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덕수궁 ‘고종의 길’

2024. 2. 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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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사색의 길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의회 건물 사이로 들어서면 묘한 정적이 감돈다.

그때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덕수궁은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덕수궁 선원전과 미국대사관 관저 사이의 좁은 길을 걸어 걸어 정동공원에 있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다.

약 110m 정도의 길은 시청 옆과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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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사색의 길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의회 건물 사이로 들어서면 묘한 정적이 감돈다. 바로 옆 대로는 차로 가득한데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 골목에 있는 건물 때문일 것이다. 왼쪽은 덕수궁, 오른편은 세실극장, 대한성공회 주교좌 성당, 그리고 정면은 영국대사관이다. 궁궐과 성당이 주는 특유의 적막과 정숙함이 느껴진다.

세실극장과 달개비

세실극장 건물에 달개비라는 한정식 식당이 있다. 세미나, 단체 모임 등도 자주 열리는 곳이다. 달개비는 한해살이풀로 ‘닭의 장풀꽃’이라 불린다. 모양이 닭 벼슬을 닮아서다. 주로 햇빛 좋고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는데, 생명력이 강해 극한 가뭄이 오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물을 땅 위로 공급하여 땅을 살려준다고 한다.
해서 이 집 역시 음식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공간이 되기를 기도하며 지은 이름이라도 한다. 다양한 정식과 전통주가 있으며 죽 조찬, 밥 조찬은 가격대가 합리적이다. 이 달개비에 바로 ‘통배 김치’가 있다. 팔각형 통배 안에 백김치를 넣어서 만든 동치미인데 모양과 맛이 일품이다.

세실마루에서 본 덕수궁과 시청 앞

세실극장 옥상은 세실마루로 개방된 공간이다. 이곳에 올라서면 덕수궁, 시청앞 광장, 성공회 주교성당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이 등장한다. 1890년 인천을 통해 서울로 온 영국성공회의 찰스 존 코프 주교와 사제 5명이 한국에서의 성공회의 시작이다.
이 터인 한옥집에 장림성당을 차렸다. 그리고 1922년 트롤로프 주교가 영국인 건축가 아더 딕슨이 설계한 성당 건축에 들어갔다. 로마네스트 양식으로 건물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형태이다. 하지만 1926년 자금 사정으로 건축은 중단되었다.

성공회

해서 트롤로프 주교는 애초의 이름인 ‘성모 마리아와 성 니콜라스 성당’ 대신 ‘예비 대성당’이라 명했다. 그런데 1993년 아더 딕슨의 고향 영국 버밍엄에서 성당 설계도가 발견되어 1996년 원래의 모습대로 성당은 완공되었다.
성당 옆은 영국대사관이다. 영국대사관이 이 터에 자리한 것은 1884년이다. 그때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덕수궁은 작아지기 시작했다. 영국대사관, 성공회 성당과 그 안에 이축한 경운궁의 교육기관으로 영친왕 이은도 수학한 양이재, 미국대사관, 그리고 정동길 중명전이 있는 공간까지다.

영국대사관

이 영국대사관 정문 옆에 작은 길이 있다. 바로 ‘고종의 길’이다. 이 길은 이름처럼 당당한 ‘제왕의 길’은 아니다. 오히려 비극적인 조선의 마지막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소다.
1895년 경복궁에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난다. 하루하루 생명의 위협을 받은 고종은 1896년 2월11일 새벽, 러시아 수군의 보호아래 세자와 극비리에 궁녀들이 타는 교자를 타고 경복궁 영추문을 나선다.

(좌로부터)경운궁 양이재, 덕수궁 보행길, 덕수

그리고 덕수궁 선원전과 미국대사관 관저 사이의 좁은 길을 걸어 걸어 정동공원에 있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다. 바로 아관파천이다. 이 ‘피난길’을 복원해 ‘고종의 길’이라 명명했다. 약 110m 정도의 길은 시청 옆과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을 연결된다. 산책과 사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조용한 길’이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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