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미끼로 해외거래소 무차별 중개… 수수료만 챙겼다 [심층기획-제도권진입 앞둔 가상자산 구멍 여전]
구독자 1만 이상 코인 유튜버 4710명
해외거래소와 파트너십 레퍼럴 협업
수수료 비율 5대 5부터 많게는 9대 1
폐쇄 땐 투자예치금 구제길 없지만
일부 유튜버 아랑곳 않고 홍보나서
레퍼럴 수익만 하루 5억원 거두기도
高 레버리지 코인 선물, 도박과 같아
당국, 문제 알지만 관련법 없어 방치
EU처럼 사업자로 관리 목소리 나와
28일 A씨 제보와 업계에 따르면 해외 거래소들은 구독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는 유튜버들을 영입하려고 이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해외 거래소 매매 화면을 띄우고 거래를 하거나 레퍼럴 코드로 시청자들을 가입시킨 유튜버에 ‘뒷돈’을 준다. 이들의 고위험 거래를 보고 따라 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아도 유튜버는 이에 따른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유튜버 대부분 별도 광고 표시도 하지 않는다. 나아가 몇몇 유튜버는 거래소가 제공한 모의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가짜 매매’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면에 거액의 투자금이 찍혀 있어도 눈속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 B거래소는 유튜버들과 레퍼럴로 가입한 투자자의 거래 수수료를 5대5 또는 6대4의 비율로 나눴다. 시장가 수수료 0.04%로 계산해 보면 레퍼럴 아이디로 가입한 구독자가 한 차례 1000만원어치 거래를 하면 약 2000원의 수익이 유튜버에게 떨어진다. 협업 문의 메일에 수수료를 나누는 비율은 유입량에 따라 본사와 협의할 수 있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다른 거래소는 레퍼럴 가입자로부터 발생하는 수수료의 90%까지 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등 유튜버 영입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이처럼 유튜버 등에게 손길을 뻗는 거래소는 해외 상위권부터 거래량이 거의 없는 곳까지 다양하다. 이들 거래소는 유튜버 등의 명의로 대회를 열어 레퍼럴 가입자를 모집하는 일을 돕거나 모의거래를 통해 시청자에게 ‘가짜 매매’ 방송을 하는 것까지 도울 수 있다고 안내하는 등 사기 혐의까지 지적받는 형편이다. 해외 거래소는 폐쇄돼도 투자자는 예치금 등을 구제받을 길이 없어 주의가 필요한데도 일부 유튜버는 홍보를 마다치 않고 있었다.
가상자산 선물거래가 금지된 국내와 달리 해외에는 100배 이상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는 거래소가 많다. 증거금 1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1억원까지 차입해 거래할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레퍼럴 주인인 유튜버에게 수익이 더 돌아갈 가능성이 큰데, 몇몇 유튜버는 고위험의 레버리지 투자 장면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면서 1년에 100억원이 넘는 수입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지난 24일 기준 한 이용자는 레퍼럴 수익으로 하루 8비트코인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5억원이 넘는 거금이다.
전문가들은 레퍼럴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유튜버들이 홍보 중인 고(高)레버리지의 가상자산 선물거래는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100배 레버리지를 택하면 1% 손실만 봐도 원금을 모두 잃게 된다.
한편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와 수익을 공유하는 유튜버는 가상자산사업자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이들은 수익을 거래소로부터 테더(USDT) 등 스테이블 코인(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받으면서도 세금조차 내고 있지 않다. 유럽연합(EU)은 MiCA(Markets in Crypto Assets·암호자산시장법)를 통해 가상자산 자문제공업도 사업자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위험 선물거래가 이뤄지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규제가 미치지 않는 미신고 사업자인 해외 거래소 이용자 상위는 대부분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바이낸스 웹사이트의 접속자 중 4.67%는 한국인으로 아르헨티나(7.17%)와 터키(4.98%)에 이은 국가 상위 세 번째를 차지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투자자 보호 및 사행성 문제도 있어 해외 거래소 관련 논의를 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인력이 없어 할 수 없다 하고, 정책당국도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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