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당해 울던 소년이 극장가 점령하기까지…티모시 샬라메는 어떻게 성공했을까?|인물탐구영역

이수진 기자 2024. 3.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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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는 '티모시 vs. 티모시'
분량 삭제에 1시간 펑펑 울던 소년, 어떻게 스타가 됐을까



"니가 핸섬이면 대한민국 남자 99%가 티모시 샬라메야"
"응. 누군지 몰라"
"이런다니까요. 이러는데 같이 살 수 있겠어요?"
-영화 〈30일(2023)〉중

티모시 샬라메가 영화 홍보 차 내한하기 전부터 조짐은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잘생김의 대명사'로 소환되는가 하면, 소녀시대 윤아 등 수많은 스타가 이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국에 도착하자 인기의 실체가 증명됐습니다. 수백 명의 팬이 긴 줄을 형성하며 추운 겨울날 24시간 넘게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티모시 샬라메를 잘 몰라 낭패를 본 스타의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가수 성시경은 '티모시 측으로부터 출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누군지 몰라 거절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후일담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죠. 아무튼 지금의 영화계는 티모시 샬라메를 모르면 설명이 안 될 정도가 됐습니다. 〈웡카〉는 이미 2023년 개봉 미국 영화 중 매출 상위 7위 안에 들었고,〈듄 : 파트2〉또한 개봉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티모시는 티모시와 싸운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28살 청년은 어떻게 극장가를 점령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 주 인물탐구영역은 티모시 샬라메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할리우드 금수저



티모시 샬라메. 일단 이름부터 특이하죠. 프랑스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그런데요. 이름 철자 표기는 프랑스식이지만, 발음은 미국식이라 미국에서도 이국적인 이름입니다.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지냈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할 줄 압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집안은 문화계 금수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브로드웨이 댄서고, 외삼촌은 영화 제작자, 이모는 방송 작가로 가족들로부터 많은 문화 자본을 물려받았죠.

티모시 샬라메는 13살에 프랑스에서 축구 코치를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어릴 적 꿈은 배우가 아니라 운동선수였다고 합니다. 13살 때는 프랑스 축구 캠프의 코치도 맡았었는데, 커가면서 현실을 깨달아야 했죠.

"처음에는 르브론 제임스리오넬 메시처럼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게 왜 웃기죠? 아니, 농담이에요.
거울을 봤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선수는 절대 안 되겠단 걸 깨달았죠.
이상할 정도로 엄청 작은 체구에, 무엇보다도 확실히 운동에 재능이 없는 게 보였어요."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2019)

이런 티모시 샬라메를 다시 꿈꾸게 한 건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다크나이트〉에 조커로 출연한 히스 레저를 보고 연기를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죠. TV 광고로 데뷔해 드라마 〈홈랜드〉 등에서 단역을 맡아가며 경험을 쌓았고,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연기 실력을 갈고닦죠. 소위 금수저라고 하면 거만한 안하무인을 떠올리지만, 티모시에게는 이런 환경이 조금 다르게 작동했습니다.

'소년등과(少年登科)'를 두려워한 소년



영화 〈인터스텔라〉에 출연한 직후의 티모시 샬라메. 〈출처=VERGE)

티모시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할리우드에서 잔뼈 굵은 가족들로부터 조언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게 눈에 띄어 〈인터스텔라(2014)〉에 출연한 18살의 티모시 샬라메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놀랍게도 '소년등과(少年登科)'였습니다. 너무 어릴 때 성공하는 것은 저주라며, 성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에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에 나오면 무조건 유명해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습니다. 어쨌든, 티모시는 콜롬비아 대학 문화인류학 과에 진학해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죠.

" 중국 속담이 있는데요, 젊을 때의 큰 성공은 사실 저주입니다.
할리우드에서 열여덟 살이 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텔라 애들러(Stella Adler)는 '배우가 똑똑할수록 선택도 현명해진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VERGE' 인터뷰(2015)

분량 편집의 굴욕



영화 〈인터스텔라〉에 출연한 티모시 샬라메의 모습.

겸손한 건 좋은데, 걱정이 지나쳤던 걸까요? 막상 〈인터스텔라〉가 개봉하고 보니 티모시 샬라메의 분량은 극히 적었습니다.매튜 맥커너히의 아들 역할이 바로 티모시였지만 존재감이 없었고 사람들은 티모시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밝히기를, 아버지와 집으로 돌아와서는 1시간 동안 펑펑 울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열연하는 모습은 목소리로만 처리되고, 매튜 맥커너히 얼굴만 잡힌 모습은 어린 티모시에게는 충격이었던 모양입니다. 소년 등과를 피하려(?) 등록했던 대학교를, 영화 개봉 직전 연기에 집중하겠다며 그만뒀던 터라 더 속상했습니다. 그럼에도 티모시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12번을 돌려보며 연구하고 또 연구했죠.

