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채용 앞둔 우주항공청…"제2의 클린스만 될 수도"

박건희 기자 2024. 2.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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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우주항공청 개청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이 5월 27일 개청 예정일까지 세 달 남겨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인력 확충을 위한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국내 우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던 해외 전문가 투입도 불투명한 가운데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제2의 클린스만 감독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에 따르면 추진단은 다음 달 초 임기제 공무원 채용 공고를 내고 추가 인력을 모집한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우주항공청 인력은 총 300명 정도다. 연구 인력 200명, 행정 인력이 100명이다. 현재 행정을 담당할 공무원 인력은 50여 명으로 확정된 상태다.

우주항공청이 5월 개청과 맞물려 몇 명의 인력으로 시작하게 될 지에 대해선 다양한 추측이 오가지만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최진혁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전략기획팀 과장은 "현재 기획재정부(기재부)와 예비비 등을 놓고 협의 중"이라며 "3월 내 국무회의를 거쳐 예산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인원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중앙정부에서 최종 예산안이 확정되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여문 경남도청 우주항공산업과장은 "스탠바이(stand-by) 상태"라며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근무 인력을 위한 숙소, 출퇴근버스 편 등은 도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뒀지만 아직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총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대기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우주 인력 유인책 마련도 '현재진행형'이다. 최 과장은 이와 관련 "재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재외과협) 등과 (인력 확충을 위한)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우주항공청의 총 인원을 약 300명 정도로 발표하면서 '국내에 인력풀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조성경 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난 1월 유럽 우주청(ESA),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등을 방문하는 등 해외 인재 스카우트를 위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최병일 과기정통부 우주협력전문관은 진행 상황에 대해 "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해외 인력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천에 외국인을 위한 국제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졌지만 인력조차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조 과장은 "국제학교 설립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먼 미래"라며 당장 5월 사천으로 넘어올 우주청 직원을 위한 주거 여건 마련에 우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단순히 해외로 발을 넓힌 인력 확충이 좋은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학과 교수는 "우주공학을 전공한 사람만 우주청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국내에도 저력을 가진 전문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체와 위성만이 우주청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한국이 이미 보유한 비우주 산업 분야의 능력, 예를 들어 자동차·IT·재료공학 분야의 수많은 국내 전문가를 어떻게 우주와 융합시켜 우리만의 독특한 우주 개발 방향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03년, 네덜란드 우주항공국(NSO)은 2009년에 개청하는 등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제외하고서라도 여러 해외 주요국이 이미 20년 이상 앞서간 가운데 한국은 우주항공청의 방향부터 제대로 정립하고 인력 확충을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해외 우주 전문가'라는 키워드에만 몰입하면 제2의 클린스만 감독이 나온다"며 "한국 우주항공청이 추구할 철학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탄탄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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