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고은 “간 쓸개 다 빼줄 듯 혼신 다해 굿 했다”

2024. 2. 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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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마다 다른 정서·감정 표현에 집중
“최민식, ‘파묘’의 히딩크 감독 역할”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감독님께서 얕게 공부한 느낌이 아니라 공을 많이 들여서 대본을 완성하셨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실제로 그런 부분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배우 김고은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파묘’의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실감 나는 대본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다. 영화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독보적인 오컬트 장르를 구축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김고은은 극 중에서 젊은 무속인 화림으로 분했다.

영화는 개봉 7일 째인 지난 27일, 관객이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가파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감개무량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처음 받아보는 관객 스코어에요. 이 흥행 속도가 너무 신기해요. 계속 잘됐으면 좋겠어요.”

[쇼박스 제공]

극 중에서 나오는 화림의 굿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김고은은 파묘 현장에서 빠른 속도의 북소리와 경문 외는 소리 속에서 실제 무속인을 능가하는 에너지와 신 들린 듯한 칼춤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정작 김고은은 굿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 보단 화림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저 화림이란 인물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 보여줘서 관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죠. 감독님께서 극 초반 굿 장면을 넣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김고은은 극 중 세 번에 걸쳐 다양한 굿을 보여준다. 강렬한 칼춤이 등장하는 대살굿, 혼을 불러들이는 굿, 그리고 귀신을 속이는 도깨비 놀이 등이다. 김고은은 각 굿에 내포된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대살굿은 이장에 투입된 일꾼들을 방어해주는 성격의 굿이에요. 그런 굿을 보면 무속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서 줄 만큼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죠. 혼을 부르는 굿은 혼을 대신해 제가 울어줄 수 있을 만큼 한을 달래주듯이 접근했고, 도깨비 놀이는 혼을 속이는 굿이기 때문에 최대한 일상에 가까운 말투로 하려고 했어요.”

[쇼박스 제공]

김고은은 굿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무속인들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실제 굿 현장을 지켜보기도 하고 무속인들의 경문을 녹음해 외우기도 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틈틈이 무속인들로부터 세세한 코치를 받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드라마 촬영하다 쉬는 날이 생기면 무속인 선생님 댁에 방문해서 이것저것 배웠어요. 거기서 밥도 많이 먹고 쉬기도 하면서 그들의 일상에 최대한 스며들려고 했어요. 선생님들이 시사회 때 오셨는데 (제게) 고생했다면서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무속인들의 일상을 지켜본 덕분일까. 김고은은 무속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내적 안타까움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안에 무속인이란 직업을 깊게 이해할 수 없지만, 선생님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대략 알게 됐어요. 선생님들 마음 안엔 신을 받으러 오는 제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화림을 연기할 때 그런 감정을 기반으로 둬야겠다 생각했죠.”

[쇼박스 제공]

배우 최민식은 강렬한 무속인 연기를 펼친 김고은이 영화의 ‘손흥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김고은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해준 최민식에 대해 ‘히딩크 감독 같은 존재’였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최민식 선배는 현장의 기둥 같은 존재였어요. 늘 중심을 딱 잡아 주시니 현장에 있는 모두가 안정감을 느꼈죠. 그러면서 장난도 많이 쳐주셔서 현장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그 에너지를 받아서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었죠.”

[BH엔터테인먼트 제공]

2012년 영화 ‘은교’에서 데뷔한 김고은은 그해 모든 여우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후 영화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드라마 ‘도깨비’, ‘작은 아씨들’ 등으로 연기의 폭을 넓히며 충무로의 베테랑 배우로 자리잡았다. 그는 연차가 쌓일수록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신인 때보단 작품에 참여하거나 제작하는 분들의 (저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고 있고, 제가 해내야 하는 지점들이 넓어진 것 같아요. 때문에 그런 주인 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다만 예나 지금이나 연기가 주는 행복과 희열은 한결같다며 미소 지었다.

“연기는 항상 어렵지만 호흡을 맞출 때 오는 희열이 있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이 딱 맞았을 때 ‘아~’ 이런 순간이 있죠. 어렵고 힘든 순간이 많지만 그런 희열을 느낄 때마다 행복해요. 모든 어려움을 다 덮는 느낌이에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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