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재소자 보는 일, 삶의 큰 기쁨"

김영미PD 2024. 2.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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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인터뷰_사람꽃] 제주중앙교회 강위훈 장로
강 장로, 제주교도소 교정협 기독교분과위원장
재소자들을 위한 예배, 참여자들 꾸준히 늘어
소그룹 모임 통해 고통 나누고 가족 돕는 일로 이어져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4년 2월 24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중앙교회 강위훈 장로(제주교도소 교정협 기독교분과위원장)
왼쪽부터 강위훈 장로, 이기원 목사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주중앙교회 강위훈 장로를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서귀포성결교회 이기원 목사가 만나봅니다.

이기원> 장로님은 현재 제주교도소 교정협의회 기독교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요. 어떤 일들을 함께 하고 있습니까.

강위훈> 제주교도소 교정위원 분과는 일반인들이 하는 일반 분과가 있고 종교 분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각 종교 분과 가운데 하나인데요. 재소자들의 예배와 자매 나눔을 합니다. 자매 나눔은 소그룹 형태로 10여 명이 앉아서 소그룹 예배를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성경 필사를 위해 도내 20여 개의 교회들이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고, 매주 목요일 오후 3시에는 정기 예배를, 배정된 각 교회들이 감당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절이나 추수감사절, 성탄절에는 각 교회와 후원자들이 함께 연합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기원> 몇 교회나 이 일에 동참하고 있습니까.

강위훈> 올해는 한 25개 제주도내 교회가 참여하기로 하고 향후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기원> 기독교분과위원회 사역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강위훈>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25년 전에 제가 타 교단 교회에 있을 때, 교도소 봉사를 따라갔는데요. 그때부터 그 예배가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한 20년 넘었고요. 처음에는 단기적으로 봉사를 해보겠다고 시작했지만 자매 활동과 성경 필사를 후원하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이기원> 장로님이 이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강위훈> 저는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약한 사람한테는 더욱 약하고 싶고 강한 사람한테는 때에 따라 강해지면서 불의를 참지 못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마음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길을 우연하게 열어주셔서 계속 해오게 됐고, 그게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도 예배자가 빠지면 제가 대신 가고요. 제가 지원하는 성경 필사 노트를 재소자들이 다 채우면 포상 영치금을 권당 2만 원씩 넣어주기도 합니다. 상담요청도 오면 하고요. 가족을 찾아가서 구제하는 일들도 합니다. 언젠가는 오래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가족을 찾아갔더니 아내는 떠나고 애들 셋과 아흔 넘은 노모만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매월 한 번씩 라면과 쌀을 가지고 방문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매 활동이라는 소그룹을 통해 가족 얘기나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주면 굉장히 감사해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이기원> 목요일마다 예배드린다고 했는데요. 그때 오시는 분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은 분들이 대다수인가요.

강위훈> 50퍼센트씩 됩니다. 외부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어서 예배를 참석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고요. 성경을 필사하다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말씀이 심령에 들어와서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기원> 성경 필사는 누구 아이디어로 어떻게 시작된 일인가요.

강위훈> 소그룹 자매 활동을 하다가 한 무기수가 저한테 성경 필사를 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고,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그래서 도와 줄 분들을 찾았지만 잘 안 됐고요. 개인적으로 한 1년 동안 실시했는데요. 이후에 교회나 개인들의 도움이 있어서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하다 보니까 이건 나만의 일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생각했고요. 그래선지  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해서 하고 있다는 말씀은 꼭 하고 싶습니다.

이기원> 오늘 재소자들이 직접 쓴 성경 필사본을 갖고 왔는데요. 이걸 보니까 감동 깊은 사연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위훈> 사실 성경 필사 후원을 하면서 제 자신이 더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역시 오늘도 살아계셔서 우리의 모든 영역에 말씀으로 역사 하시는구나' 하는 걸 매번 느낄 수가 있었고요. 말씀으로 사람이 변화하는 모습을 제가 현장에서 보면서 깨달음을 더 얻게 됐습니다.

