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 문경 낙마 사고 현장서 또 말에 오른 강감찬 그 자체[TV와치]

김범석 2024. 2.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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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고려거란전쟁’ 주연배우 최수종(KBS 제공)
KBS 2TV ‘고려거란전쟁’ 김한솔 PD(뉴스엔DB)
사극 ‘고려거란전쟁’ 포스터(KBS)

[뉴스엔 김범석 기자]

KBS 2TV 사극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이 막을 내리는 3월 10일은 1019년 2월 귀주대첩이 벌어진 시기와 얼추 맞물린다. 3차 거란전쟁을 대승으로 이끈 역사적 ‘그날’이다. 제작진은 종영일과 관련해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만 절반만 믿기로 한다.

KBS 사극의 부활과 최수종의 만남이란 점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은 여러모로 아쉬운 게 사실. 시청률 20%를 충분히 넘기고도 남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원작 논란과 휴방 등 중간중간 맥이 끊기며 중박에 그친 느낌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PD가 최수종을 왜 이렇게 못 써먹나?’라는 불평이 올라올 만한 대목이다. 대미를 장식할 귀주대첩 장면에 마지막 기대가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주대첩 신 작년 7월 찍었다

순서상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귀주대첩 장면은 작년 7~8월 한여름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 경기도 수원에서 한 달여간 찍었는데 강감찬 장군 역의 최수종을 비롯해 거란과 고려 장수 400여 명이 참여했다. KBS에서 전투 신을 가장 잘 찍는 연출가 김한솔 PD가 총대를 멨다. KBS 시사교양국 ‘소비자고발’ ‘추적 60분’ 출신인 그는 2016년 드라마 PD로 소속이 바뀌었다.

한 제작진은 “최수종 선배와 전투 장면 담당 김한솔 PD는 ‘임진왜란 1592’ 때 호흡을 맞춰봤던 사이”라며 “비장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귀주대첩 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폭염이 워낙 심해 곳곳에서 탈진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한 달간 유격 훈련받는 기분이었다”라고 귀띔했다.

당시 CG를 위한 크로마키 촬영도 많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게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이다. 설렁설렁 찍었다간 편집할 때 신이 안 붙어 극 전개와 흐름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신경이 날카로울 때 빛을 발한 건 김한솔 PD와 최수종의 케미였다. 두 사람은 콘티와 리허설을 통해 각 시퀀스의 목표를 정확히 숙지했고 필요한 소스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건져 현장에서 여러 번 박수가 터졌다고 한다. 요즘은 주 52시간 규정 때문에 현장에서 버릴 건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둘 다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말 배변까지 정확히 예측

‘고려거란전쟁’의 촬영지인 경북 문경 세트장은 최수종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장소다. 2012년 KBS 사극 ‘대왕의 꿈’을 찍으며 끔찍한 낙마 사고를 당했던 곳이기 때문. 당시 말은 즉사했고, 최수종은 10m쯤 날아가 하수구에 처박혔다. 쇄골이 부러지고 그때 사고로 지금도 손목에 철심이 3개나 박혀있다. 경추나 척추 골절상을 피해 ‘하늘이 도왔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큰 사고였다.

그런 만큼 제작진은 최수종에게 대역 등 다른 옵션을 제안했지만, 그는 모두 손사래를 쳤다. ‘요즘 시청자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눈속임은 싫다. 직접 타겠다’라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명량’부터 이순신 장군 영화 3부작을 만든 김한민 감독이 항상 말 타는 배우들에게 교본으로 주는 게 바로 최수종의 연기일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말을 잘 타는 배우가 최수종이다.

하지만 사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건 또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한 스태프는 “말을 탄 최수종 선배가 ‘잠깐만. 얘 똥 쌀 것 같다’라고 하면 정확히 10초도 안 돼 말이 배변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초반 벤치멤버가 패착?

고생 대비 아쉬운 시청률에 대해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1~4회 최수종을 출연시키지 않은 게 다소 의아하고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뭐래도 최수종을 보려고 이 사극을 시청하는 중장년층이 많을 텐데 초반부 벤치에 너무 오래 앉혀놨다는 의견이다. 현종과 그의 고뇌에 포커스를 맞추는 참신한 시각도 좋지만, 최수종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너무 미미해 채널이 많이 돌아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려궐안전쟁’에 집중하다 보니 최근 28회에선 최수종이 한 신밖에 안 나왔다.

천하의 미담 제조기 최수종이라지만 혹시 속상해하거나 불평하지 않을까? 드라마 관계자는 “그런 질문 많이 받는데 정반대”라며 “땡볕에서 촬영을 마치고 수백 명의 단역 눈을 일일이 맞춰주며 ‘오늘도 고생하셨다’라고 덕담을 건네는 분이다. 누굴 탓하거나 원망하는 성격이 아니다. 마음이 약하고 성품이 워낙 선하다”라고 말했다. “작가님, PD님이 다 깊은 뜻이 있으실 거다. 난 그저 주어진 배역에 하루하루 충실할 뿐이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최수종이 자기를 내려놓고 왕과 나라에 충성하는 강감찬 장군에 빙의라도 된 걸까. 의연하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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