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서 모닝빵 사올까” “생수·휴지도 사와”···가성비 PB상품에 멤버십 확 늘었다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2. 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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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할인점 이익률 3% 넘을 때
韓 이마트 롯데마트 등 1%대
매출·이익 개선에 PB 확대해야
판관비 감축과 신사업도 필요
코스트코 매장. [사진 = 연합뉴스]
“코스트코에서는 하겐다즈보다 큰 커클랜드 아이스크림바를 개당 1000원, 초밥 2인분을 2만원에 파는데 맛도 좋습니다. 국내 대형마트는 가성비 좋은 상품이 별로 없습니다.”(40대 남성 A씨)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1%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미국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3% 넘는 이익률을 찍은 건 자체브랜드(PB) 제품 경쟁력이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형마트는 자체적으로 출시·판매하는 PB를 적극 개진하면서 이익률을 높이는 반면, 국내 대형마트는 여전히 PB보다는 NB(일반 제조업자 브랜드) 유통에 큰 비중을 두면서 마진이 적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생존 위기에 몰린 국내 유통업체들이 본질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 양면에서 매력적인 PB 라인업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표 대형마트 3사의 매출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반면 미국 대표 할인점인 코스트코의 PB 비중은 33.5%, 월마트는 23.3%, 트레이더조는 59.4%(스태티스타, 2022년 기준)다. 미국 대형마트의 PB 비중이 국내보다 최대 6배에 달한다.

PB상품은 대형마트 또는 편의점 등이 중소 제조사와 협력해 자체 라벨을 붙여 출시한다. 유통 단계가 대폭 단축돼 이익률이 높다. 코스트코와 월마트는 PB를 1980~1990년대부터 운영해오며며 노하우가 탄탄하다. 반면 국내에선 이마트의 노브랜드,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등이 있지만 아직 ‘킬러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통업의 온라인 전환 국면에서 국내 유통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는 반면, 월마트·코스트코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실속 있는 PB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월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6481억달러(약 863조원)으로 전년보다 약 6% 성장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2377억달러(약 316조원)로 전년보다 6.7% 성장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월마트 26%, 코스트코는 71.7% 증가했다.

월마트·코스트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유통산업의 지각변동을 △가격 경쟁력 강화 △배송 경쟁력 △신사업 확대 3가지 혁신으로 돌파하는 모양새다.

가격 경쟁력 강화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판다’는 유통업의 본질이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지난해 판매관리비용은 23~35% 수준이다. 판매관리비용은 인건비를 비롯해 점포 유지보수, 프로모션 등 상품 판매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비용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반면 월마트의 지난해 판관비는 20.8% 수준이고,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는 8.9%에 불과하다.

2010년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내놓은 이래 수차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합리적 가격’을 표방하는 PB 상품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PB가 자리잡지 못한 것은 커클랜드 등 해외 PB가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조사와 협력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햇반 등 인기 제품을 기준으로 최저가에 생산해줄 제조업체를 물색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 사이에서 커크랜드는 PB지만 다른 업체에서 찾기 어려운 질 높은 상품으로 각인됐다”며 “우리나라도 유통사가 PB의 기획 단계부터 능동적으로 개입하며 NB보다 나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트코는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낮추는 대신 유료 멤버십을 이용하는 충성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썼다. ‘회원비를 내더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이득’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미국회계연도 기준 올해 1분기(2023년 9~11월) 코스트코의 멤버십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8.2% 뛰며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가진 점포를 기반으로 배송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해외 유통기업들이 온라인 시대에도 힘을 발휘하는 이유로 꼽힌다. 월마트는 대형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온라인 주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월마트는 연간 98달러(또는 월 12.95달러)를 지불하는 ‘월마트 플러스’ 회원에게 무료·무제한 당일배송을 제공한다. 월마트의 온라인 판매액은 2019년 15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3억4000만달러로 4년 만에 3.4배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마트도 도심 곳곳에 대형 점포를 보유했다는 강점을 살리면 ‘초고속배송’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점포 기반 배송은 농협 하나로마트보다도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쿠팡보다 빠르고 섬세한 배송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진출은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다. 월마트는 지난 2020~2021년 사이 차세대 수익모델의 일환으로 맞춤형 광고사업,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풀필먼트 서비스 등을 출범했다.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광고를 내보내는 ‘월마트 커넥트’ 사업에서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월마트 루미네이트’도 최근 분기마다 두자릿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해오던 유통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2030년 이후에는 유통업계의 이익 절반 이상은 전통적인 상품 판매 이외의 영역에서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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