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칼럼] 농산물 가격지지정책과 WTO 규정

관리자 2024. 2.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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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월초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쌀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 이하로 하락 시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산자에게 보전하는 가격안정제가 핵심 내용이다.

또한 기준가격 설정, 초과 생산량 매입 등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 WTO 협정상 시장가격지지인지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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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월초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쌀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 이하로 하락 시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산자에게 보전하는 가격안정제가 핵심 내용이다. 야당은 농가의 경영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를 명분으로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특정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가격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2008년부터 3년간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과 협정 이행을 담당했던 필자로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 왜냐하면 정부가 시장가격을 지지하는 정책은 WTO가 국제무역질서를 왜곡시키는 보조금으로 판단, 우선적으로 감축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도 그동안 정부 수매제와 쌀 목표가격제를 폐지했고, 직접지불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 가격지지정책은 국회 스스로 폐지한 제도를 부활시켜 자칫 무역분쟁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선 가격지지정책이 국제무역 규범인 WTO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WTO는 무역 왜곡 정도에 따라 감축 대상 보조금과 허용 대상 보조금으로 분류한다. 한국도 쌀 목표가격제 운용기간(2005∼2019년)에 고정직불금은 허용 대상 직불금, 변동직불금은 감축 대상 직불금으로 분류해 WTO에 통보한 바 있다. 특히 시장가격에 연계해 지급하는 보조금은 감축 대상으로 분류해 국가별 한도를 설정하고, 각국이 통보할 때마다 정례 농업위원회에서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한국의 농업협정상 감축 대상 보조금 한도는 1조4900억원이다. 이번 농해수위를 통과한 가격지지정책은 가격이 하락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제도로서 WTO의 감축 대상 보조금으로 분류될 것이다. 2016년산 쌀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때, 정부는 고정직불금(허용 대상) 8383억원과 변동직불금(감축 대상) 1조4894억원을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쌀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까지 가격을 보장한다면 매년 보조금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준가격 설정, 초과 생산량 매입 등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 WTO 협정상 시장가격지지인지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이러한 시장가격지지 보조금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아닌 가격지지 효과를 기준으로 산출해 보조금이 몇배 더 커진다. 시장가격지지의 보조금 계산식은 (정부 개입가격-국제가격)ב자격 있는 생산량(eligible production)’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과 같이 국내외 가격차가 클 경우 품목 생산액의 80∼90%가 보조금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호주·캐나다 등은 인도의 2015∼2021년 쌀·밀의 가격지지정책이 허용 보조금 한도를 크게 초과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도는 시장가격지지 보조금이 품목 생산액의 10∼20%(실제 수매량 기준)라고 WTO에 통보했지만 수출국들은 생산액의 80∼90%(전체 생산량 기준)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쟁점인 ‘자격 있는 생산량’ 개념은 실제 수매량이 아닌 전체 생산량이 타당하다. 이는 2001년 한국의 소 수매 분쟁 시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에서 이미 판결한 바 있다.

WTO의 농민소득 증대 기본 방향은 시장가격지지 축소와 허용 대상 직불금 확대다. 윤석열정부도 공익직불금을 5조원으로 두배 확대키로 한 바 있다.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기보다 공익직불금을 내실화해 농가소득 보장을 강화할 때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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