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RQ 남발, 물가안정보다 업체 배만 불릴 수도…

관리자 2024. 2.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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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마트와 소비처의 수입 과일 수요를 매주 조사해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과일 수입 실적 등을 지속 점검하면서." 이는 22일 나온 정부의 '물가안정 관련 현안 간담회' 결과 보도자료 일부다.

지금 물가당국에 주어진 본분은 할당관세 남발이나 직수입권 확대가 아니라 할당관세 수입 농축산물의 편익이 업체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지를 '조사' 하고 '점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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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할당관세 직수입권 우려
관세편익, 소비자에 귀속도록 해야

“정부에서 마트와 소비처의 수입 과일 수요를 매주 조사해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과일 수입 실적 등을 지속 점검하면서….” 이는 22일 나온 정부의 ‘물가안정 관련 현안 간담회’ 결과 보도자료 일부다. 물가당국은 농축수산물의 물가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오렌지 등 추가 관세인하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전량 수입은 물론 과일 관세인하 물량 2만t을 추가로 업체에 배정한다고 했다. 아무리 물가안정이 그 본령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수입 과일 수요를 조사하고 수입 실적까지 챙기겠다는 대목에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보다 놀라운 대책이 하나 더 나왔다. 소비지 대형 유통업체들이 TRQ 농축산물을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TRQ 물량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수입권 공매방식으로 들여오고 있다. 이는 무관세 혹은 저율관세로 수입된 농축산물의 규격과 물량 등을 조절, 시장교란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유통업체가 수입권을 갖게 되면 수입과 판매가 수직계열화돼 할당관세가 물가안정보다는 기업의 이익창출에 악용되고, 심지어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국내 농축산물 주산지보다 해외 주산지를 뛰어다니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할당관세 남발이 물가안정보다는 일부 대기업의 배만 불려준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국내 대형 치킨업체인 비에이치시(bhc)는 7개 메뉴의 닭고기를 국산에서 값싼 브라질산으로 바꾸고도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산 닭고기에 비해 가격이 절반 이하인 데다 지난해부터 물가안정을 이유로 0%의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할당관세가 소비자 후생 증진이 아니라 대형 사모펀드 소유의 치킨업체 이익으로 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저가 신고 등 관세 회피나 원산지 둔갑을 통한 시장 교란과 이익 편취는 기존 농축산물 수입업체들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여기에 판로까지 장악한 유통업체 손에 할당관세 직수입권까지 넘겨주는 것은 ‘시장’과 ‘자본’의 생리를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물가당국에 주어진 본분은 할당관세 남발이나 직수입권 확대가 아니라 할당관세 수입 농축산물의 편익이 업체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지를 ‘조사’ 하고 ‘점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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