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스는 알고 있었다" 옵트아웃 없는 13년 빅딜 후폭풍, 슈퍼스타 망연자실…"8년 남은 계약, 연장 명분 없다"

조형래 2024. 2.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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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조형래 기자] 올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시장의 최대어 선수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고 이들에게 최고의 계약을 안길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재 소속팀을 찾은 선수는 몇 없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조던 몽고메리, 4차례 골드글러브에 빛나는 3루수 맷 채프먼 등 핵심 고객들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현재에도 미아 신세다. 그리고 최대 고객 중 한 명이었던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로 복귀했고 코디 벨린저는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원하다가 3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시카고 컵스에 잔류했다.

보라스의 전략 실패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적어도 지난 2019년, 브라이스 하퍼의 계약 때는 보라스의 판단과 조언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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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는 지난 2018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대학 시절부터 촉망받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고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았다. 워싱턴에서 7년간 927경기 타율 2할7푼9리(3306타수 922안타) 184홈런 521타점 610득점 75도루 OPS .900으로 활약했다. 워싱턴에서 올스타 6회, 실버슬러거 1회를 수상했고 2012년 신인왕, 2015년 내셔널리그 MVP까지 거머쥐었다.

2018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하퍼는 필라델피아와 13년 3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5년 동안 581경기 타율 2할8푼4리(2078타수 591안타) 122홈런 368타점 387득점 58도루 OPS .931을 기록하며 대형 계약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실버슬러거 2회 수상에 올스타에 1회 선정됐고 2021년 생애 두 번째 MVP까지 거머쥐었다.

2019년 계약 당시 하퍼의 계약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3억 달러 계약 자체가 드물었던 시기였는데 당시 함께 FA 신분이었던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0년 3억 달러)와 함께 3억 달러를 돌파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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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하퍼와 필리스의 계약을 들여다 보면 특이점이 있다. 바로 옵트아웃 조건이 없다는 것. 일정 계약 기간이 지나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조항으로 현재 대형 계약들에는 필수적으로 포함된 조건이다. 구단들이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러한 조항을 감수하면서 대형 계약을 제안했다. 선수 친화적 조건이었다.

그런데 하퍼에게는 이 조건이 없다. ‘야후 스포츠’는 27일(이하 한국시간) ‘현역선수 8명(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오스틴 라일리, 라파엘 디버스, 트레이 터너, 오타니 쇼헤이, 잰더 보가츠, 매니 마차도, 무키 베츠)가 하퍼보다 계약 기간이 길고 옵트아웃 조건이 없다’라고 전했다. 대형 계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메이저리그 상황에서 이제 옵트아웃은 일상화 된 조건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윈터미팅 자리에서 하퍼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하퍼는 필라델피아에서 커리어를 끝내고 계약기간 그 이상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퍼 스스스로도 “나는 필라델피아에 오래 머물고 싶다. 40대까지 뛰고 싶다”라고 다시 한 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퍼는 결국 13년 계약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13년 계약 기간 중 아직 5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8년이나 남았다. 사실 필라델피아 구단 입장에서는 옵트아웃 조항을 발동시켜서 하퍼가 시장에 나가지 않았는데 굳이 연장계약을 맺을 필요는 없다. 

‘야후 스포츠’는 ‘하퍼는 필리스 구단에 대한 자신의 헌신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옵트아웃을 포함해야 한다는 보라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면서 “하퍼 자신의 계약을 의미있게 개정할 이유가 부족하다. 필리스 구단도 그들의 프랜차이즈 스타의 체면을 구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 외에는 하퍼에게 더 많은 기간과 돈을 투자할 명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필리스의 데이브 돔보로스키 야구 부문 사장은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논의 과정은 언제든 환영이다”라면서 하퍼의 연장 계약 문을 열어놓았지만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의 요구를 무작정 들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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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스포츠’는 ‘하퍼는 왜 배를 흔드는 것일까. 지금까지 논의는 정중하게 진행됐지만 왜 불화의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필라델피아에서 하퍼의 퍼포먼스는 훌륭하다. 필라델피아 도시는 하퍼를 사랑하다. 포스트시즌을 계속 진출하면서 경험 많은 선수들이 로스터를 채웠고 그의 주위에 가까운 친구들이 생겼다. 유일하게 빠진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의가 발생하는 이유는 하퍼의 연봉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하퍼의 2024년 연봉을 2538만4615달러라고 전하면서 ‘하퍼의 연봉 순위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콜로라도 로키스), 타일러 글래스노(LA 다저스), 카를로스 로돈(뉴욕 양키스) 등 하퍼보다 성취한 것이 적은 선수들 다음인 29위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하면서 ‘하퍼가 2019년 계약한 이후 시장은 계속 팽창했고 하퍼의 계약이 헐값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보라스는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하퍼의 옵트아웃을 강력히 주장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보라스 조언을 무시한 게 결국 현재의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만약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됐고 하퍼가 필라델피아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있다면 잡음 없이 보다 수월하게 연장 계약 논의가 이뤄지고 체결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보라스의 주장이 백번 옳았다는 게 지금의 상황에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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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스포츠’는 ‘선수와 에이전트는 장기계약에 종종 옵트아웃 조건을 포함하는데, 이는 선수가 다른 곳에서 뛰는 것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재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퍼와 같은 해에 10년 3억 달러 계약을 맺은 매니 마차도는 2023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 조항을 활성화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23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11년 3억5000만 달러라는 또 다른 장기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보라스의 고객 중 하나인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 역시 올 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 조건을 발동시켜 계약을 다시 협상할 수 있다. 

‘야후 스포츠’는 ‘그라운드를 넘어서 도시와 프랜차이즈에 대한 하퍼의 엄청난 포용력은 필라델피아 팬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벽화, 문신, 아기 이름이 모두 브라이스다. 도시의 프랜차이즈를 활성시키고 그들을 일류 반열에 올려놓았다. 새롭고 신명나는 필리스 야구의 시대를 열었다. 하퍼는 충성심을 보상 받고 싶고 은혜를 다시 얻기를 바란다. 돈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존중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조만간 중대한 계약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이유는 없다’라고 재차 구단의 명분이 없다는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하퍼가 40대까지 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 9년이나 남았다. 필리스 구단은 그들의 슈퍼스타가 어떻게 늙어가는지 지켜볼 수 있다. 하퍼가 에이징 커브를 피할 준비가 됐을 때, 연장 계약에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지켜볼 시간적 여유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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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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