역사, 사람에 관계없이 오래된 동네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고 보존되는 것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신도시가 많은 지역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무색의 고층 건물들이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전체를 얼룩처럼 지나가고, 어떤 동네는 도시의 새로운 트렌디한 장소로 떠오르고, 다른 동네는 그 영광을 잃습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홍대가 서울의 타임스퀘어가 되고 있죠. 성수는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을지로와 다른 많은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셀프 사진 부스들은 버섯처럼 튀어나오고 있으며 제가 봤을때는 일반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단계의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거대 프랜차이즈 체인이 입주하기 시작하면 동네가 중소기업에게 너무 비싸지는 지점의 젠트리피케이션 수준을 통과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엔 이러한 중소기업이 동네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였죠. 그러면 새로운 곳들이 옮겨오고, 방문자가 늘고, 가격이 오르고, 대기업이 들어오고 등등의 일이 이어집니다.

동네에서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은 종종 노인들입니다.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절대 아니지만, 제 눈에 띈 것은 재개발 사업들의 엄청난 규모와 제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역들의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아이고바트 ‘웰컴투마이동’ 시리즈. 유튜브
6.25 참전용사 기억하는 콘텐츠를 만든 이유
-6.25 참전용사들과 함께 촬영한 영상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동기가 있을까요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져 있죠.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거나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왔을 때 개인적인 관심으로 한국전쟁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전까지는 네덜란드의 참전 여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네덜란드에서 이 주제에 대해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제 가장 친한 친구의 할아버지 중 한 분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였고 전쟁 중에 동성훈장을 받으셨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얘기해 주셨는데, 제가 어렸을 때에는 들어본 적이 없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신 줄 전혀 몰랐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친구의 할아버님을 기억해냈을 땐 이미 너무 늦어서 돌아가신 후였습니다. 더 늦기 전에 참전용사분들을 인터뷰해 저와 한국인들의 이름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순간이었죠.

또 다른 이유는 저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독일군 수용소에 여러 번 잡히셨고, 또 여러 번 탈출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전쟁중의 경험을, 보관된 편지, 팸플릿, 그리고 사진을 통해 잘 기록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들에게 2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당신이 간직했던 모든 것을 보고 읽어도 된다는 작은 메모를 남기셨습니다.

엄마와 삼촌은 18세가 적절한 나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할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나니 살아 계실 때 직접 물어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이런 느낌이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에,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계신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 유튜버 바트 반 그늑튼 씨(왼쪽)가 6·25전쟁에 참전한 헤르만 레핑씨(가운데) 부부와 찍은 사진. 아이고바트
-직접 만난 참전 용사들은 어떤 분들이셨나요.

=늘 많은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 다정하고 친절한 노인들이셨습니다. 이 분들은 저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전쟁을 함께 경험한 동료 참전용사들과 전쟁 얘기를 할 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전쟁 얘기를 못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모두 한국에 대한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돌아오지 못하신 참전용사분들도 있지만, 참전용사분들은 여전히 뉴스를 보며 한국의 빠른 발전을 응원할테죠.

아이고바트 채널 인기 영상. 북한여행과 참전 용사 콘텐츠가 상위권이다. 유튜브
-북한여행 책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북한은 한국의 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타임캡슐과 같지만 다른 시스템으로 덮여 있죠. 제 책에 경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갈등에 대해 공부했었는데, 수업시간에 남북한에 대한 내용이 자주 다루어졌습니다. 북한도 뉴스에 늘 등장했고,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나라죠. 현재 한반도 상황과 북한의 미스테리함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DZM 방문과 기타 남-북 관련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북한 사람들을 위한 자원봉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친구도 되었고, 냉전 중 소련으로 여행을 가셨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이유? ‘사랑’
-한국에 정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랑이죠. 아내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영상의 주제로서의 한국은 부분적으로 정치, (인류) 지리, 갈등, 지정학에 대한 제 개인적인 관심과 맞닿아 있어요. 한국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고, 제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주제로 다루고 있죠. 만약 제가 다른 곳에 살았다면 그 나라가 영상의 주제가 됐을거에요.

한국은 정말 다양한 요소가 있는 국가에요. 식민지 시대와 전쟁, 민주화, 금융위기를 거쳐 오늘날의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다큐멘터리 작가에게는 한국과 한반도에서 파헤칠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세계에 소개해야 할 필요성이 또 한 겹 더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서울에서의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나요.

