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화…프랙탈의 세계를 탐닉하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2. 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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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이 있고 다양한 색채는 자연을 닮았다.

표면이 평면이 아닌 만큼 이미지에 색다른 깊이감을 주고 이는 이미지 속의 프랙탈을 더 무한하게 보이게끔 한다.

프랙탈은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가 1975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유사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는 자연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수학적 분석이나 생태학적 계산, 물리학적 운동 해석 등에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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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獨 토머스 루프 개인전
독일의 사진 예술가 토머스 루프의 ‘d.o.pe.03’(2022). 이 작품은 사진 작업을 주로 해오던 작가가 시도한 새로운 추상 이미지 작업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SW)로 생성해낸 이미지를 카펫 위에 인쇄한 것이 특징이다. PKM갤러리
빛과 어둠이 있고 다양한 색채는 자연을 닮았다. 원근감이 느껴지지만 시작과 끝은 보이지 않는다. 별의 탄생과 진화, 소멸이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를 내다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세포 분열을 계속하는 생체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휴먼 스케일을 넘어서는 거대한 구조인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시 세계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느날 사진 예술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장면은 카메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추상 이미지였다.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싶었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다. 이후 컴퓨터 소프트웨어(SW) 기술의 발전으로 20년 가까이 흐른 2022년에서야 비로소 작가는 추상화를 그리듯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사진예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독일 작가 토머스 루프(66)의 개인전 ‘d.o.pe.’가 4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20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작업한 추상 이미지 연작 ‘d.o.pe.’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다. ‘d.o.pe.’ 연작 8점과 작가 인터뷰 영상, 과거 작업을 담은 도록 등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토머스 루프는 지난 40여 년 간 사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영역으로 전환되는 시대를 가로지르면서 현대 사진의 기술과 개념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사진이 현실 세계를 포착하고 기록할 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세계를 시각화하기에 이르면서 그의 작품 세계도 꾸준히 변모해 왔다. 인물이나 풍경 사진부터 인터넷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편집해 만든 이미지, 우주망원경이 찍은 천체 사진을 기반으로 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최신작인 ‘d.o.pe.’는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카메라의 힘을 빌리지 않은 첫 작업이다. 토머스 루프는 “이번 작품은 사진이 아니다”라며 “여러 테크닉을 탐구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우 자전적인 작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펫을 이미지의 지지체로 사용해 다채로운 프랙탈(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 패턴이 최장 290㎝에 달하는 거대한 융단 위에 펼쳐진다. 표면이 평면이 아닌 만큼 이미지에 색다른 깊이감을 주고 이는 이미지 속의 프랙탈을 더 무한하게 보이게끔 한다.

프랙탈은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가 1975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유사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는 자연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수학적 분석이나 생태학적 계산, 물리학적 운동 해석 등에도 활용된다. 토머스 루프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프랙탈 구조를 생성하는 과정 자체는 완벽히 통제할 수 없지만, 예컨대 색상 범위나 구도 등 측면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조정하는 식으로 반복 작업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사진 예술가 토머스 루프 개인전 ‘d.o.pe.’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 전시실 전경.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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