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무당 역으로 ‘돈값’한 김고은 “화림이 할머니 신이 흥행까지 도와주네요” [SS인터뷰]

함상범 2024. 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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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사진 | 쇼박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의 어원은 무당에서 출발한다. 배우 배(俳)자는 사람인(人)과 아닐비(非)로 구성됐다. 사람이 아닌 것이 뛰어나다는 게 배우의 한자 의미다. 이 뜻을 아는 연극인 중엔 스스로 배우란 말을 쉽게 붙이지 않기도 한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에서 김고은이 맡은 화림은 젊고 파격적인 ‘MZ 무당’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눈빛에서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대살굿이나 혼 부르기 등 핵심적인 신에서 경쾌함이 달랐다. 마치 신 내림을 받은 듯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냈다.

김고은은 최근 ‘돈값’이라는 키워드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배우들이 흔히 하는 “돈값 해야지”라는 말에 진심을 담았다는 것이다. 직장인이 받을 수 없는 페이를 받는 배우로서 책임감과 양심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서 말해 관심이 쏠렸다. ‘파묘’에서 김고은은 말 그대로 돈값을 한다. 평단과 대중을 막론하고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김고은. 사진 | 쇼박스


김고은은 26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들과 촬영을 하며 갖게 된 생각이다.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제 신념으로 이어졌다. 주인의식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다. 힘든 촬영 때마다 ‘책임을 다하겠다’는 나만의 언어”라고 말했다.

◇“프로페셔널에서 나오는 아우라를 품으려 했죠”

‘파묘’는 화림의 일어로 시작했다. 부자의 의뢰를 받고, 파묘를 강행했다. 대살굿을 펼치고, 혼을 다시 불렀다. 험한 것에 피해를 입기도 하고, 정체 모를 귀신의 원망을 풀어주려고 했다. ‘파묘’의 핵심 장면에선 꼭 김고은이 앞장섰다. 그리고 모든 장면을 훌륭히 소화했다.

“직업인으로 무속인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무속인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최대한 표현하려 했죠. 큰 신들을 잘 해내고 싶었고, 프로페셔널한 아우라를 품고 싶었어요. 어설퍼 보이면 무너진다고 생각해 흐트러짐 없이 연기하려 했어요. 굿을 하기 전 루틴이나 사소한 행동까지도 정확하고 싶었어요.”

우아하고 화려한 화려한 굿판과 더불어 후반부 하이라이트에 이르기까지, 김고은의 열연이 이어진다.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화림의 눈빛에는 늘 힘이 있다. 대사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그의 눈엔 베테랑 무당이 엿보였다.

김고은. 사진 | 쇼박스


“화림은 되바라져 보일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요. 자신이 모시는 할머니가 강한 존재라고 믿는거죠. 든든한 뒷배경이라 여기고 밀어붙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영안실 ‘혼 부르기’ 시퀀스가 스트레스였어요.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 내공을 어떻게 흉내 내야 할지 압박감이 컸죠. 모든 분량을 통째로 외웠어요. 답이 없었거든요.”

베테랑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국가대표 장의사 고영근 역의 유해진, 단단한 기세로 덤비는 봉길 역의 이도현과 함께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파묘’의 진짜 매력 중 하나는 앙상블이다. 김고은은 첫 촬영날 느꼈다고 했다.

“네 인물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네 사람의 첫 촬영이었어요. 서로 이 장면 어떻게 할까라며 대화를 나누는데 거기서 배우들의 합이 딱 맞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신을 찍고 나서 훨씬 더 가까워졌어요. 촬영 끝나고 저녁시간에 대화 나누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수다 떠는 게 오랜만이라서 정말 행복했어요.”

◇“박정민부터 출발한 ‘파묘’, 덕분에 행복했다”

김고은과 ‘파묘’의 만남은 배우 박정민에서 시작됐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사바하’(2019)에 출연했던 박정민이 감독의 부탁으로 직접 김고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 신뢰하던 선배의 말이라서 허투루 듣지 않았고, 결국 ‘파묘’ 개봉까지 이어졌다.

“티빙 ‘유미의 세포들’ 촬영대기 시간이었어요. 그러면 보통 ‘나중에 통화하자’면서 전화를 끊을 법한데, 말을 계속 하더라고요. 평소 자주 통화하는 사이도 아닌데도요. 다짜고짜 ‘사바하’ 촬영할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하더라고요. 저 역시 장재현 감독님의 세계가 좋았고,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김고은. 사진 | 쇼박스


김고은과 배우들의 파괴적인 연기력 덕분에 ‘파묘’는 승승장구 중이다. 개봉 4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의 봄’ 이후 다시 극장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아직 제가 그렇게 대흥행한 영화가 아직 없어서 솔직히 계속해서 잘됐으면 좋겠어요. 스코어 생각하면 들뜨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음 작품에 더 집중해야죠. 그래도 극장이 계속 붐볐으면 해요. 저희도 잘 되고 ‘듄: 파트2’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것만큼은 제 뒤에 있던 할머니가 도와줬으면 하네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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