=서울은 생활의 어떤 면에서든 편리합니다. 대중교통, 레스토랑, 편의점, 카페, 이벤트, 사교 클럽, 스포츠 등 연중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많은 장소에 비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만, 갈수록 적당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어려워지고 생활비가 더 비싸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더 이상 많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외국인’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 진짜로 적응하기 위한 투쟁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다른 도시들과 비교했을때 서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서울은 쉽고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대의 명확한 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고대, 식민지 시대, 한국전쟁, 전후, 최초의 재개발, 이제는 새로운 재개발.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변화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언더독(underdog)’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강남의 옛날 사진을 보세요. 논 몇 개, 농지, 오래된 농가, 그게 다인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그리고 현재도) 도시 계획 뒤에 숨은 풍수지리 철학을 좋아합니다. 서울을 반으로 나누는 조용한 강과 도시를 둘러싼 산을요.

-한국은 정전’ 국가 입니다. 한국 체류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전혀요.

국제커플, 리액션 영상 등 시행착오 거쳐 파워 유튜버로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당시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상태였고, 뭘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여기저기 지원을 하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는 없었는데, 우연히 유튜브에 전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빠른 학습 과정을 홍보하는 광고를 봤어요.

굉장히 설득력있게 들렸고, 유튜브가 다소 새로운 것이었지만 저는 항상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 바로 지원해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아이폰SE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채널을 사업적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두려움 때문에 영상 만드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옆에서 같이 좀 편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죠.

그러다보니 어느새 ‘국제 커플’ 영상을 만들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관심을 많이 받았고, 채널이 많이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이후부터는 정말 다양한 주제를 몇 년간 실험했습니다. 국제커플, 북한, 네덜란드, 네덜란드와 한국의 관계 소개, 리액션 영상, 한국전쟁 참전용사, 헨드릭 하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어요.

‘웰컴 투 마이 동’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불안감도 컸고, 포기할 뻔한 순간도 많았죠. 참전용사분들 관련 영상들은 남겨뒀는데,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인 것도 맞지만 좋은 취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죠. 덕분에 잊혀진 전쟁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네덜란드 참전용사분들도 조명할 수 있었어요.

‘웰컴 투 마이 동’ 시리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탐색할 수 있는 동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고바트 채널 소개. 유튜브
-‘아이고바트’ 채널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iGoBart 또는 아이고바트는 Bart가 어딘가로 간다는 뜻이에요. I – go – Bart에서 Bart가 ‘여행자’죠 한국어에서 사용하는 ‘아이고’ 단어와도 비슷해요. 그 이상의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요즘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올리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콘텐츠가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은 ‘웰컴 투 마이 동’ 시리즈가 주를 이루고, 참전용사 콘텐츠는 부차적이에요. 동 시리즈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의 여러 동네의 현재를 아카이브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 도시의 스냅샷을 영원히 남기게 되는 것 같아요.

진행 상황을 추적하기 위해 사무실 벽에 서울 지도를 그렸고, 동네를 탐색할 때마다 지도에 색칠을 하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 영상들은 결코 트렌드에 기반한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역사, 문화, 사람, 그리고 이야기에 집중해 각 ‘동’의 진정한 매력을 파헤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나요.

=북한 시리즈와 다수의 참전용시 영상들이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그래서 그 영상들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어느 콘텐츠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은 정말 어려운데요.

참전용사 모임은 제 마음 속에 한켠에 자리 잡고 있어요.

북한 시리즈(그리고 북한의 여행 경험은)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2년 전에는 한국에서 2000km를 자전거로 여행했는데 아마도 제가 결코 잊지 못할 가장 큰 신체적, 정신적 성취일 것입니다.

-채널 구독자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예전에는 좀 더 한국적인 채널이었는데 요즘은 외국분들도 제 채널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제 눈을 통해 전 세계에 서울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에 만족스럽습니다.

아이고바트는 다양한 채널로 구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아이고바트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구독자들과 계속 소통하기 위해 모든 댓글을 읽고 가능한 경우 답글도 달아요. 특정 동네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방문해야 할지에 대한 피드백과 조언도 요청합니다. 구독자분들께 최근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iGoBart 업데이트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정기적으로 게시해요.

사실 구독자분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콘텐츠를 만들고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에게 작업 진행 과정이나 제 개인 사생활에 대한 것 보다는 콘텐츠라는 결과물로 다가가고 싶어요. 제가 일상 속에서 하는 모든 일은 시청자들이 보는 각자의 화면 속에 제 영상을 띄우기 위한 것이니까요.

-글로벌 사용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이지 않고 더 심층적입니다. 조금 뻔한 관광 명소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제 채널은 다른 모든 명소를 탐색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인플루언서로서 수익은 어떻게 만들고 있나요.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광고 영상도 있고, 미디어나 콜라보를 통해 들어오는 외부 수익, 책과 같은 머천다이즈, 크라우드펀딩, 인스타그램 등등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나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을까요.