"사실 〈인터스텔라〉가 나왔을 때 연기에 온전히 전념하려고 콜롬비아 대학을 그만뒀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제 역할은 크지도 않았고. 아빠랑 집에 돌아오고 1시간 동안 울었어요.
저는 제 분량이 좀 더 내 역할이 좀 더 클 줄 알았거든요."
-'Variety' 인터뷰 (2018)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



이런 노력에도 할리우드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마블 시리즈의 스파이더맨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갔는데, 티모시는 떨리는 마음에 시험을 망쳐버립니다. 오디션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들어가 기회를 달라고 할까 고민했는데, 주변에선 "흑역사를 만들고 싶은 거냐"며 만류했죠. 그리고 얼마 뒤, 처음부터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텀블링을 자유자재로 하고 능숙하게 거미줄을 쳤던 톰 홀랜드가 1차 오디션 때부터 이미 감독 마음을 사로잡았던 겁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될 기회를 놓치며 엄청난 좌절에 빠졌지만, 티모시는 "역할을 얻지는 못했지만, 친구 톰 홀랜드를 얻었다"고 자신을 위로했죠.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그리고 티모시가 찍은 영화는 저예산 독립 영화였습니다. 카메라가 한 대밖에 없고, 투자도 못 받아 3년이나 밀리고 밀린 〈콜미 바이유어 네임(2017)〉입니다. 열일곱 살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내용으로 동성애 코드가 있어서 이런 고충도 있었지만요.

진행자: "따끔거리는 수염에 피부가 자극돼서 좀 고생했다던데요?"
티모시: "네, 맞아요"
진행자: "(남자랑 키스해 본 적 없으니까) 그 고충을 이제야 알았죠?"
티모시: "아미(상대 배우)는 수염이 있어서... 이거 다들 겪는 문제예요, 여기 계신 많은 분들도 공감하실 걸요."
-'엘런 쇼'(2017)

이 영화는 그해 시상식을 뒤집어 놨습니다. 티모시는 남자에 반한 소년의 역할을 아름답게 표현해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데요. 1940년 열 아홉 살의 나이로 후보에 오른 미키 루니 이후 78년 만에 최연소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물론 상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 역할을 한 게리 올드만에게 돌아갔지만, 스물둘의 나이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위상이 달라졌죠. 스파이더맨에 합격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죠.

흑역사는 성공의 밑거름


고등학교 시절 티미 팀(티모시 샬라메의 힙합 예명. 팬들은 티미 팀과 티모시 샬라메가 다른 사람이라고 믿기로 했다). 〈출처=유튜브 'Timothee Chalamet Fan'〉

"나를 TV에서 볼 확률은 1000조 퍼센트!"

티모시 샬라메 하면 유명한 게 '흑역사 동영상'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 통계학에 대해서 보고서를 내라는 숙제에 제출한 동영상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 영상이 '앨런 쇼'에서 강제(?) 공개가 되면서 티모시의 부끄러운 흑역사가 드러났죠. 티모시 샬라메는 힙합을 좋아해 '티미 팀'이라는 예명으로 학교에서 공연도 했습니다. 앳된 얼굴로 어설픈 랩을 뱉는 티미 팀의 모습은 그를 놀리는 주요한 소재였죠.

고등학교 시절 티모시 샬라메. 〈웡카〉의 폴 킹 감독은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보고 티모시를 캐스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흑역사가 티모시 샬라메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디션 없이 〈웡카〉에 캐스팅되는 비결이 바로 이 영상들이었죠. 〈웡카〉에는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나와 주인공의 노래 실력이 중요했는데, 감독이 티모시의 영상을 찾아보고는 "이 정도면 됐다. 오디션은 필요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토크쇼에서 흑역사 영상으로 놀림 받을 때만 해도, 이 영상으로 캐스팅이 이뤄질 줄 상상이나 했었을까요?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출연 영화에서 편집 당해 울던 소년에겐 정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니 뎁 버전의 윌리 웡카를 10살 때 봤거든요.
제가 12살 쯤 '네가 웡카에 출연할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면 '거짓말!'이라고 답했을 거예요!"
-〈웡카〉 홍보 기자회견 중 (2023)

웡카로 살고 싶어? 듄의 폴로 살고 싶어?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한 영화 〈웡카〉와 〈듄:파트2〉.

지난 23일 JTBC 취재진이 티모시 샬라메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한국에서 〈웡카〉가 뒤늦게 개봉한 상황에서 〈듄: 파트2〉까지 개봉을 앞두자 이런 질문이 나온 건데요. 티모시 샬라메는 "언제나 우주를 지배해보고 싶었다며 듄의 폴로 살아보고 싶다"며 웃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나이는 고작 스물여덟. 어린 나이에 자신이 출연한 두 대작을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단 외모와 집안 환경 덕분만은 아닐 겁니다. 어릴 때부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수많은 탈락과 혹평에도 끊임없이 부딪혀 쟁취해온 과거가 있기에 더 많은 응원을 받는 게 아닐까요?


"17살의 미천한 의견이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그냥 실패해보는 겁니다. 창피할 정도로요."
-'YoungArt' 인터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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