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잘 살고 싶은 당신, '수학'에 길이 있다...수학책이 팔리는 이유

손효숙 2024. 2.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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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수학 관련 신간들
수학 거리 좁히는 교양서 인기 꾸준
AI시대...수학적 사고 중요성 대두
"입시 아닌 생존 위해 수학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4년 전 출간된 수학 교양서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 발행)은 최근 24쇄를 찍었다. '모든 편집자의 목표는 중쇄 찍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황인 요즘 책 시장에서 쉽지 않은 성적이다. 저자는 미국 수학 교사 출신 벤 올린. 일상의 수학 개념을 공식 없이 그림으로 쉽게 전달한 책은 입소문을 타고 4만5,000부가 팔렸다. 미적분을 소개한 '더 이상한 수학책', 그림, 게임, 퍼즐로 즐길 수 있는 수학 게임을 소개한 '아주 이상한 수학책' 등 같은 저자의 후속작은 출간 즉시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강훈 북라이프 편집위원은 "일상에서 응용하고 즐길 수 있는 쉬운 수학에 대한 요구가 많다"며 "수학이 다른 교양서와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점가에서 수학 교양서가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수학'이란 제목을 달고 이번 달 나온 신간만 7권이다. 초중고교에서 실험하며 검증한 수학 전략을 소개한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와이즈베리), 일상에서 접하는 수학 원리를 설명한 '수학의 힘'(더퀘스트), 수학을 놀이와 게임으로 접근하는 '아주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 시를 곁들여 수학 개념을 설명한 '수학을 시로 말한다'(시와 과학) 등 '수포자'(학교 다닐 때 수학을 포기한 사람)도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솔깃한 제목이다. 책들은 수학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방법이나 일상에서 수학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설파한다.

미국의 수학 교사 벤 올린의 후속작 '아주 이상한 수학책'. 북라이프 제공

'입시 수학' 넘어 '교양서' 입지

수학자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수학이 필요한 순간'(왼쪽 사진)과 후속작인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인플루엔셜 제공

수학 관련 책은 교양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예스24가 수학 분야 도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년 전 40~50종 수준이었던 수학 관련 도서는 2020년을 전후해 두 배 수준으로 늘어 최근 5년간 매년 90여 종을 유지했다. 구매자도 다양해졌다. 과거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세대인 40대와 50대가 주로 수학 교양서를 샀다면 최근엔 독자층이 전 연령대로 확산됐다. 상아탑의 학자들이 대중 눈높이에 맞게 풀어 쓴 에세이와 실용서 장르들이 나오면서 수학이 '이과 머리가 있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교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저명한 수학자인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가 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인플루엔셜)은 그 포문을 연 책이다. 수학적 사고에 기반해 인간의 사고 능력과 우주 탐구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은 2018년 출간 이후 수학 책 최초로 국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지금까지 10만 부 이상 팔렸다. 2020년엔 수학 관련 대중 세미나를 엮은 후속작인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출간돼 인기를 이었다.


AI시대... 반드시 배워야 할 수학 언어

지난 20일 출간된 '수학의 힘'은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다양한 수학 개념을 소개한다. 더퀘스트 제공

수학 분야 도서의 인기는 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맞닿아 있다. 오늘날 수학은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도구이자 혁신을 만들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상당수 수학 교양서가 엄숙한 학문이 아닌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수학의 효용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지난 20일 출간된 '수학의 힘'(더퀘스트)은 영국 브리스틀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올리버 존슨 교수가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학 개념을 설명한 교양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트위터(현재 'X')에서 바이러스 통계를 쉽게 풀이해주며 순식간에 4만3,000명 팔로어를 모은 저자는 "수학을 알면 세상을 읽는 더 나은 위치에 선다"고 강조한다. 이달 초 출간된 '다정한 수학책'(해나무)도 일상 수학의 재미에 주목한 책이다. 고등학교 때 미적분 시험을 망친 뒤 10년 동안 수학에 담을 쌓은 '수포자' 출신 수학 박사 수전 다고스티노는 책에서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프랙털 구조, 대칭, 퍼지 논리 등 다양한 수학 주제를 그림과 농담으로 설명해 일상과 접목시킨다.

쓸모 있는 수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요즘 대세인 인공지능(AI)부터 수학의 산물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정답일 확률이 높은 답을 추론하는 모든 과정에 다양한 수학 개념이 활용된다. 수학이 싫어 문과를 택했다고 해도 AI를 이해하기 위해선 코딩과 미분, 함수 공부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학 전문책방 '데카르트'를 운영하는 정유숙 공동대표는 "예전에는 영어를 잘하면 취업에 유리했듯 이제는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으로 질문하는 수학적 언어가 중요해진 시대"라며 "과거엔 입시를 위한 수학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수학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활용법으로 수요가 다양해졌고, 그런 흐름 속에서 2, 3년 사이 다양한 장르의 수학책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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