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도시 로마를 품은, 로만 주얼러 불가리의 세계

김의향 THE BOUTIQUE 기자 2024. 2. 29. 09: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uxury Inside] Brand Story ⑩ – 불가리

1884년 탄생한 로만 주얼러(Roman Jeweler) 불가리는 도시 전체가 예술품인 로마를 닮았다. 재능과 열정 넘치는 그리스 태생 은세공인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s Voulgaris)는 세계인이 몰려드는 로마의 영광을 꿈꿨고, 찬란한 그만의 하이 주얼리 제국을 건설했다. 어떻게 불가리는 ‘BVLGARI’란 로고 레터링을 지니게 됐고, ‘로만 주얼러’란 타이틀을 갖게 됐을까? 영원의 도시 로마와 불가리의 예술적인 교감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본다.

불가리 메디테라니아 (Mediterranea) 하이 주얼리 컬렉션. 지중해 사파이어가 세팅된 세르펜티 목걸이에 부드러운 파도의 썰물과 흐름을 연상시키는 태슬 장식이 더해졌다. 불가리 홈페이지.

거대한 로마를 꿈꾼 그리스의 은세공인

그리스의 은세공인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s Voulgaris)의 꿈은 로마에 있었다. 1880년 그는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주했고, 1881년 다시 로마로 향했다. 1884년 드디어 로마 시스타나 거리(Via Sistina)에 첫 부티크를 오픈했다. 그의 이름 발음을 따라 불가리(S. BULGARI)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첫 매장에선 은장신구들이 판매됐는데, 고대 로마 건축, 모자이크, 동전 등에서 영감 받은 소티리오의 작품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소티리오 불가리의 정교한 은공예품은 17-18세기 유행한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즐기던 영국 여행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놀라울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리스의 은세공인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s Voulgaris)가 로마로 이주해, 1884년 시스타나 거리(Via Sistina)에 처음 오픈한 부티크. 그의 이름 발음을 따라 ‘불가리(S. BULGARI)’란 이름을 갖게 됐다. 불가리 홈페이지.

실버에서 골드와 다이아몬드의 제국으로

1905년엔 아들 콘스탄티노(Constantino)와 조르지오(Giorgio)함께 두번째 부티크를 오픈했다. 이 매장은 로마의 랜드마크인 스페인 계단이 이어지는 콘도티 거리(Via Condotti)에 위치해 있다. 로마를 방문하는 부유한 영국인과 미국 관광객들 사이에 명성이 퍼져 나갔고, 불가리는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의 스텝을 밟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20년대,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그 시대 유행했던 프랑스 아르 데코 스타일의 하이 주얼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932년 소티리오는 세상을 떠났지만, 콘스탄티노와 조르지오 불가리는 아버지와 같은 열정을 지니고 있었고, 그의 유산을 이어 불가리만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해갔다. 1940년대가 되며 불가리만의 독창적인 이탈리안 스타일이 빛나기 시작했다.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세르펜티(Serpenti) 컬렉션이 탄생했고, 옐로 골드의 아름다운 광채와 유연성이 돋보이는 코일 디자인을 선보였다.

1905년, 아들 콘스탄티노(Constantino), 조르지오(Giorgio)와 함께오픈한 두번째 부티크. 로마의 랜드마크인 스페인 계단이 이어지는 거리 콘도티 거리(Via Condotti)에 위치해 있다. 불가리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선사한 번영기가 시작된 곳으로 첫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수많은 전설적인 배우들과 유명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해왔다. 불가리 홈페이지.

불가리의 달콤한 인생, 돌체 비타 시대의 시작

불가리의 이름을 읊는 순간 마법의 주문처럼, 화려한 유색 스톤이 펼치는 빛의 향연이 먼저 떠오른다. 불가리의 진귀한 다채로운 컬러 스톤 주얼리는 1950년대 중반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곧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가 됐다. 1950년대는 이탈리아 문화의 황금번영기인 돌체 비타(Dolce Vita) 시대였다. 전세계 상류층들은 이탈리아로 모여들어 관광을 하고, 이탈리아 장인들이 만든 명품을 쇼핑했다. 콘도티 거리의 불가리 부티크는 영화 배우와 사교계 유명인사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장소가 됐다. 불가리의 명성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있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유럽과 미국으로 사업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불가리 패밀리 3세가 가업을 이어받은 시기에는 아시아 문화부터 팝 아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 받은 주얼리를 선보이며, 현대적인 불가리로 발돋움 했다. 동시에 브랜드의 ‘불가리 불가리’ 워치 출시와 함께, 럭셔리 시계 브랜드로서도 사랑받기 시작했다.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하이 주얼리 시크릿 워치. 손목에 더블로 감는 브레이슬릿엔 18kt 화이트와 옐로 골드에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2개가 세팅됐고, 다이얼엔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되어 있다. 불가리 홈페이지.

