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트럭을 보내고 있는가?[스경X이슈]

스포츠팬들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경기 관람자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를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장의 불합리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적극적인 참여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축구계 현장에 등장한 ‘트럭’들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는 K리그 울산HD 서포터스 ‘처용전사’가 준비한 트럭시위가 진행됐다. 트럭에는 ‘K리그 감독 국가대표 선임 논의 백지화’,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장난감이 아니다’는 등 항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가 열린 다음 날엔 수십 개의 근조화환이 축구회관으로 향했다.
울산 서포터스는 전날에도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한다’는 성명문을 통해 “KFA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처용전사는 26일 시위 트럭을 HDC와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더플라자 호텔 등에도 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후 이어지는 대표팀 후임 감독 논의 과정은 ‘비상식’적이었다. 협회는 충분한 논의와 숙의 없이 성급하게 K리그 감독 중에서 ‘빼가는’ 이상한 결론을 너무 쉽게 내리려고 했다. K리그 팬들은 빠르게 반응해 트럭 시위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전력강화위원회는 우선 임시 사령탑으로 3월에 열리는 2026 월드컵 2차예선 2경기를 맡기기로 방침을 바꿨다. K리그 감독이 아닌 지도자 중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27일 회의를 통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6일 프로농구 부산 KCC의 모기업인 KCC 서울 본사 앞에도 트럭이 등장했다. 트럭에는 ‘선수 육성 관심 없고 주전 혹사 몰빵 농구’ ‘주먹구구 구단 운영 이제 그만’ ‘감독과 단장의 임기는 철밥통인가’ ‘해마다 망하는 용병 농사 스카우팅 전문 인력 보강하라’ 등의 문구가 담겼다.
KCC 팬 커뮤니티중 한곳인 KCC 이지스 갤러리 회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며 구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감독과 단장 동반 퇴진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장기적 비전 없이 주전을 혹사하는 농구로 성적을 내려한다는 비판을 해왔던 KCC 팬들은 트럭으로 다시 한번 자신들의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스포츠 팬들은 이제 투명하지 못하거나 불합리한 단체와 구단의 행정을 외면하지 않는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낸다.
비용을 지불하고 경기를 보는 팬들은 당당히 스포츠의 한 구성원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구단과 리그 운영 단체, 선수들은 팬과 더욱 긴밀히 소통해야 함은 물론이다.
팬들은 과격하게 목소리를 높이기만 할까. 그들은 ‘푸드 트럭’을 보내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와 구단을 향해 감사와 사랑을 표할 줄도 안다. 스포츠 현장은 시위 트럭이 아닌 팬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트럭을 얼마든지 맞이할 수 있다. 주최 단체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과 선수들의 진심어린 노력과 투혼에 팬들은 언제든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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