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껄·모던뽀이’뜻 담긴 ‘조선어사전’, 86년 만에 복간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으로 알려진 <조선어사전>이 삼일절(3·1절)을 맞아 복간된다. 초판 발간 후 86년만이다.
출판사 지식공작소는 “3·1운동 105주년을 맞아 <조선어사전>을 복간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출간되는 사전은 1938년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영인본(影印本·원본을 사진 등의 방법으로 복제한 것)이다.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 수석 편찬원인 조재수 국어학자가 소장한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조선어사전은 국어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꼽힌다. 교육학자 문세영(1985~?)이 편찬한 이 사전은 <우리말본>(1937), <조선문자급어학사>(1938)와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말 관련 3대 저술이다. 조선어학회가 1933년에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표기한 최초의 사전으로, 당시 표준어 보급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학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온전한 실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출판사 측은 “최초의 국어사전이 박물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영인본으로 복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고려대학교 소장본과 비교·대조해 원형과 최대한 동일하게 재현하려 했다. 당시 활자체, 4단 세로쓰기 양식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활판 인쇄 기술의 한계로 발생한 오류까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재현했다. 표지부터 본문까지 원본의 물성을 최대한 살렸다.
<조선어사전> 초판본에는 8만여 어휘, 수정증보판(1940년 발간)에는 9만여 어휘의 올림말이 실려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표준말 외에도 방언, 옛말, 이두, 학술어, 속담, 관용구 등 다양한 우리말을 수록하고 있다. 당대의 언어생활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모던껄’, ‘모던뽀이’ 등 근래의 사전에는 수록되지 않은 신어가 실려있다. 또 ‘러버(Lover)’의 뜻풀이로 ‘마음 속에 있는 사람. 戀人(연인)’을 제시하는데, 정작 설명에 있는 단어 ‘연인’은 올림말로 등재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서구 문물이 유입되던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월탄 박종화는 <신천지> 1954년 9월호에서 “현진건이 <조선어사전>이 처음 나오자 고어와 신어를 비교하면서 문장에 써먹을 어휘를 수십 독을 하였다”고 적었다. 출판사 측은 “당시 1원이 넘는 책이 드물던 때에 7원에 달하는 값비싼 책이었음에도 초판 1000부, 재판 2000부가 매진됐다“고 전하며, ”당시 사람들이 품은 우리말 사전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고 사전의 값어치를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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