재소자들이 성경 필사를 거듭하면서 변화하고 회복되는 간증을 접하면 놀랍기만 합니다. 어떤 분은 출소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첫 월급을 타서 화장품 선물을 사 오셨더라고요. 그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 힘을 내서 재소자들을 위한 일들을 감당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소자들이 쓴 성경 필사 노트. 강위훈 장로 제공


이기원> 혹시 소그룹 나눔을 하면서 변화된 분들의 삶도 많이 접합니까.

강위훈> 변화된 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재소자들도 있는데, 이 분들은 성경 필사도 하지 않았고 예배도 한두 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60여 명의 재소자중에서 33명의 재소자가 예배에 참석합니다.

여성 예배는 한 달에 한번 여목사님들이 예배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교도소인가 착각할 정도로 손뼉 치면서 찬양도 힘차게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쁩니다.

이기원> 교정협의회 기독교분과위원회와 관련해서 계획이나 소망이 있을까요.

강위훈> 코로나가 몇 년 동안 있어서 힘들었는데요. 그 전에는 찬양대도 있었습니다. 상담이나 예배나 여러 가지 구제 사업도 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그러면 분명히 그들이 출감했을 때는 아주 깨끗한 사회인으로 다시 재출발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일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기원> 제주 교회들과 성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강위훈> 이 분들이 교도소에서 오랜 기간 있게 되면 사회에 나와서 적응하기 힘들고 재범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저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이지만 묵시적으로 그들을 도와줌으로써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하나님의 말씀을 필사한 것, 예배한 것을 잊지 않고, 교회를 나오지 않더라도 양심으로 살아가는 형제들을 많이 봅니다. 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재소자들이 성경 필사 후 쓴 글. 강위훈 장로 제공


이기원> 언제부터 신앙생활을 하셨습니까?

강위훈> 저는 제주 토박이에다가 엄격한 유학자 집안이라 어릴 때는 신앙생활을 엄두도 못 냈고, 교회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라오다가 직장과 사업관계로 10년 정도의 긴 외국 생활을 했고 그 후에 제주에 돌아와서 사업을 하게 됐는데요.

사업을 하는 중에 빚보증을 잘 못 서서 많은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그때 서울의 큰 교회 장로인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요. 우리 집에 살다시피 하면서 저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그때마다 저는 '너나 잘 믿어라'하면서 박대했습니다.

근데 어느 날 갑자기 교회를 가고 싶은 충동이 생겨서 서른 살 넘어 교회를 나가게 됐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과 저만 먼저 다니다가 이후에 아내가 함께 다녔습니다. 지금 아내는 권사로 잘 섬기고 있고요.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은 저를 뼛속 깊이 끌어당기셔서 오늘의 제 모습이 있게 하셨습니다. 사실 하나님은 저를 끌어당기시려고 아내와 결혼하게 만드신 것 같습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오진 않았을 테니까요. 아내의 덕이고 하나님이 끌어당기신 힘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이기원> 제주중앙교회 장로인데, 어떤 마음으로 섬기고 있습니까.

강위훈> 저의 신앙생활은 다른 교단에서 시작됐지만 지금 섬기는 중앙감리교회로 옮기면서 온 가족이 더 성실히 신앙생활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큰 딸은 찬양대로, 작은 딸은 반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감리교회가 제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길 소망합니다.

저는 장지원 목사님과 함께 선교부장을 맡고 있는데요. 목사님은 제주에 오신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사역을 잘하고 계셔서 제주 땅의 복음화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교도소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나님의 말씀과 예배와 기도에 충실하면서 꾀부리지 않는 신앙생활을 지금처럼 계속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삶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애를 쓴다면 주님께서 항상 함께하시고 채워주심으로 어떠한 환경이나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삶의 길을 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 휘둘려서 가끔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 신앙을 버리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우리가 신앙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려고 애를 쓰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살아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됩니다.

이기원> 바람이나 소망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강위훈> 시작은 미약하게 했지만 앞으로 재소자들을 위해서 하나님 말씀을 심어주고 예배와 소그룹을 잘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성경 필사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포상금 주는 걸 멈출 수는 없거든요.

많은 분들의 협력으로 재소자들이 사회에 나와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일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이 주신 그때만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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