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너머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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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사진 같은 인물 초상 연작, 인터넷 데이터를 편집한 이미지, 우주의 별까지. 사진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온 독일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사진)가 이번엔 16세 청소년 때의 기억으로 돌아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d.o.pe.' 연작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낸 프랙털(fractal·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되는 구조) 패턴을 변형해 만든 그래픽 이미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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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지 아닌 카펫 위에 작품 프린트
이날 갤러리에서 만난 토마스 루프는 “프랙털 구조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 종이에서는 살아나지 않아 고민하다 벨기에의 카펫 회사에 의뢰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장 290㎝ 길이의 카펫에 펼쳐지는 패턴들은 섬유의 부드러운 느낌에 화려한 색감을 더해 보는 즐거움이 충분하다.
제목 ‘d.o.pe.’는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지각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에서 따온 것으로, 인간이 화학적 촉매제를 통해 의식의 지평을 넓히고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이는 그가 16세 때 친구들과 소파에 앉아 핑크 플로이드 등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이키델릭(환각적인)한 이미지를 보고 공상에 빠졌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국에 도착해 시차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음에도 스스로는 잠을 잔다고 믿었기에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음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인간의 상상과 인식으로는 한계 없이 가능한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
그는 “만약 우리가 뇌의 주어진 기능의 100%를 쓴다면 하늘을 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부드러운 카펫 위에 깊은 황홀경처럼 펼쳐지는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현실 너머 다른 차원의 세계로 뛰어들어 보라고 권한다.
루프는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거장 베른트 베허(1931∼2007)로부터 사진을 배운 뒤 1980년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칸디다 회퍼와 함께 ‘뒤셀도르프 사진학파’의 주요 멤버로 활동했다. 한국에서는 2004년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 후 20년 만에 첫 개인전이다. 4월 13일까지. 무료.김민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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