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멜로! '닥터슬럼프' 제작진의 과감한 후반전 승부수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2. 27. 15: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닥터슬럼프’의 정통 멜로에 축구 ‘닥공’팀에게처럼 열정적 지지 보낼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토일드라마 <닥터슬럼프>는 은근한 강자다. 설연휴 방송은 시청률이 3%대(이하 닐슨코리아)로 떨어졌지만 그 앞뒤로 6%대를 기록, 명절 아닌 평시는 최근 인기 드라마 기준선 시청률인 5%를 넘기고 있다. <닥터슬럼프>는 고교 시절 학업 경쟁자였던 두 남녀 모범생이 의사가 된 후 시련을 겪는 과정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는 스토리다.

박신혜는 전작 <시지프스:the myth>의 부진을 끊어내고 다시 히트 드라마 주인공으로 복귀했다. '<닥터슬럼프>는 결혼 후 복귀작이기도 한데 여전히 청춘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으로 변함없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역 박형식도 코믹과 진지한 연기를 자연스레 오가면서 박신혜와 함께 로맨스와 코미디 모두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가 대개 회차 절반이 끝나면 반환점을 맞지만 <닥터슬럼프>는 특히 전후반부의 스토리 라인이 단절되듯 급격히 나뉜다. 잘나가던 성형외과 의사 여정우(박형식)가 환자 사망 의료사고에 휘말리면서 백억대 소송을 당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명예 회복하게 되는 스토리 라인은 총 16부의 절반인 8회에서 종료된다.

<닥터슬럼프>의 가장 굵직한 이야기 줄기 중 하나인 여정우의 소송 스토리를 드라마 중반에 끝마친 것은 후반부를 무슨 이야기로 채울지 우려가 될 정도로 예상을 뒤엎는 빠른 마무리였다. 소송 과정에는 몰카, 침입자 등 스릴러도 함께 펼쳐졌는데 이는 드라마의 멜로 중심 흐름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양념 역할을 했지만 이 역시 8회를 끝으로 사라졌다.

<닥터슬럼프>의 후반부는 남하늘(박신혜)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스토리 라인인 듯하다. 물론 작품이 로맨스이다 보니 두 주인공의 사랑이 완성되는 결말이 핵심이겠지만 이 사랑은 남하늘이 제자리를 찾을 때 가능해지는 구도로 8회부터 바뀌어 가고 있다.

드라마의 전반부는 여정우가 소송에 휘말릴 때 남하늘은 병원 퇴직과 번아웃에 시달리는 이야기다. 둘 모두 망한 인생이 되고 그런 처지 덕분에 둘 사이가 가까워진다. 그 과정에 남하늘은 여정우가 소송을 헤쳐나가고 마침내 위기를 벗어나는데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여정우가 정상적인 삶을 회복했을 때 남하늘은 번아웃이나 실직 상태 그대로라 사랑을 키워가던 둘 사이에 금이 간다. 물론 여정우도 역시 소송은 이겼어도 사망자로 인한 심각한 트라우마는 남아 완벽히 삶이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

남하늘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여정우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 후반부 극 전개에서 중심이 된다. 그런 구도를 기반으로 남하늘과 여정우는 서로가 다시 서는 것을 돕기 위해 마음을 쏟는다.

<닥터슬럼프>는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법정 드라마가 뒤섞인 하이브리드로 전반전을 치른 다음 후반전에 들어서자 정통 멜로로 집중하는 흐름이다. 사실 최근 드라마들이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장르를 뒤섞은 하이브리드로 끌고 가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시청자들의 변덕(?) 때문이다.

한 장르나 어떤 에피소드를 조금만 길게 끌고 가면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전반 좋은 시청률 흐름을 보였던 <닥터슬럼프>가 정통 멜로로 급변한 후반전은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호기심이 생긴다. 정통 멜로로 8부나 되는 긴 나머지 방송 회차를 끌고 가는 경우는 최근 들어 좀처럼 만나기 힘든 구성이기 때문이다.

축구로 치면 마치 후반에 '닥공(닥치고 공격:공격적인 전술로만 몰아붙이는 축구의 경기 스타일)'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팀 경기를 보는 느낌이다. <닥터슬럼프>는 멜로로 닥공하는 그런 드라마가 됐다. 멜로가 강화된 후반 들어서는 9, 10회 경우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작품임에도 코미디 비중도 많이 줄어든 분위기다.

닥공은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요즘 축구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도 많은 모험적인 시도다. 하지만 경기가 화끈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경우 팬들의 애정은 더 뜨거워지는 장점도 있다. 좋은 멜로 드라마는 성장과 맞물려 있다. 사랑이 이뤄지든 아니면 끝에는 각자의 길을 가든, 나름의 성장이 동반되는 멜로는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닥터슬럼프>의 후반전은 현재 남하늘과 여정우가 처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돼 있다. 이 해결 과정은 끝이 인간적인 성숙과 연결되는 그런 여정이다. 결국 <닥터슬럼프>는 다 끝났을 때 성장과 멜로가 깊게 결합돼 있는 작품을 향해 가는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슬럼프>가 후반전을 정통 멜로로 닥공해 성장이 동반된 좋은 작품으로 마무리를 잘 지을지, 그렇다면 그 승부수에 시청자들은 축구의 닥공 팀에게처럼 열정적 지지를 보낼지 최종화 방송 후가 벌써 궁금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