불가리만의 모듈식 주얼리와 센세이션의 시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불가리는 모듈식 주얼리로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대담하고 볼드한 디자인, 유니크한 소재는 불가리만의 아름다움으로 더욱 큰 번영을 가져왔다. 헤마타이트(hematite: 그리스어로 ‘피’라는 뜻을 지닌 붉은 빛의 적철석), 코랄, 스틸,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까지 다양한 소재로 무한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주얼리 워치에도 스틸, 포슬린, 실크와 우드 등 특별한 소재가 사용되어 놀라운 창의성과 섬세함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불가리는 시각과 촉각을 함께 만족시키는, 럭셔리 이상의 아름다운 예술품이 됐다.

불가리의 아이코닉 컬렉션의 하나인 '투보가스'. 용접 없이 특별한 전문가의 오랜 시간의 작업으로 제작된 둥근 윤곽선의 밴드 제품이다. 세련되고 유연한 투보가스 모티브는 1920년대부터 사용된 가스 파이프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19세기 후반에 개발된 이 기술은 1970년대에 불가리가 재현하여 브랜드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됐다. 불가리 홈페이지.
불가리 '메디테라니아(Mediterranea)'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일부인 '로만 에세드라(Roman Esedra)' 네크리스. 생생한 컬러와 터콰이즈 요소가 대조를 이루는 아트피스다. 불가리 홈페이지.

불가리와 로마의 교감을 담은 BVLGARI 로고 레터링

불가리의 정체성은 로마에 있다. 고대부터 현재가 공존하는 시공간 초월의 로마가 지닌 아름다움은 불가리만의 매혹적인 주얼리 코드로 재해석되어 왔다. 불가리와 로마의 교감은 클래식한 라틴 문자를 반영하는 불가리만의 레터링 로고 ‘BVGARI’로 표현됐다. 또한 불가리를 대표하는 ‘비제로원’ 컬렉션은 장엄한 콜로세움의 기하학적인 실루엣을 재해석해 탄생했다. 이렇게 브랜드의 근원이 되는 로마를 위해, 불가리는 스페인 계단 복원 작업과 보존, 카라칼라 스파 서쪽 입구 체육관을 장식한 모자이크 패턴의 바닥 복원, 라르고 아르헨티나의 성역 등의 복원 프로젝트 등, 로마 유적지의 복원과 보존 사업을 앞서서 후원하고 있다.

로마 콘도티 거리에 위치한, 불가리의 상징적인 첫 플래그십 스토어. 고대부터 현재를 초월하는 도시 로마는 불가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한 라틴 문자를 반영한 불가리만의 레터링 로고 ‘BVGARI’가 탄생했다. 불가리 홈페이지.

불가리와 함께 빛난 전설적인 여성 스타들

불가리가 펼쳐온 번영의 시대에서 여성 아이콘들의 존재는 보석만큼 귀하다. 영화 ‘로마의 휴일’, ‘라 돌체 비타’ 등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로마를 누구나 생에 한 번은 꼭 방문하고 싶은 꿈의 도시로 자리잡게 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잉그리드 버그만, 그레이스 켈리 등 전설적인 스크린의 스타들이 콘도티 거리의 불가리 부티크를 방문했다. 또한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출연한 영화 ‘네버 소 퓨(Never so Few)’, 샤론 스톤 주연의 ‘카지노’,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을 포함한 40여 편 영화에 불가리가 등장했다.

불가리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판매된 역사상 최고 가치를 지닌 주얼리로 기록된 테일러의 프라이빗 컬렉션으로, 불가리는 경매와 프라이빗 거래를 통해 그녀가 가장 아끼는 9점의 작품을 다시 찾으며,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으로 보존하고 있다. 불가리 홈페이지.
본인 소유의 불가리 이어링을 착용한 영화 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1967년)와 영화 ‘방문’에서 다이아몬드 장식의 골드 네크리스를 착용한 잉그리드 버그만(1964년). 불가리 홈페이지.

불가리는 현재 이 시대의 모던 뮤즈인 젠데이아 콜먼과 블랙핑크 리사를 통해,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클래식에서 모던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반짝이고 있다. 전세계인이 상상 속 도시처럼 꿈꾸는 로마처럼 불가리의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는 영원할 것이다. 로마를 방문한다면, 스페인 계단이 있는 콘도티 거리의 불가리 부티크를 꼭 방문해봐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