=지난 2년 간 정말 기억에 남는 사건과 안 좋은 단점도 모두 겪었어요. 긍정적인 것부터 얘기하자면 우선 GIN(Global Influencer Network)과 국회에서 2022년 올해의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었고, 여러 한국 정부 기관(외무부, 보훈부, 통일부, K-문화유산 등)과 함께 일했습니다.

‘이웃집 찰스’라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했고, ‘직항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한 후 첫 4개월 만에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8개의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마이동 시리즈는 경복궁 옆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요. 정말 다 얘기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네요!

지난 2년은 정말 환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 큰 성공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6개월간 우울증으로 일도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할 뻔했던 적도 있었어요. 이 기간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도시를 벗어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으려고 두 달 동안 국내에서 자전거로 2000km 일주를 하면서 전체 여행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어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지, 내 멘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때로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한발 물러나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 트렌드는?
-유튜브 시대엔 국적, 인종, 나이 경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체감하시나요?

=그런 것 같아요. 유튜브 채널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국적, 인종,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환영하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좀 더 복잡합니다. 내 채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한국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더 흥미로울 수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한국인에게 표시됩니다. 왜인지는 모릅니다.

제 콘텐츠는 영어와 한국어로 되어 있고, 항상 영어와 한국어로 자막이 제공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로 동영상을 보는 것을 선호하고 또 모든 사람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경계는 희미해지고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기도 합니다.

-요즘 시장에서 통하는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을 뭐라고 보시는지요.

=유튜브는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오래된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트렌드는 왔다가 사라지며, 크리에이터로서 이를 인식하고 그 흐름에 동참하게 되죠.

저는 개인적으로 변화에 덜 민감합니다.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도 동참하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롱폼 영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숏폼 영상 시청에 질리게 되면 유튜브를 다시 찾아 느리고 긴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만족감을 얻습니다. 저는 이러한 패턴을 점점 더 많이 봅니다. 유튜브는 장기적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숏폼시대, 롱폼 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법
-요즘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고바트님 콘텐츠처럼 긴 영상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요. 숏폼 시대에 롱폼 유튜버로 살아남는 비법이 있을까요.

=둘 중 하나만이 답은 아닙니다. 짧은 동영상은 긴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크리에이터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또 그 반대가 되기도 하죠.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배제하지 않고, 둘 다 존재하며 둘 다 남아 있습니다. 두 영상 모두 각각의 시장이 존재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긴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긴 영상을 본 후에 제가 누구의, 어떤 영상을 보았는지 항상 기억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할 때 지난 60분 동안 무엇을 시청했는지, 누구의 영상을 시청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영상 콘텐츠를 보다보니 시간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제 전략은 두 세계 모두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고 영상의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그에 대해 심도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에 긴 영상을 만듭니다. 긴 이야기에는 때때로 주목할만한 짧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짧은 이야기에 관해 별도의 영상을 만들어 틱특과 인스타그램에 게시합니다.

따라서 롱폼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라면 시청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세요. 오늘날 유튜브에서 살아남는 것은 짧은 영상이 대중화되기 전의 생존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숏폼을 적이 아니라 기회로 여기십시오.

-디테일한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이디어, 기획, 대본, 촬영, 편집 (및 추가 촬영), 업로드, 후속 관리, 그리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죠.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책도 읽고, 어디를 가든지 주변을 관찰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팟캐스트를 듣고,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시청하고,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가 되면 마음가짐이 다 유튜브고, 생각나는 게 유튜브밖에 없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 둘러싸여 지내게 되죠.

-만들고 싶은 콘텐츠와 구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간극은 어떻게 줄이나요.

=지난 5년 동안 유튜브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시행 착오죠.

아이고바트는 최근 주한네덜란드 대사관과 함께 ‘성북동’ 콘텐츠를 만들었다. 페어터 반 더 플리트 주한네덜란드대사(왼쪽)과 그눅튼 씨. 아이고바트 인스타그램
-일상에서 하루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루틴이 있을지요.

=커피는 제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유일한 중독이에요. 아침은 힘들지만 저녁이 되면 갑자기 활기가 나요.

-아이고바트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국은 목표를 달성하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내, 즉 포기하지 않는 의지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이 어떤 것들을 성취했는지 살펴보세요. 저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4년 안에 동 시리즈를 끝내고 싶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동에 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동 지도를 완성해서 10권의 한정판 출판물로 만들어 최고의 제안을 받고 싶어요.

남몰래 꿨던 꿈 중 하나는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넷플릭스 같은)에서 유명한 다큐멘터리의 제작자가 되는 것입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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