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여주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고요?”[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3. 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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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사진 I CJ ENM
범상치 않은 ‘괴물 메가폰’의 등장이다.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로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전 세계 영화계를 뒤흔들며 ‘오스카 레이스’ 중인 셀린 송 감독(36)을 29일 만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운을 뗀 셀린 송 감독은 “오로지 ‘관객과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다. ‘(이 느낌을) 너도 느껴본 적이 있니?’라는 질문을 남기고 싶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었고, ‘인연이란 걸 나도 느껴봤다’는 답도 많이 들었다. 그런 공감대, 주제 때문에 이런 성과가 이루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친인 영화 ‘넘버3’ 송능한 감독의 반응도 전했다. 그는 “정말 자랑스러워 하시고, 좋아하신다. 단순한 부분이다. 행복해 해주시고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해주셨다”며 웃었다. “수상이요? 물론 받았으면 좋겠죠? (웃음) 데뷔작으로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충분히 행복해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사진 I CJ ENM
‘12살 첫사랑이 24년 만에 나를 찾아온다면?’ 이 판타지 같은 이야기는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감독의 일상에서 시작됐기 때문일테다. 단지 낭만적인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 모두가 겪어온 과거와의 이별, 그 깊이 있는 애도에 어우러진 ‘인연’에 대한 어른스러운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은 뉴욕에서 온 그녀의 남편과 잠시 들른 어린 시절의 연인 사이에서 마치 다른 차원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기이한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단다. 그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그는 “(당시 그 경험을 떠올리면) 사랑하는 방식이나 문화, 그리고 언어까지도 다른 두 남자가 나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초월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며 “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구나, 내 안의 역사(과거와 현재)나 정체성(한국과 미국)도 연결되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미스터리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연출했다. 이 세 사람의 관계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지 관객이 맞춰가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12살이었지만, 12살이 아닌, 그러나 누군가는 그 12살을 기억하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그려냈다”고 소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사진 I CJ ENM
영화는 서울에서의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인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12살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영’이 이민을 간다.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SNS를 통해 우연히 자신을 찾고 있는 해성의 글을 본다. 다시 연결된 두 사람은 설렜지만 또 단절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해성은 마지막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 뉴욕을 찾는다. 잊고 있던 과거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오고, 현재의 잔잔함은 거침없이 흔들린다.

셀린 송 감독은 주연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에 대한 강한 신뢰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몇 백개의 오디션 테이프를 봤고, 오롯이 그 안에서 캐릭터에 가장 잘맞는 캐스팅을 하기 위해 애썼다. 유태오와 그레타 리 모두 ‘이 사람이다’ 싶은 배우였다”고 말했다.

샐린 송 감독은 유태오에 대해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직접 불러 연기해보고, 대화도 나눠보고, 이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30명 정도 불렀는데 유태오 배우가 마지막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이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그의 나이가 마흔이었는데 어린아이, 어른의 얼굴이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었다. ‘해성’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여주인공 그레타 리에 대해서도 “유태오씨와 마찬가지로 세 시간 반 정도 오디션을 봤다. 유태오 배우와 비슷한데 프로페셔널하고, 어른스러운데 장난치고, 농담할 때는 어린아이 같다. 그 부분이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좋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남녀 주인공 만큼 극 중 중요한 인물, 나영의 남편 ‘아서’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적은 분량에도 묵직하고도 섬세한 감정연기로 극의 주제를 서정적이만 현실적으로 뭉클하게 이끈다. 셀린 송 감독은 “아내에 대해 많은 게 궁금했던, 그 깊은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완성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세계 영화계 주목을 받는 셀린 송 감독. 사진 I CJ ENM
“갑작스러운 폭풍(해성의 등장)에 연신 불안해하고 소외된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는 감상평에 그는 “자신이 모르는 아내의 모습을, 다른 국적에서 오는 정체성의 조각을 해성을 통해 알게 된다. 세 사람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나영 남편의 그 넓은 포용력으로 나영과 아서는 더 돈독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쌍하게 그려내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답고 어른스러운 면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극 중 나영(그레타 리)과 아서(존 마가로 분)가 대화를 나누는 중요 장면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극 중 남편과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짜 제 남편과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모국어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라며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서로의 다른 점을 더 느끼게 되고, 그 점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오랜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연이라는 콘셉트는 매 일상에 있고, 또 그 단어를 알고 있어서 제 삶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단어를 영화에서 쓰기로 한 이유는, 사실 이 영화는 미스터리다. 세 사람은 누구인가가 첫 장면의 질문인데 그 대답 자체가 질문보다 미스터리하다. 그 대답은 ‘인연’이라는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성과 나영이는 전 남자친구, 전 여자친구도 아니고, 첫사랑이라기엔 손잡은 일밖에 없고, 친구라기엔 친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와요. 이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는 ‘인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서와 해성도요. 적도, 친구도 아닌 이들은 또 다른 인연이죠. 한국인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기에, 인연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멜로, 운명의 의미를 넘어)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설명했어요. 제 생각에 어디든지, 보편적인 부분은 삶에서 지나친 것이 있다면 ‘인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단지 그 단어를 모를 뿐이죠.”

‘패스트 라이브즈’는 3월 6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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