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리버버스' 예비 선착장 자전거로 가보니… 거친 길과 의문

최아름 기자 2024. 2. 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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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9월 운영 예정 한강 리버버스
선착장 접근성 높이기 위한 노력
자전거부터 버스 증차까지 시도
리버버스 모티브 템스강 클리퍼
런던 시민 20% 자전거로 다녀
한강 자전거 도로는 준비됐을까

# 198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사람들은 한강이 '출퇴근길'이 되는 걸 상상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한강을 이용해 내달리는 수상택시나 수상버스는 빠를지 몰라도, 한강 선착장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2024년 리버버스 도입을 선언했다. 리버버스 선착장을 늘리고 자전거도 '리버버스'에 싣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자전거는 접근성을 해결할 수 있을까.

2024년 9월 서울 강서구 가양나들목을 포함해 리버버스 7개 선착장이 운영을 시작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24년 9월이면 한강에 '리버버스'가 뜬다. 지하철 대신 배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해진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지하철(9호선)을 타고 통근한다면 급행을 타더라도 혼잡도 199%의 열차 속에서 20분을 내리 달려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아 20분이라는 시간도 매번 늘어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리버버스를 타면 쾌적한 환경에서 30분 안에 갈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청사진이다. 서울 서쪽 강서구에 있는 마곡(가양나들목)에서부터 잠실(잠실나들목)까지 7개 선착장(정류장)을 만들어 시민들을 태우겠다는 거다.

리버버스 아이디어는 2023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국 런던을 방문한 직후 발표됐다. 서울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김포시의 지하철 김포골드라인, 서울시의 지하철 9호선이 모두 '출퇴근 지옥'으로 악명을 떨칠 때였다. 서울의 '동쪽'으로 가야 하는 '서쪽'에 사는 통근자들이 너무 많았던 탓이었다. 김포와 서울시 지하철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실 한강을 출퇴근길로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새로운 건 아니었다. 2006년엔 한강수상택시를 관광용으로 도입했고,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89년 7월엔 기존 유람선을 출근용으로 띄웠다. 발상이 획기적이든 그렇지 않든 두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1989년의 출퇴근 유람선은 하루 평균 2명 이용이란 초라한 실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2024년의 리버버스에 우려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서울시는 이전의 실패를 보완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 중 핵심은 '접근성'이다. 서울시는 리버버스 선착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선착장 가까이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착장에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 정류소를 만들고 리버버스 안에는 개인 자전거 거치대도 설치할 예정이다.

다만, 2024년 9월엔 서울 내 한강권역의 7개 리버버스 선착장만 운영한다. 마곡(가양나들목), 망원(망원나들목), 여의도(여의도이벤트광장), 잠원(잠원나들목), 옥수(옥수나들목), 뚝섬(청담대교 하부), 잠실(잠실나들목)이다.

공교롭게도 김포시의 아라한강갑문엔 2025년에야 선착장이 만들어질 계획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리버버스는 김포에서 출발할 수 없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애초 리버버스는 교통난을 덜어내기 위해 도입됐는데 문제의 당사자 격인 김포~서울 통근자들은 정책 대상에서 빠져버렸다.

김포시는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시가 교통 체증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이 방안도 당장 실행하는 게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김포 통근자가 자전거를 이용해 마곡(가양 나들목)까지 달려가서 리버버스를 타는 건 가능할까.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에서 가양나들목까지 자전거를 타고 시속 20㎞로 달린다고 가정하면, 대략 40분이 걸린다. 제법 먼 거리지만, '출퇴근 지옥'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택할 수도 있다.

2022년 기준 자전거를 타거나 자전거와 다른 교통수단을 연계해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은 약 2.1%다. 버스 이용 통근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마곡(가양나들목)에서 고촌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보기로 했다. 직장인들은 과연 이 길을 '출퇴근용'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지난 16일 오후 1시. 전날 비가 내렸지만 정비가 제법 잘된 서울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덴 문제가 없었다. 마곡에서 2025년 선착장이 만들어질 아라한강갑문까진 비교적 순행했다. 하지만 김포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때마침 그날은 육로가 막혀 있어 엘리베이터를 두번 탑승한 뒤 아라뱃길 맞은편으로 넘어갔다.

그후 평화누리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탔다. 하지만 이 포장도로는 200m쯤 달려 좁은 코너를 돌자 끝났다. 핸들을 꺾자마자 갑작스럽게 비포장 흙길이 나타났다. 전날 내린 녹은 눈 때문인지 자전거 도로는 진창 같았고, 그 옆 보행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기자에게도 힘든 코스였다. 실제로 기자는 핸들을 잘못 조작해 진흙탕에 굴러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이 길로 직장인이 출퇴근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비포장도로를 지나자 가장 가까운 마을버스 정류장인 '전호리 입구'가 보였다. 이곳에서 아라뱃길까지는 도보로 약 9분 거리였다. 김포시는 이 시간을 더 단축할 계획이다. 김포시가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건 버스 노선 확충과 도로 접근성 확대다. 자동차로 아라한강갑문까지 와서 주차하고 선착장에서 배를 타거나, 버스정류장에 와서 갈아타게 하겠다는 거다.

[사진=뉴시스]

버스정류장을 뒤로하고 고촌역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아스팔트 포장도로였다. 10여분을 달리자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출퇴근의 시작점이었다.

김포시 관계자는 "2024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에 버스 노선 확충과 도로 개선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안건엔 '비포장' 자전거 도로를 개선할 방안은 들어있지 않다. 김포시가 자전거 도로를 유지관리하는 비용으로 책정한 4800만원이 전부다.

김포시 관계자는 "리버버스 정류장과 자전거 도로를 어떻게 연계할지, 만약 연계한다면 예산을 어떻게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일단 1차 추경이 끝나고 서울시와 협의해야 자전거 도로의 계획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버버스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자전거도로는 필수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오 시장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영국의 사례는 자전거도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런던 템스강 쾌속선(템스 클리퍼ㆍThames Clipper)의 선착장에 자전거를 이용해 15분 만에 갈 수 있는 인원은 18.0%다. 런던 시민 5명 중 1명은 아침 시간 자전거를 타고 15분만 달리면 쾌속선을 탈 수 있다는 거다.

한강을 달리는 리버버스가 활성화하려면 '15분'의 접근성을 달성해내야 한다. 자전거 도로가 울퉁불퉁하거나 위험하다면 요원한 목표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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