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서울교통公 사장 “역세권 개발·지하 물류가 신 성장 동력” [세계초대석]

김주영 2024. 2.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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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인근 부지 ‘복합환승센터’ 방안
임대 수입 등으로 경영여건 개선 기대
‘물품보관함 공유배송 서비스’ 등 준비
‘15분 내 재승차’ 도입, 대표 정책 꼽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운송 수입 도움
장애인 이동권 보장 ‘1역사1동선’ 속도
지방공기업 첫 ‘채용형 인턴제도’ 예정
AI 접목한 ‘엘리베이터 자동호출’ 도입
이동수단 다변화 시대 생존 위해 최선

수도권 2000만 시민의 ‘발’인 지하철 운영 기관, 임직원 1만6000여명에 자회사까지 더하면 2만명이 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방 공기업.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2017년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영)와 서울도시철도(5∼8호선 운영)가 통합해 출범한 공사는 그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해마다 적자가 수천억원씩 누적되는 등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였고, 노동조합의 파업이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각종 사건·사고 등 숱한 도전에 직면해왔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공사 본사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공사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의 양대 축은 역세권 복합개발과 새로운 물류 시스템 구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이처럼 산적한 과제를 마주한 백호 공사 사장은 ‘안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기치로 내걸었다. 백 사장은 최근 서울 성동구 공사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재정난 해결을 위해 외부의 지원을 구하기 전에 우리가 가진 자산을 활용해 새 성장 동력을 찾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역세권 복합개발과 ‘지하철 택배’로 불리는 신 물류 시스템 구축을 양대 축으로 꼽았다. 백 사장은 지하철 안전 측면에선 공정하고 유연한 조직 관리와 쇄신으로 공사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전장연의 불법 시위 등엔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 사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취임 2년 차를 맞았다. 가장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편리하고 저렴한 지하철 서비스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그 이면엔 지하철을 안전사고 없이 정시에 운행하기 위해 365일 24시간 밤낮으로 애쓰는 2만여명의 우리 직원들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헌신과 노고에 감사 드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민은 지난해 7월 6호선 열차에서 좌석 위에 방치된 타인의 토사물을 손수 치우는 선행을 보여준 청년이다. 겸손해하는 청년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 청년은 현재 군 복무 중인데, 얼마 전 휴가를 나왔을 때도 만나서 식사를 하는 등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 청년이 보여준 미담이 지하철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서울시의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정기권 ‘기후동행카드’는 반응이 어떤가.

“기후동행카드는 시민의 삶을 깊이 파고든 참신한 정책이다. 출시 직후부터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고물가 시대에 교통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시민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혹자는 공사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어나면 박리다매로 지하철 운송 수입도 늘 수 있다고 본다. 대중교통은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남용하기가 어렵다.”

—공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복안을 말씀해달라.

“역세권 복합개발과 새로운 물류 시스템 구축이 양대 축이다. 현재 신길역 지상부지를 대상으로 민간 제안 공모가 진행 중이고, 마곡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은 공모를 검토 중이다. 사당역 인근에 공영주차장과 임시저류조로 쓰이는 약 5300평(1만7520㎡)의 대규모 부지가 있는데, 이곳을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차질 없이 추진되면 일대의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개발에 따른 임대 수입 등으로 공사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류 사업은 1인 가구와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역사 내 유휴공간과 차량기지, 열차 등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지하 물류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서울시 택배 물동량의 1%를 지하철을 이용한 물류로 전환하면 연간 179억여원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 앞으로 서울 택배 물동량의 10%까지 지하 물류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공사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MZ노조’로도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우리 공사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 직원 비율은 통합 첫 해인 2017년 15.2%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7.5%까지 급증했다.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조직 문화, 인사 관리, 복지 등 경영 전반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열심히 일한 직원이 제대로 보상 받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려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근속 승진과 별개로 본인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진급할 수 있는 승진포인트 제도, 탁월한 공적을 세운 직원을 발탁하기 위한 특별포상승진, 희망 전보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방 공기업 최초로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채용형 인턴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업무 적합성 검증을 통해 공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오피스 빌런’(사무실(office)과 악당(villain)의 합성어)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다. MZ노조의 경우 기존 노조에 비해 근무환경, 승진, 처우 같은 대내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 같다. 지난달에는 전국 최초로 MZ노조에 개별교섭권을 부여했다. 사측 입장에선 일이 더 많아 지는 것이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가기 위해서다. 특정 노조에 휩쓸려서 노사 관계가 끌려가는 행태가 많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재점화했다.

