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 돌이켜보니 빗물에 떠밀려 내려간 ‘목인’과 다를 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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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인(木人)'은 글자대로라면 나무 인간이란 뜻이다.
한시에서 '목인'의 전고(典故·전거로 삼은 옛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비가 내리면 물에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나무 인형 이야기다.
조선시대 노수신(盧守愼·1515∼1590)은 '목인'에게 주는 시를 남겼다.
술자리에서 시인과 대작하는 '목인'이 나무 인형을 말하는 것인지 '풍목인(楓木人)'처럼 사람 형체와 비슷한 기형 나무를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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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로망스 ‘가윈 경과 녹색기사’를 원작으로 한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2021년)에도 나무 형상을 한 그린 나이트가 등장한다. 영화는 자신의 무용담을 만들기 위해 그린 나이트의 ‘목 베기 게임’에 응한 가윈의 여정을 담고 있다. 가윈은 그린 나이트의 목을 벤 1년 뒤 약속대로 그린 나이트에게 자신의 목을 내놓아야 하지만 죽음이 두려워 계속 망설인다. 시인도 이제 벼슬길에서 물러나야 할 때임을 알지만 아쉬움에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한시와 영화 모두 ‘목인’ 혹은 ‘그린 나이트’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린 나이트가 가윈이 잘 아는 사람이란 힌트에 착안한다면, 그린 나이트는 주인공 자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이동진). 시 속의 ‘목인’ 역시 젊은 날의 시인 자신을 연상시키는 분신 같아 보이기도 한다.
중세 기사에게 죽음도 불사하는 용기가 중요한 덕목이었던 것처럼 조선의 지식인들에겐 벼슬길 처신의 문제가 중요했다. 가윈이 기사도를 따라야만 하듯 시인도 선비로서의 절조를 지켜야 했지만, 미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벼슬길과 모험길에서 시인과 주인공이 겪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목인’과 ‘그린 나이트’에서 목도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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