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직업계고 재구조화 현장을 가다…임태희 정책브리핑[르포]

박종대 기자 2024. 2.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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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미래형 직업교육 모델학교 70개교로 전환
[부천=뉴시스] 27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재 부천공업고등학교에서 정책브리핑을 열고 2023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실내장식직종' 부문 금메달을 딴 이다은(19) 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2.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신학기 개학을 엿새 앞둔 27일 오전 10시, 경기 부천시 소사구 부천공업고등학교 내 드론경기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철제구조물에 촘촘한 그물망이 설치돼 있는 드론경기장 안에서 드론기체 조종기 작동법 안내를 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임 교육감이 학교 측의 설명 대로 조종기를 작동시키자 바닥에 착지돼 있던 드론기체는 공중으로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이어 허공에 머물던 드론기체는 임 교육감이 조금씩 정면을 향해 운행하자 묘기를 부리듯 원형 모형의 아크릴 링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곳은 이 학교 드론동아리 학생들이 연습하는 공간으로, 학교 곳곳에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와 관련된 직무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갖춘 실습실이 조성돼 있다.

이날 인테리어디자인과 실습실에서 만난 이다은(19) 양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58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실내장식직종'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해 1월 졸업한 그는 202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국가대표 자격으로 선발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인천에 소재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설기관인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부천=뉴시스] 27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재 부천공업고등학교에서 정책브리핑을 열고 통신망분배기술을 실습하고 있는 학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2.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훈련을 받는 동안 국내 유명 가구업체로부터 매달 급여 명목으로 후원을 받는다. 만일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해당 가구업체로 취업도 가능해진다.

그는 이날 임 교육감에게 자신이 직접 연습용으로 제작한 나무 실내장식 구조물을 소개했다. 이 구조물을 만드는 데 가장 관건은 나무를 고정시키기 위한 못과 같은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도면만 보고 입체화된 제품을 만드는 데 있다.

이 양은 "학교에 실내장식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전문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실습경험을 쌓는 데 유리하다"며 "학교에서 배운 실력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이 이날 부천공고를 직접 방문한 것은 위기에 놓인 직업계고를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직업계고는 학령인구 감소와 첨단산업 도입에 따라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직업계고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해마다 입학생이 줄고 있다.

부천공고 역시 존립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1950년 처음 개교한 이 학교는 처음 부천농업중학교로 문을 열었다가 1954년 소사농업고등학교로 설립인가를 받고, 1973년 현재 교명으로 바꿨다.

현재까지 누적 졸업생이 2만명이 넘을 정도로 부천을 대표하는 오랜 전통을 지닌 교육기관으로서 한창 국내 산업인력을 배출하는 주춧돌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올해 입학생 수가 90명에 불과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든 실정이다.

부천공고는 2022년 신입생 모집 충원률이 56%, 2023년 49.6%, 2024년 37%로 크게 감소했다. 취업률도 2021년 35.9%에서 2023년 12.4%로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도내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13만6000명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38년에는 8만1000명까지 급감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직업계고로서 더 이상 학교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위험신호를 뜻하는 통계다.

올해 도내 직업계고 신입생 충원률은 85.5%로, 미처 정원을 다 채우지 못 했다. 특히 '직업계고'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졸업생 취업률도 23.7% 수준으로 턱없이 저조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직업계고를 전면 재구조화에 나섰다. 도내 직업계고 108개교를 미래형 직업교육 모델학교 70개교로 전환하고, 취·창업센터를 설립한다.

[부천=뉴시스] 27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부천공업고등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브리핑에서 도내 직업계고 미래교육 재구조화 전면 개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2.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교육청은 올해 1월부터 2030년 2월 말까지 7년간에 걸쳐 ▲마이스터고 8개교 ▲특성화고 52개교 ▲일반고 10개교 등 총 70개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팀장과 장학사, 주무관 등 4명을 배치하는 등 전담팀을 신설했다. 전담팀은 직업계고 재구조화 여건을 조성하고 세부적인 운영 지침을 마련하는 등 업무를 수행한다.

또 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위원장으로 약 15명 규모의 전문가들로 꾸려진 직업계고 재구조화 추진단을 꾸리기로 했다.

이 기구는 재구조화 추진에 따른 주요 안건을 협의 및 심의하고, 각 학교 실정에 맞는 재구조화 방안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임 교육감은 "현재 직업계고와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내용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과 산업현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이 차세대 산업에 필요한 미래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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