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로잡은 캘리포니아 와인 …'파소 로블스'도 대열 합류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캘리포니아 와인의 '힘'을 보여주는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는 지난 26일 조선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 2024(California Wine Alive Tasting 2024)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관람객이 몰려 한국 시장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의 높은 인기를 반영했습니다.
특히 올해 캘리포니아 와인 행사에는 파소 로블스(Paso Robles) 와인 생산자들이 다수 참석해 마스터 클래스를 열며 한국 와인시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국 와인 소비자들에게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파소 로블스는 캘리포니아 남부 로스앤젤레스와 북부 샌프란시스코의 딱 중간에 있습니다. 양쪽에서 모두 차로 3시간 반 정도 거리입니다.
저도 캘리포니아에서 16년을 살았지만 파소 로블스는 방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대부분의 차량은 5번 고속도로를 이용합니다. 파소 로블스가 위치한 101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2~3시간 정도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여행자라면 태평양의 풍광을 즐기며 해안가를 따라가다 허스트 캐슬을 방문하기 위해 1번 고속도로를 타니 파소 로블스를 지나갈 일이 많지 않습니다.
파소 로블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와인' 때문입니다. 파소 로블스는 1983년 미국 와인 산지(AVA)로 인증받습니다.
미국 와인산업은 관광이 비즈니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파밸리 와인 생산자들은 거대하면서도 럭셔리한 시음장을 지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와인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이는 소비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내파밸리 와이너리들이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조금은 한산한 와인 산지인 파소 로블스에도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파소 로블스 와인 관계자는 "내파밸리 와인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도 품질이 좋은 파소 로블스의 와인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소 로블스 와이너리는 대부분 가족경영 단위로 운영되며 개성이 강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파소 로블스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지역에 대한 '자본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호주 명품 와인 펜폴즈를 소유한 트레저리와인에스테이트(TWE)가 프리미엄 와인 부문 강화를 위해 파소 로블스의 와이너리 '다우(Daou) 빈야드'를 인수했는데, 인수금액이 무려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참고로 신세계그룹이 2022년 내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한 가격이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이니 거의 4배에 달합니다.
앞서 E&J 갈로가 2022년 데너(Denner) 와이너리를, 콘스텔레이션이 2021년 부커(Booker) 와이너리를 매입하는 등 대형 와인회사들의 파소 로블스 와이너리 인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협회에 따르면 파소 로블스 전체 포도나무의 절반 이상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등 보르도 품종입니다.
TWE가 인수한 다우 리저브 2021 빈티지, 다우 소울 오브 라이온(Soul of a Lion) 2020년 빈티지는 모두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을 잘 살린 와인들입니다. 특히 소울 오브 라이온은 타닌과 산도가 높은 풀보디 와인이면서도 밸런스와 피니시도 좋았습니다. 그야말로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입니다. 국내 소매가격이 20만원대 후반으로 내파밸리 와인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파소 로블스는 또한 캘리포니아의 론(Rhone)지역이라고 불릴 만큼 시라,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등 프랑스 남부 론 품종 생산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타블라스 크릭 빈야드(Tablas Creek Vineyard) 와인이 대표적입니다. 프랑스 론 지역 샤토 드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의 자매 와이너리로 남부 론 '샤토네프 뒤 파프' 스타일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와인서처에 따르면 이 와인의 미국 소매가격은 병(750㎖)당 120달러 수준입니다. 마하 빈야드 관계자는 아직 미수입 와인으로 한국 수입사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파소 로블스 와인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중해성 기후와 칼슘이 풍부한 토양을 가진 파소 로블스의 재배 환경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품종의 포도나무를 기르는 데도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탈리아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스페인 포도 품종인 템프라니뇨도 자랍니다. 파소 로블스에서는 이외에도 60여 종이 넘는 포도 품종을 키우는데 캘리포니아 전통 품종으로는 진판델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다소 창의적인 블렌딩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는 점도 파소 로블스 와인의 특징입니다. 파소 로블스 와인협회 관계자는 서늘한 여름 날씨와 큰 일교차가 이상적인 포도 재배 환경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명 '템플턴 갭 효과(Templeton Gap Effect)'로 알려진 자연 현상입니다. 파소 로블스는 여름에 샌타루시아 산맥의 템플턴 골짜기 사이로 태평양의 차가운 바람이 파소 로블스 지역에 불어옵니다.
이날 행사에는 레스토랑와인어워즈(RWA) 카베르네 소비뇽 부문에서 입상한 슈그(SCHUG)의 소유주인 클라우디아 슈그도 참석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서울테이스트마케팅(STM)이 주최한 RWA 입상 와인인 슈그 소노마 카베르네 소비뇽은 월터 슈그가 미국 소노마카운티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입니다. 슈그는 미국의 유명 와인 조셉 펠프스의 인시그니아를 탄생시키며 세계적 와인 메이커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클라우디아 슈그는 월터 슈그의 딸입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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