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병원이면 퇴원시켰을텐데”… 공공병원, 최후보루로

노지운 기자 2024. 2.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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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진료 거부에 나선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8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114개 공공병원이 평일 연장근무, 주말·휴일 근무에 나서는 등 비상 진료에 나섰다.

의료 위기 시 최후방을 지키는 '보루'로서 공공병원이 그나마 의료 공백 사태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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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여파로 환자들 몰려
의료진 “최선다해 버티려고 노력”
장기화땐 ‘한계상황 봉착’우려도
대전 80대 응급실 뺑뺑이 사망
의료 취약 지방부터‘대란’ 조짐
잠깐 휴식…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파행 7일째인 2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한 의료진이 의자에 앉아 격무에 지친 몸을 잠시 쉬고 있다. 백동현 기자

지난 20일부터 진료 거부에 나선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8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114개 공공병원이 평일 연장근무, 주말·휴일 근무에 나서는 등 비상 진료에 나섰다. 하지만 지방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례가 나오는 등 의료 현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7일 오전 10시쯤 시립병원인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은 진료 시작 1시간 만에 1∼3층 접수창구가 모두 포화 상태가 됐다. 의료 공백 사태로 평소보다 30∼40% 많은 환자가 몰리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한 환자 보호자는 “다른 대형병원이었으면 중환자실 환자도 퇴원해야 할 상황이었을 텐데, 여긴 그렇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곳 중환자실 보호자 장모(81) 씨도 “남편이 투석을 계속 받아야 할 정도로 중환자인데 다른 병원이었다면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공병원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줘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의료 위기 시 최후방을 지키는 ‘보루’로서 공공병원이 그나마 의료 공백 사태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 만난 이모(82) 씨는 “코로나19 당시에도 남편이 이곳에서 수술을 받아 신뢰와 믿음이 있다”며 “파업이라 걱정했는데 차질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간호사는 “최선을 다해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공공병원 역시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시설이 부족해 의사 집단행동이 길어지면 공공병원의 역할도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공공병원 중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곳이 많지 않다”며 “현재 (공공병원) 의사들도 번아웃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공공병원이 크고 튼튼했다면 정부가 마음 놓고 정책 수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는 경환자만 와도 허덕이는 상황이라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하도록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취약지인 지역병원 현장은 의료 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정보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이날 오전 8시 기준 영동권 거점병원인 강릉아산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뿐만 아니라 일부 중환자실도 환자를 못 받고 있다. 이곳에서 차로 각각 15분, 12분, 40분 떨어져 있는 강릉의료원, 강릉동인병원, 동해동인병원 모두 일부과목 중환자실 이용이 불가하다고 안내되고 있다. ‘병실 뺑?R이’를 돌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대전에서는 응급실 7곳을 뺑뺑이 돌던 80대 환자가 숨졌다.

수술을 50%까지 줄인 빅5 병원은 현장에 있는 전임의와 교수마저 ‘연쇄 집단행동’에 나설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피로도가 높아진 남은 의료진마저 병원을 이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다음 주 (계약 만료되는) 전임의까지 떠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임신부는 “3월 둘째 주 제왕절개수술이 잡혀 있고 그전까지 외래가 잡혀 있는데 병원에서 외래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지운·김린아·조율·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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