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겨울비-로데오 뒷골목
겨울비도 봄비도 아닌 촉촉한 이슬비를 맞으며 교동의 뒤안길을 걸었다. 사실은 마음이 꿀꿀해 술 한잔하고 오는 길에 잘못 이탈한 길이다.
우연히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전혀 다른 이색적 풍경을 보게 된다. 한때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수원 남문과 향교를 잇는 로데오의 뒤안길이다. 남문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젊은이들이 신도시로 떠나 휑한 공간이 됐다. 시간이 남긴 낡은 무늬엔 일전에 본 파묘의 정령들이 생각날 정도다.
요즘 가수 이효리가 모교인 국민대 졸업식에서 ‘인생은 독고다이다. 누구에게 위안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쭉 가시라’는 축사가 임팩트 있게 유통되고 있다. 젊은 시절은 누구나 그렇게 살기를 바랐다. 예술가는 오직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위해 벽만 보며 살아간다는 것.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며 내면세계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무수한 홀로의 실패기로 프로필을 쓰면서 말이다. 하지만 타인의 것에서 많이 배우고 자극받고 힘이 될 때가 있다. 홀로 살다 홀로 죽는 홀몸노인들의 고독사가 현대 문명 속에서도 크게 자라고 있다. 나도 아버지의 임종마저 보지 못했다. 공광규 시인의 시 ‘소주병’의 한 대목이 떠 오른다. ‘(중략)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 문득 그립다. 아버지의 소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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