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케이ELS에 7兆 몰려...홍콩ELS 데자뷔 안된다
닛케이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홍콩H지수 ELS와 구조 유사
시중은행들 잇단 판매중단
국내 5대 은행이 판매한 일본 닛케이225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잔액이 7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ELS의 공포가 금융 투자자들을 덮친 가운데, 34년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닛케이지수가 급락하면 금융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닛케이지수도 최고점을 찍자 은행들도 해당 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하나·국민·신한은행은 1월~2월 초께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취급하지 않았다. 5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닛케이지수 편입 ELS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닛케이지수가 단기적 고점이라고 판단하고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며 “ELS는 높으면 높을수록 들어가는 게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홍콩H지수와 달리 닛케이지수의 상대적인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ELS의 투자 시계가 3년인 걸 감안한다면 금융상품 판매사인 은행과 투자자 모두 ELS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은행 닛케이지수 ELS 판매 잔액 7조원...국민銀 제일 높아=28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개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닛케이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 총합은 6조9747억원에 해당한다. 고객수는 총 6만4469명에 이르며 판매 건수는 8만8142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 1월 말까지 해당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 말 현재 닛케이지수 편입 ELS의 판매잔액은 7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잔액이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3만2373명에게 4만1965건의 판매를 올렸으며, 잔액은 2조9129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 하나은행은 1만2839명의 고객에게 1만9486건을 판매해 총 1조9049억원어치를 팔았다. 신한은행은 1만6214명(2만2708건)에게 1조6499억원을 팔았으며 우리은행은 2756명(3666건)에게 4873억원을 판 것으로 집계됐다. 진작 ELS 상품을 전면 판매 중단한 농협은행은 287명(317건)에게 197억원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지수는 현재 사상 최대치를 돌파해 최고점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간판 주가 지수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2.19% 오른 3만9098.68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일본의 버블(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당시 최고치를 34년만에 넘어선 수치다.
닛케이지수가 지난 한 해동안에만 28% 급등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판매액도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닛케이지수 ELS의 지난해 4분기 발행액은 3조7238억원으로 직전 분기(3조2036억원) 대비해선 16.2% 늘었고, 전년 동기(7597억원) 대비해선 390.2% 급증했다. 3년 전 홍콩H지수 ELS 지수가 고점을 찍었을 때 대량 발행된 것과 같은 양상을 보인 것이다.
▶홍콩H지수 ELS와 상품 구조 유사...은행, 닛케이지수 안정성 강조=문제는 현재 은행권에서 판매된 닛케이지수 편입 ELS 상품의 구조가 홍콩H지수 ELS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통상 3년 만기에 6개월 단위로 설정된 ELS 상품은 각각의 배리어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받고 조기 상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첫 6개월은 배리어가 90%로 설정된 후 만기까지 점점 내려가는 식이다. 단 녹인(Knock-in)형 상품의 경우 지수가 한 번이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면 만기 시점에 배리어 위로 올라와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의 경우 그간 판매된 닛케이지수 연계 ELS 상품의 3년 만기 배리어 및 녹인 배리어가 모두 H지수편입 ELS 상품과 유사한 70%, 50% 수준으로 설정돼있다. 만약 닛케이지수가 3만6000 수준이던 지난 1월 녹인 배리어가 50%인 상품에 가입했는데, 지수가 녹인 배리어인 1만8000 아래로 한 번이라도 떨어진다면 만기날 배리어인 2만3800 위를 유지해야 원금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다.
은행들은 닛케이지수가 홍콩H지수 대비 안정적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닛케이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질 일은 ‘거의 없다’ 는 강한 확신이다. 유일하게 닛케이지수 E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IB 5곳 모두 일본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며 “닛케이225지수 역시 최대 4만5000 이상까지 오르더라도 최하 3만7000 수준으로 전망돼 판매를 지속해도 수익성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노녹인형 상품의 경우 손실 배리어 구간을 더 완화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주력 상품의 3년 만기 배리어를 65%보다 10%포인트 낮춘 55% 상품을 새로이 출시하는 등 원금과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였다. 하나은행도 만기 배리어 55%를 포함한 저배리어 구조 중심으로 ELT 상품을 공급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ELS 상품의 투자 시계가 3년임을 감안한다면 닛케이지수 편입상품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홍콩H지수 역시 활황을 이어가던 2021년 당시에는 3년 만기 ELS 상품의 수익률 모의 실험 결과가 ‘기대 수익률 3.2%’로 도출되는 등 미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은행의 투자 권유로 ELS 상품을 가입하는 데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닛케이지수는 추가 상승 기대감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변동성이 크고 만기가 3년인 걸 고려하면 투자자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도 당시 미국자본이 많이 들어가며 활황을 이어갔다”며 “현재로선 일본 닛케이 지수에 투기자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미국 금리 인하 등의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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