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놓고 두 쪽 난 울산

백승목 기자 2024. 2.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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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환경단체 “자연 보호”…민간단체 “관광 활성화”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사 앞두고 찬반 양측 ‘팽팽’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4일 경북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앞에서 케이블카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영남알프스 신불산의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사를 앞두고 울산 지역에서 찬반 갈등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통도사 등 불교계는 자연 훼손을 내세워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지역발전협의회 등 민간단체들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속한 사업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주말인 지난 24일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는 신불산·간월산 등의 겨울 설경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대책위원회 회원 10여명은 이날 복합웰컴센터 광장에서 ‘케이블카 반대’라는 구호를 외친 뒤 신불산에 올랐다.

박순길씨(48)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영남알프스의 경관이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선경씨(55)는 “케이블카가 있으면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들도 영남알프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관광도 활성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차례 시도됐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에 따라 무산됐다. 이후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순걸 울주군수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케이블카 노선을 새로 선정하고, 민자 유치를 통한 케이블카 설치를 다시 추진 중이다.

새 노선은 울주군 상북면 등억온천지구~신불산 억새평원 구간 2.47㎞이다. 이 노선은 2018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부동의’ 결정을 내린 등억온천지구~간월재 구간에서 더 남쪽으로 치우치면서 영남알프스 ‘낙동정맥’의 생태보전축 구역에서는 벗어나 있다.

울주군은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주변에 일정 구역을 정해 탑승객들이 신불산·간월산·영축산 등 영남알프스 각 산봉우리 쪽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막는 폐쇄형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울주군은 세진중공업을 사업자로 정하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644억원의 민자를 들여 1시간당 최대 1500명이 탈 수 있는 10인승 캐빈 50여대를 운행할 계획이다. 완공 후 민간사업자가 20년간 케이블카를 운영한 뒤 울주군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다.

울주군은 3월 중 실시설계를 반영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사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신청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 평가를 끝내고 하반기에 착공해 내년 말 케이블카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반대대책위는 새 케이블카가 신불산 공룡능선을 가로질러 설치되기 때문에 영남알프스 경관과 식생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주변을 폐쇄형으로 만든다고 해도 영남알프스 서쪽 경사면에 이미 운행 중인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처럼 시간이 지나면 등산객들이 규제구역을 벗어나 산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탑승객들은 영남알프스 사방을 둘러볼 수 없어 케이블카의 효용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통도사 스님 등 불교계도 “신불산 인근 영축산 기슭에 위치한 사찰과 케이블카 거리가 가까워 스님들의 수행환경이 악화하고, 영축산 주변 희귀 동식물 서식지도 훼손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울주군 지역발전협의회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지난 5일 울산시청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조속한 사업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으면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양해와 설득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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