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날 소득 없이 끝난 대화…정부 "달라질 것 없다"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4. 3. 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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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시한 D-day, 정부 대화 제안에도 참석 전공의 10명 못 미쳐
政, 협상여지 차단한 만큼 '복귀=의대증원 용인'이라 받아들일 듯
복지장관 "과거 구제조치가 의료개혁 지연시켜…이번엔 계획 없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 기한으로 제시한 날을 하루 앞둔 2월 28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을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박종민 기자


의대정원 증원을 두고 벌어진 의(醫)-정(政)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2월 29일이 결국 지났다.

상급병원 필수의료의 핵심인력인 이들이 자리를 비우며 심화된 '의료 대란'에, 정부는 이때까지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현장 변화는 없는 모양새다.

다가올 파국을 막고자 마지막으로 정부가 꺼낸 '비공개 간담회' 카드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면서, 막판 '극적 협상'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도 스러졌다. 복지장관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후 구제는 없다"며 이달부터 면허 정지 등 예정된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보건복지부는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6층 대회의실에서 박민수 제2차관과 전공의 간 '깜짝 간담회'를 열었다.

박 2차관은 정부가 제시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이 끝나는 이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며 먼저 멍석을 깔았다. 지난달 28일 주요 수련병원 94곳의 전공의 대표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박 2차관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 각 수련병원 대표는 물론, 전공의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무색하게, 당일 간담회에 참석한 전공의는 10명을 밑돌았다. 당초 행사 개최 자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던 복지부의 계획이 틀어져 시간·장소가 사전에 알려진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전공의들을 일종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유인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석 인원이 한 자릿수라는 것보다 정부에게 더 뼈아픈 부분은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을 사실상 추동한 대전협 등이 아예 불참했다는 점이다. 전국의 전공의 1만 3천 명을 대변할 '대표성' 있는 전공의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던 셈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소재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몇몇 전공의들과 간담회 후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실제로 대전협 박단 회장은 간담회가 열리는 시간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지역 병원의 전공의들을 차례로 만나고 있다는 근황을 알렸다.

박 회장은 "어제(2월 28일) 오후에는 서울역 인근에서 전국 국립대병원 전공의 대표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곧장 대구에 내려와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선생님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또 "오늘(29일) 부산에 잠깐 들렀다가 다시 서울에 간다"고 전했다.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박 회장은 "궂은 날씨에 모두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지만 큰 파도가 일렁이지는 않는 듯하다"며 "2월의 마지막 날, 오늘 하루도 평안하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3월 이후엔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겠다"며,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비롯해 고발 등 사법 절차를 예고한 정부의 방침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의대 2천 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밝힌 대전협이 '대세'에는 지장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도 읽힌다.

같은 날, 대전성모병원 사직 인턴(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인 류옥하다 씨도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과연) 대화 의지가 있느냐"며 복지부를 맹공했다.

류씨는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자택을 직접 찾아 경찰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점,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증원 등을 두고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한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소통 의지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와 협상의 기본은 신뢰다. 저는 정부가 이미 전공의들과 국민들의 신용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스스로, 대화 의지를 확인하고 대화 창구를 통일해 달라. 그리고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환자 곁으로 즉시 돌아오라며 "이는 패배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라는 정부의 발언에는, "총선 욕심을 잠시 내려놓으시고, 진심으로 저와 친구들이 병원으로, 필수의료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맞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3시간여의 간담회 직후 박 2차관은 "소수라도 현장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씀드렸다. (다른) 전공의들에게 (이날 대화내용이) 전달되는 루트가 있을 거라 본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지만, 워낙 적은 수의 평(平)전공의가 참여해 얼마나 파급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복귀 데드라인'을 앞두고 현장에 돌아오려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8일 오전 기준 전국 주요병원 100곳에서 업무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는 37명이, 호남권 모 병원에서는 66명이 환자들 곁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수도권 및 지역 몇몇 병원들에는 '오늘까지 돌아가면 정말 괜찮은 거냐'는 전공의들의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집계 상 전국적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약 1만 명(전체 80.2%인 9997명), 근무 이탈자도 9천여 명에 이른다. 이날부터 시작된 사흘간의 삼일절 연휴 동안 '백기'를 드는 전공의가 늘어날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대비 비중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규모의 협상 여지를 전면 차단한 만큼, 복귀는 곧 정책 추진에 대한 용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 2차관도 "진심으로 여러분이 복귀하기를 원한다"면서도 "이것(집단행동)이 더 길어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쐐기를 박았다.

전날 채널A 뉴스에 출연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과거 정부의) 구제 조치가 의료개혁을 지연시켰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구제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사법적 조치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부과된 것"이라고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편, 차관 간담회를 '보여주기식 쇼'라고 폄하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2만 5천 명 규모의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을 천명한 경찰은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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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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