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직접 이용해 보니… 편의성 높아·의료공백 대안엔 ‘갸우뚱’[취재메타]

2024. 2.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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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대면 진료 확대 발표 후 ‘편의성’ 덕 활용도 늘어
“일 평균 진료 건수 1.5~2배 가량 증가… 주로 1차의원급만”
고령 환자 접근성은 낮아… ‘자녀 대리접수‘ 방법도
2022년 1월 서울 구로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에 따른 의료공백 상황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지난 23일 비대면 진료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발표 이후 비대면 진료가 늘어난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다만 현재의 ‘의료 공백’ 문제는 중증 및 응급 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대면 진료 확대가 의료공백 해소의 직접 대안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평소 탈모약 처방을 주기적으로 받아 온 기자는 직접 비대면 진료 어플로 가장 누적 이용자 수가 많은 ‘닥터 나우’를 이용해 처방을 받아 봤다.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를 마치면 곧바로 어플 화면에 ‘(보건의료 위기 상황)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24시간 내내 가능해졌다’는 안내창이 뜬다.


‘누구나 언제든지, 평일 주말 상관 없이 24시간 진료가 가능하고 지역적 한계도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를테면, 전라도나 경상도에 있는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로 탈모약을 처방받았더라도 기자가 있는 서울 지역 인근 약국에서 약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비대면 진료 이용하기’ 버튼을 클릭하니 감기·몸살, 눈 질환, 기타 질환, 소아 진료, 소화기 질환, 피부 질환 등 13가지 증상을 선택하는 화면이 나왔다. 진료 과목별로도 가정의학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비뇨의학과 등 20개 진료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기타 질환’에서 ‘탈모’를 선택하자, 진료 가능한 수십명의 의사 명단이 나왔다.


기자는 29일 오전 7시경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노원구에 위치한 내과 전문의를 예약했다. 비급여 진료비가 가장 저렴한 곳이었다. 다만 해당 의사의 진료 시간은 목요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여서 2시간 가량 기다려야 했다. 어플에선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예약 시간이나 진료가능 여부가 각각 달랐다.


진료 예약이 확정됐다는 알림톡을 받고 대기하니 ‘비대면 진료 시작 안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후 10여분이 지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내과 전문의는 1~2분간 전화 상담을 통해 탈모약 부작용 여부 등을 확인한 뒤 기자에게 3개월치 탈모약을 처방했다.


어플 진료 내역에는 처방약에 대한 세부 정보와 함께 의사의 서명과 날인이 찍힌 처방전이 수록됐다. 가장 가까운 약국을 선택해 ‘처방전 보내기’를 누르고 직접 약을 찾았다. 간단한 내과 진료나 약 처방 등을 받을 경우 비대면 진료가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다만 응급 상황이나 병원에 직접 내원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료 상담을 본 내과 전문의는 ‘비대면 진료 경험’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일반 급여 진료는 잘 안하는 것 같고, 보통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시는 추세”라며 “아직 활성화된 것 같지는 않지만, 직장 일로 바쁜 분들이 탈모약 처방처럼 간단한 진료를 위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환자는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모바일 기기나 어플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환자들에게는 이 같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먼 나라 이야기’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정기 검진을 하러 온 60대 남성은 “정기적으로 약을 탈 경우엔 무척 편리할 것 같다”면서도 “아직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나이가 더 지긋하신 분들은 핸드폰을 이용해 진료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여성도 “사정상 병원에 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비대면 진료 방법이 생겼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병원에서 직접 의사를 대면해 진료받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 23일 비대면 진료의 전면 허용 이후 플랫폼별 편차는 있지만, 일 평균 진료 요청 건수 기준으로 1.5배~2배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1차 의원급 병원들만 등록돼 있고, 2·3차 상급 종합병원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다. 상급 종합병원에서 소화하는 환자의 진료 수요와 의원급에서 소화할 수 있는 환자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노년층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접근성에 대해서도 “플랫폼마다 자녀 분들이 대리 진료 접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의 디지털 포용 정책에 따라 협의회 차원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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