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특명! 우주에서 먹는 빵을 만들어라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주, 미국의 달 탐사선이 달에 착륙했다. 민간 우주선으로는 최초의 일이니 민간 우주 시대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사건인 셈이다. 정말 인류가 우주에 가서 사는 날이 다가올 수 있을까?
지구에 아직 무중력 상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바닥에 발붙이고 살아가게 하는 중력은 너무나 당연해서 그 존재를 거의 잊고 산다. 가끔 무중력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거기서도 쓰러질 것처럼 지친 상태가 되면 ‘바닥이 나를 당긴다’는 기분이 들까? 정도다. 하지만 중력이 있는 지구에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실이 있으니, 바로 우주비행사는 빵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우주인이 상시 체류하며 14일에서 최대 6개월을 보낸다. 우주인이 먹는 우주 식량은 수십 년 동안 계속 발전해왔지만, 그래도 아직 우주비행사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간에 빵을 먹을 수 없다. 유통 기한이 길지 못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잘 부스러지는 질감 때문에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예민한 기계 틈새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965년 나사(NASA)의 제미니 3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우주 비행사 중 한 명이 몰래 콘비프 샌드위치를 들고 탔는데, 먹자마자 호밀빵 부스러기가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빵을 젤라틴으로 코팅하는 테스트 등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빵 대신 토르티야로 만드는 부리토와 비슷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정도다.
2019년에는 우주에서 베이킹을 하는 실험이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고열을 내는 오븐을 사용하기에는 위험이 커서 빵이 아닌 쿠키를 굽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것도 튜브 형태의 통에 반죽을 넣어 지구에서는 15분이면 충분할 쿠키 하나를 굽는 데 거의 2시간 이상 걸렸다.
우주에서의 식사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중력이 줄어들면 하체로 내려가는 체액이 몸 전체에 균등하게 퍼지면서 비강은 물론 얼굴 전체가 부어 후각에 이어 미각을 둔화시킨다. 냄새가 퍼지는 움직임도 변화해서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우주인은 지구보다 더 강렬한 양념이 들어간 음식을 선호한다. 우주에 간다는 과업을 수행하는 데 고작 반찬 투정이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미각의 만족이 인간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우주 미식(美食)’은 우주 시대를 여는 데 앞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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