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국가가 지워 버린 군인 ‘특수임무 수행자’

경기일보 2024. 2.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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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구 국민의힘 국회의원

“내 무덤에 이름 석 자도 못 새긴다는 거잖아. 죽더라도 국립묘지에 묻힐 줄 알았는데....”

2003년 개봉된 영화 ‘실미도’에서 684부대 조장 한상필이 한 말이다. 한상필은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미도 684부대’는 1968년 창설된 실존했던 부대다. 실미도 684부대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여타 부대와는 구성과 성격 면에서 다르지만, 이처럼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특수임무 수행자’라고 부른다. 이들을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육군첩보부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1950년 만들어진 최초의 부대 이름이 대내외적으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특수임무수행자는 국가가 지워버린 군인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첩보 및 공작활동 등의 특수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계급과 군번이 없다. 따라서 대다수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군인으로 복무했다. 정부도 이들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2002년 북파 공작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고 영화 ‘실미도’가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이후 2004년 1월, 국회에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과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그들에 대한 보상과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수임무수행자는 1953년 6·25전쟁 휴전 이후 1972년 남북 공동성명까지 1만여명이 북한에 보내졌으나 이들의 활약상은 알려지지 못한 채 수많은 작전과 훈련 속에서 8천여명이 전사 및 사망 그리고 행방불명됐다. 경기도 모처에 그들에 대한 추모시설인 충혼탑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특수임무수행자들의 추모시설 역시 존재 여부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그들의 희생에 비해 너무나 작은 규모와 열악한 시설로 인해 안타까움이 앞섰다.

또 다른 문제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장교는 팀장으로 팀원과 같이 복무 및 훈련했음에도 장교라는 이유만으로 보상에서도, 국가유공자 선정에서도 일부 제외됐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 장교는 여전히 국가로부터 지워진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에 따른 보상과 유공자 선정에는 그 어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신분이나 역할에 따라 보상의 정도 및 예우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신분 그 자체만을 보상과 선정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가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 측에 특수임무유공자 추모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특수임무유공자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유공자들은 국가로부터 그 어떤 예우나 보상을 바라보고 희생하고 헌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는 모두 그분들이 흘린 피와 땀을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게 걸맞은 예우를 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 그리고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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