“1984년 시작된 교통약자 무임승차제도는 어르신과 장애인, 유공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교통복지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다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어떤 주체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국비 지원이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국가 정책인 만큼 부담을 발생시킨 주체가 책임지는 게 논리적으로도 맞다고 본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대응 원칙과 출구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루 평균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은 어떤 경우에도 운행이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 전장연이 고의로 열차 지연 행위를 시도하면 경고 후에 열차 탑승을 제한하고, 안전 사고 발생이 우려될 경우 무정차 통과도 고려하는 등 이용객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관련 법에 근거해 엄정한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공사는 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한 적 없고, 오히려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말까지 모든 역에서 ‘1역사 1동선’이 가능하도록 승강편의시설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역사 1동선은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역사를 뜻한다. 현재 275개 역사 중 262개 역(95.2%)이 1역사 1동선을 확보했다.”

—‘백호표 정책’ 중 대표적인 것들을 꼽으라면?

“먼저 ‘15분 내 재승차’ 제도가 있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 하차 태그를 하고 15분 안에 동일한 역으로 재승차할 경우 환승을 1회 적용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화장실 이용 등 급한 용무가 있어서 잠깐 개찰구 밖으로 나가도 기본요금을 다시 내고 돌아와야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환불이나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도시철도 기관 중 최초로 구축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도 내세울만하다. 외국인이 언어장벽 없이 쉽고 편리하게 지하철 이용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을 고민한 결과다. 명동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외국인 승객과 역 직원이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바라보며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어를 포함해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연내에 외국인 승객이 많은 김포공항역, 서울역, 홍대입구역 등 10개 역으로 제도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4호선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의자 없는 지하철’도 혼잡도 완화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 상에 있는 새로운 시도다.”

—‘태그리스’ 시스템, ‘인공지능(AI) 동시통역기’처럼 첨단기술을 적용하려는 사례가 또 있나.

“한 장애인센터에서 민원을 낸 적이 있다. 휠체어 탑승 고객이 센터 인근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호출 버튼이 우측에 치우쳐 있어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직원들이 수 차례 논의한 끝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AI 영상 분석·자동호출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휠체어를 탄 승객이 엘리베이터에 접근하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호출되는 방식이다. 3호선 약수역과 4호선 이촌역에 시범 설치했는데, 만족도와 효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올해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터널, 교량 등 도시철도 시설물 점검의 과학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 기반 드론관제 시스템도 올해 구축할 예정이다. 노후화된 폐쇄회로(CC)TV를 3D 디지털 트윈 기반 지능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개량해 실시간으로 화재나 보안구역 침입, 승객 쓰러짐, 혼잡도 등을 자동 탐지할 수 있는 ‘스마트 스테이션’ 사업도 호선별로 순차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으로 공사를 봤을 때와 사장이 되고 난 후에 봤을 때 달라진 점은?

“공사는 도시철도 운영 기관 특성상 잘 해야 본전, 못 하면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으로 있다가 공사 사장으로 와서 보니 직원들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근무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직원들 사기를 북돋는 한편, 제한된 자원이지만 투자를 통해 시설 개선 등에도 힘을 쏟으려 한다.”

—국내 최고의 대중교통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서 대중교통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까지는 우리 공사가 수도권 교통을 이끌어왔지만, 앞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자율주행 버스, 도심항공교통(UAM), 한강 ‘리버버스’, 개인형 이동장치(PM) 등이 수도권 교통지도를 바꿀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는 한정돼 있는데 이동수단이 다변화하면 지하철 운영기관의 영업 환경은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생존을 위해 우리 스스로 이정표를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이유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1964년 전남 해남 출생 ●단국대학교 행정학 학사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33회 행정고시 합격 ●서울시 교통기획관 ●서울 광진구 부구청장 ●서울시 평생교육국장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서울교통공사 사장(2023년 5월23일~)

대담=송민섭 사회2부장, 정리=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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