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In&Out] 대전에 새로운 물결을…대전시립무용단 3인 3색의 무대

유혜인 기자 2024. 2. 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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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술이란 무엇일까.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진행된 대전시립무용단 올해 첫 기획공연 'New Wave in Daejeon(뉴 웨이브 인 대전)'은 3명의 단원의 3가지 창작 무대로 관객을 맞이했다.

관객의 눈으로 담아 본 그의 무대는 여러 연출이 합해져 생생한 스토리텔링처럼 느껴졌다.

안무가들은 답장이라도 하듯 무대를 더 뜨겁게 휘어잡았고, 관객들도 뒤질세라 발까지 굴려 가며 공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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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무용단 2024 첫 기획 공연…'New Wave in Daejeon'
이현수, 구재홍, 복성수…그리움과 몽유병, 전통 한자락까지
"개인의 과거와 내면, 인생을 독특한 감각과 자유로운 춤으로 구현"
지난 25일 대전시립무용단 창작 무대에서 안무가 이현수와 이상호가 '독백(그리움)II'을 선보이고 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좋은 예술이란 무엇일까.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하고, 바르고 곧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게 좋은 예술인가. 좋은 예술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예술이 좋은 이유는 작품을 통해 사실적 소재를, 인간의 순수한 감정과 일상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서다.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진행된 대전시립무용단 올해 첫 기획공연 'New Wave in Daejeon(뉴 웨이브 인 대전)'은 3명의 단원의 3가지 창작 무대로 관객을 맞이했다.

막을 연 것은 이현수 안무가의 '독백(그리움) II'이었다. 어릴 적 잃은 형에 대한 그리움을 애잔한 춤사위로 표현했다.

어두웠던 무대에 한 줄기 빛이 밝혀지고, 흰 셔츠와 바지를 입은 가냘픈 소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작은 몸짓으로 독백을 시작했다. 곧이어 어릴 적 많이 듣던 자장가 '섬집아기'가 들리고, 그는 누군가를 찾듯 무대를 뛰어다니다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

이어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등장하고,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춤사위가 펼쳐졌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동일 인물 같기도, 형과 아우의 모습 같기도 했다.

이 안무가의 기억 속 잔해들로 채워진 무대에 빠져들면서 코끝이 아려왔다. 춤꾼들로부터 전해져온 감정의 공유일까. 관객석 곳곳에서도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다.

구재홍 안무가의 '모유병' 창작 무대 모습.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한참 긴 박수가 이어졌다. 이후 무대에는 색색의 스프레이 낙서로 채워진 큰 캔버스가 세워졌다.

구재홍 안무가의 '몽유병'이었다. 이 작품은 실제 그가 오랜 기간 악몽에 시달렸던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3명의 여성들은 캔버스에서 튀어나온 듯 축 처지고 우울한 몸짓을 보였고, 환자복 차림의 남성 주변을 맴돌았다. 곧이어 빗소리가 들리고, 남성은 거리를 하염없이 달리며 부유했다.

어쩌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던 무대를 이끌어 간 것은 다양한 구성 요소였다. 혼돈의 몸부림은 물론 빗물이 스며드는 형태나 3명의 여성 안무가를 붉은 꽃으로 형상화한 듯한 빨간 소복과 우산 등을 통해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서 고통스러웠던 안무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관객의 눈으로 담아 본 그의 무대는 여러 연출이 합해져 생생한 스토리텔링처럼 느껴졌다.

복성수 안무가를 비롯한 여러 무용수들이 '무아'를 선보이고 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마지막 무대였던 복성수 안무가의 '무아(無我)'는 그의 이순 인생을 여실히 보여줬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접한 농악이 그의 나이 60세가 될 때까지의 모습을 작은 조명 아래 모두 담았다.

무대 앞 중앙에 박자를 맞추는 메트로놈이 놓이고, 그는 조심스럽게 옆 허리춤에서 소고를 꺼내 함께 박자를 맞췄다. 뒤에선 그와 같은 옷을 입고 소고를 든 안무가들이 여럿 등장하고, 풍물놀이 팀까지 합세해 풍성해진 무대가 완성됐다.

경쾌한 춤사위와 신나는 소고 소리, 무겁지만 지나치지 않은 북소리에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고, 곳곳에선 가벼운 호응이 터져 나왔다. 안무가들은 답장이라도 하듯 무대를 더 뜨겁게 휘어잡았고, 관객들도 뒤질세라 발까지 굴려 가며 공연을 즐겼다.

이번 공연은 화려하기만 한 무대가 아닌 개인의 과거와 내면, 감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3편의 책과도 같았다. 관객들의 힘찬 박수와 호응은 그들이 좋은 예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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