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보이는 ‘애기봉’ 위로 대형 보름달 떴다

2024. 2. 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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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야간개장
LED라이트쇼 등 포토존·즐길거리 풍성
크리스마스 점등식 이어 정월대보름 행사
희망의 등 밝히는 새로운 화합의 장으로
1000여명 관광객 “색다르고 뜻깊은 추억”
정월대보름인 24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열린 ‘조강 해넘이 야간개장 - 달빛 라이트쇼’행사에서 참석객이 LED 달 조형물을 관람하고 있다. [김포시 제공]

“와 북한이다! 북한 사람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에서 직접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신기하다.”

24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조강 해넘이 야간개장 - 달빛 라이트쇼’가 열렸다. 애기봉에서 처음 맞이하는 정월대보름 행사로,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던 대한민국의 풍습에 따라 김포시가 주최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1회 열린 ‘조강 해넘이 야간개장’의 마지막 회였다. 피날레 행사인 만큼 약 1000여명의 관광객이 모였다. 김병수 김포시장, 김인수 김포시의회 의장, 윤도영 강화 부군수, 김형열 이북도민회장 외에도 김포시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가수 나비 등이 참석했다.

행사 하이라이트는 발광다이오드(LED) 공연이었다. 대형 LED 달 조형물과 레이저를 이용한 퍼포먼스, 생동감 있는 LED 공연은 애기봉을 찾은 시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방문객은 정월대보름달을 바라보며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던 조상의 풍습에 따라 희망과 행복,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희망의 종’에 소원을 적었다. ‘희망의 종’에 적힌 소원이 행사장에 마련된 대형 LED 달에 비춰지면서 레이저 쇼가 진행됐고 애기봉에 모인 세계인은 평화와 안보를 향한 한 마음 한 뜻으로 정월대보름 달을 맞았다.

그 외에도 ▷보름달 포토존 운영 ▷LED 쥐불놀이 등 정월대보름 전통놀이 ▷희망의 종 달기 ▷푸드트럭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애기봉을 찾은 한 가족은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달빛 레이저쇼를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애기봉에서 바라보는 조강 일몰과 어우러진 정월대보름의 달빛과 이를 환히 비춘 레이저쇼는 우리 가족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수 시장은 “과거 애기봉은 김포가 가진 전쟁의 역사와 분단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김포를 넘어 대한민국 안보력을 보여주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며 “지난해 12월 10년 만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한 데 이어 빛나는 레이저를 쏘아 올린 것은 분단국가와 접경지역의 편견을 바꾸고자 함이며 앞으로도 애기봉은 더욱 특별한 글로벌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게 무엇인가요” 북한도 함께 즐긴 레이저쇼

대한민국 최전방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접경지역 유일의 달빛 레이저 파노마라가 펼쳐졌다. 북한과 불과 1.4㎞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 북한군과 개풍군 주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곳에서 레이저쇼가 펼쳐진 것은 최초다.

1978년 건립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154고지로 불리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민간인출입통제 군사구역이다. 공원으로 바뀐 이후에도 사전 예약 후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군사적 대치 지역으로 인식돼왔던 곳이었으나, 김포시가 적극적으로 군사 당국과의 협의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야간개장을 할 수 있었다.

한반도 유일의 북한 개성 민가와 송악산을 육안으로 조명할 수 있는 애기봉에서 조강의 장엄한 일몰과 달맞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되자 방문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지난해 10년 만에 최초로 애기봉에서 시민이 함께 크리스마스 행사를 치르며 애기봉은 더욱 입소문이 났고, 이번 행사로 또 한 번 최초의 달빛 레이저쇼를 선보이며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영숙 김포시 문화해설사는 “애기봉에서 북한 개풍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아직 북한은 나무로 불을 피우기 때문에 겨울에는 나무를 하는 사람을 목격할 수 있다”며 “3, 4월에는 농번기로 소를 끌고 밭을 일구는 북한 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근거리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바라본 북한 해물선전마을 [뉴시스]

실향민 안식처에서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로

과거 실향민의 안식처였던 애기봉 전망대가 관광 명소로 거듭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1978년 설치됐던 애기봉 전망대가 노후돼 철거하면서 2021년 10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건축은 인문학’이라고 말해온 건축가 승효상이 맡아 진행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생태공원을 만들어냈다.

공원은 크게 조강전망대, 생태탐방로, 평화생태전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평화생태전시관에선 평화·생태·미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된 XR(확장현실) 망원경으로는 강 건너 북한의 생생한 모습과 DMZ(비무장지대) 생태환경을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한 곳에서 4곳의 도시를 바라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조강 넘어 북쪽 황해도에 위치한 송악산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서울시, 좌측으로는 인천시 강화도, 경기도 김포시 전경도 바라 볼 수 있다.

전망대 2층은 애기봉 높이를 따서 루프탑 154라고 불리고 있다. 전망대 안팎에는 카페, 애기봉비, 망배단이 있다. 망배단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이 명절에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그 결과, 지난해 이 곳을 방문한 관광객은 총 1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약 5%인 7000여명이 외국인이었다. 군사구역이지만 외국인도 여권을 소지한다면 방문할 수 있다. 코로나 종식 이후 매월 전년 동월대비 150% 가까이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김포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국제관광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부터 김포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체험형 기념품들을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김포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직접 사용자가 꾸미며 다채로운 김포를 만들 수 있도록 DIY(사용자 직접 제작)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애기봉 관람객 입장 허용 인원을 대폭 늘렸다. 기존에는 회차별(1일 7회차) 100명까지 가능했지만 이제 150명까지 가능해지면서 하루 총 700명에서 105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김포시는 3월까지 시범운영 후 주차 및 관람동선 등 문제점을 파악, 보완해 4월부터는 입장객을 1400명까지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김포시 홍보대사로 참여한 ‘외국인 열차기관사 1호’ 알비올 안드레스 씨는 “애기봉에서 북한을 바라보면 ‘같은 세계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며 “행복과 슬픔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생각되며 강을 중간에 드고 두 개의 각기 다른 세상이 공존하는게 흥미롭다”고 소개했다.

24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찾아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

비극이 만든 자연...애기봉 이야기

애기봉은 남북 접경지역인 조강 기슭 한가운데 솟아 있는 높이 154m의 봉우리다. 애기는 조선 인조 때 기생의 이름이라 전해진다. 병자호란 때, 사모하던 평안감사와 청나라 군대를 피해 북한 개풍군 지역에 도착했지만 감사는 북으로 끌려가고 애기는 홀로 조강을 건너왔다. 애기는 평안감사를 그리워하며 봉우리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숨져 이 곳에 묻혔다고 한다. 애기봉과 개풍군 사이 조강을 두고 사랑하는 님을 만나지 못해 눈물을 흘린 애기의 이야기가 1000만 이산가족의 한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박 전 대통령은 1966년 애기봉이라는 친필 휘호를 내렸다.

김포=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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