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캘리포니아’ 친필 가사 초안 최소 9억원…뭐가 쓰였길래

곽윤섭 기자 2024. 2. 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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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결성된 미국 록 밴드 이글스의 창립 멤버인 돈 헨리(76)가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대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돈 헨리는 밴드 이글스에 대한 책을 쓰고 있던 전기작가 지망생 에드 샌더스를 캘리포니아 말리부로 초대하여 (그룹에 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주고 싶어서)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 등이 들어있는 문서를 보여줬다.

2012년에 인터넷에서, 자신이 직접 쓴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가 담긴 문서의 일부가 판매되는 것을 알게 된 헨리는 8500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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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2010년 이글스의 공연 장면, 무대의 배경이 앨범 호텔 캘래포니아의 자켓 표지(오른쪽) 사진이다. 위키피디아

1971년 결성된 미국 록 밴드 이글스의 창립 멤버인 돈 헨리(76)가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대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재판은 지난 2022년 이글스의 대표곡인 호텔 캘리포니아’(1976년 발매)의 친필 가사 초안과 그 밖의 인기곡 가사, 돈 헨리의 친필 메모 등이 포함된 100쪽에 달하는 문서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당시 문서를 손에 넣어 불법적인 경로로 팔려던 3명이 체포되었는데 이들은 희귀본 수집상인 글렌 호로위츠, 기념품 판매상 에드워드 코신스키, 전 로큰롤 명예의 전당 큐레이터 크레이그 인시아르디로 현재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 헨리는 밴드 이글스에 대한 책을 쓰고 있던 전기작가 지망생 에드 샌더스를 캘리포니아 말리부로 초대하여 (그룹에 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주고 싶어서)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 등이 들어있는 문서를 보여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샌더스가 문서를 빼돌렸고 2005년에 글렌 호로위츠에게 팔았다고 보고 있다. 2012년에 인터넷에서, 자신이 직접 쓴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가 담긴 문서의 일부가 판매되는 것을 알게 된 헨리는 8500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몇 년 뒤 더 많은 문서가 경매에 나오자 헨리는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인 중 한 명인 크레이그 인시아르디가 경매회사 크리스티를 찾아갔고 크리스티의 임원은 호텔 캘리포니아의 친필 가사 초안의 가격을 최소 9억원으로 제시했다.

26일 법정에서 헨리는 “나는 내 재산을 (내 돈을 주고) 다시 사고 있었다. 다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내가 이삿짐 트럭을 몰고 온 나라를 가로질러 샌더스의 집 현관 앞에 문서를 버렸다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샌더스는 문서를 보관할 권리도 판매할 권리도 없다. 나는 그가 문서를 보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라고도 증언했다. 그는 재판정에서 “사람의 기억은 확실한 것이 아니다. 어제 아침에 내가 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1975년 여름에 웸블리 구장 공연에서 엘튼 존과 비치보이스가 등장하기 전에 이글스가 무대의 막을 여는 연주를 했다는 것은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문서의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헨리는 “그 문서는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거기 적힌 것은 (가사가) 탄생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긴 기타 솔로와 시적인 가사로 유명하며 지금도 매년 수억 번씩 스트리밍되고 있는 호텔 캘리포니아는 1976년 발매되었고, 미국에서만 3500만장 이상이 팔려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이 됐다. 가사가 유난히 난해하고 은유적인 내용이 많아 처음부터 가사의 함의에 대한 여러 추측이 등장했다. 2007년 헨리 본인이 “호텔 캘리포니아는 한밤중에 차를 타고 엘에이로 가다가 영감을 얻은 곡이며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어떤 이는 호텔의 H가 헤로인을, 캘리포니아의 C가 코카인을 의미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이는 “You can check out any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라는 구절을 예로 들면서 “절대로 떠날 수 없다”라는 표현이 마약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졌을 당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호텔 캘리포니아는 없었다.

이날 돈 헨리는 문서 도난 사건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내용도 증언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는 1980년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미성년자 성매매와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되었다. 당시 헨리는 “그룹 해체에 따른 시련을 잊기 위해 코카인을 복용”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성매매는 부인했다. 1981년 헨리는 사소한 미성년 범죄에 경미하게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보호관찰과 2500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마약 소지 혐의를 기각하기 위해 마약 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했다.

2013년 1월 19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선댄스 영화제에서 기자회견 후 이글스 멤버(왼쪽부터) 티모시 B. 슈밋, 돈 헨리, 글렌 프레이, 조 월시가 사인이 담긴 기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6일 미국 뉴욕에서 돈 헨리가 ‘호텔 캘리포니아‘의 친필 가사 초안 등이 든 문서 도난 사건 재판에서 증언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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