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 설훈이 이재명에 빗댄 연산군은 어땠길래?

김세희 2024. 2. 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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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NY(이낙연)계 5선 중진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탈당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조선시기 대표적인 폭군 연산군에 비유했다. 그는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측근과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 국민을 향한 다양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이 대표를 향한 찬양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고 공격했다. '연산군'이라는 비유가 가장 국민에게 리얼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폭군의 대명사인 연산군. 연산군은 과연 어땠을까?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를 보면 아주 흥미로운 기록이 보인다. 1503년(재위 9년) 11월 21일 창경궁 내전에서 대신들과 군신의 예를 잊고 광란의 술자리를 벌였을 때다. 인사불성이 된 연산군은 이날 스스로 북을 쳐 노래하고, 대신들을 상대로 이상한 짓을 했다. 영의정 성준과 좌의정 이극균(1437~1504)에게 어의(御衣)를 하사해 직접 입혔고, 참의 한형윤에겐 신발을 벗어주면서 "이조참판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감에겐 지성균관사(성균관 정 2품) 자리를 약속했다. 이 때 이극균은 연산군이 하사한 어의에 구토를 하는 불상사를 저질렀다.

다음날 신하들은 벌벌 떨었다. 특히 성스러운 어의에 토사물을 쏟았으니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연산군은 "어제 과음해서 취한 뒤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대신들 보기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전날 한형윤 김감에게 낸 취중발령도 그대로 시행한다고 약속했다. 광란의 파티에서 일어난 불상사로 전전긍긍하던 성준과 이극균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반대로 대형참사가 난 사례도 있다. 두달 전인 9월 11일 창덕궁 인정전에서 베푼 양로연에서는 연산군과 신료들이 잔을 돌리며 술을 마실 때 예조판서 이세좌가 술잔을 떨어뜨리자 국문을 명했다. 이세좌는 곧바로 파직됐다. 이후 연산군은 의정부와 육조, 한성부 당상들을 불러 "나이 늙은 대신(59살 이세좌)이 어린 임금(28살 연산군)이라고 우습게 여긴 것"이라면서 훗날 처결을 암시했다. 안그래도 당시 연산군은 이세좌의 술자리 실수를 빌미삼아 대대로 세를 누리던 광주 이씨 가문을 손볼 참이긴 했다. 결국 이세좌와 그 자녀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심지어 이세좌의 시신을 파내 토막낸 뒤 사방에 돌리고 그 머리에 '찌'(요즘의 메모지)를 써붙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연산군은 이세좌의 해골을 분쇄한 뒤 바람에 날려 흔적을 없애는 쇄골표풍(碎骨飄風)까지 자행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벌어진 같은 임금의 술자리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있긴 하지만, 기분따라 입맛따라 오가는 군주의 변덕을 보여준다.

민주당의 '이재명식 공천'이 비판을 받는다. 이 대표와 가깝거나 사법리스크를 적극 비호하던 의원들은 단수·전략 공천을 받는다. 때로 경선을 치르는 경우는 있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흐른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공천에서 낙마한다. 하위 10~20%를 받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실상 승리가 불가능한 경선을 치러야 할 입장에도 처한다. 당 안팎에서는 '비명(비이재명)횡사. 친명(친이재명)횡재'라는 말이 나온다. '시스템 공천'이 아닌 '시스템 붕괴수준'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탈당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두고도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마이웨이'다. 29일엔 이 대표가 공천을 통과한 친명계 의원들과 "경선해서 비명됐어?"라고 농담하며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쯤되면 총선 승리가 아니라 '이재명 당'을 만들기 위한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듯 하다.

과연 4.10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 대표가 151석을 승리기준으로 제시했던 것과 달리 100석도 얻기 힘들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시 연산군으로 돌아가보자. 그 끝은 어땠을까. 폐위였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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