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동산 투자, 아파트 매도 물량 주목하라
매도 물량 많은 지역일수록 가격 낮아질 수 있어
(시사저널=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새해 주택시장을 보면 매매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거래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2023년 1월 4주째부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4년 2월 12일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전국 -0.04%, 서울 -0.03%, 경기 -0.0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하락 폭이 다소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실제 아파트 매매가격 변화는 어떨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로 가보자.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헬리오시티는 총 9510가구에 이르는 대형 아파트 단지다.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 심해
2019년부터 2024년 1월27일까지 33평 아파트의 매매금액을 보면 2019년 16억원에서 시작됐다. 이후 20억원 이상으로 상승한 이후 최고가격 23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상승하던 가격은 2022년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저가가 15억8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최고가 대비 8억원 하락했다. 2023년부터는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했다. 2023년 최고가는 21억3000만원이었다. 회복세를 보이던 가격은 다시 하락해 2024년 1월 19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3년 최고가 대비 2억3000만원 하락한 상황이다. 현재 호가 기준으로 최저가는 19억2000만원 수준이다.
개별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가파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실제 거래가격을 보면 매매가격지수와는 다른 느낌이다. 2023년 회복하던 가격이 최근 들어 다시 하락하고 있다. 향후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전망을 하기 위해서는 가격 변화도 의미가 있지만 거래량이 중요하다. 거래량을 보자. 줄어들던 거래량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4년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268건(2월20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441건 증가했다. 다시 2000건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남은 신고기간을 감안하면 증가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시장 변동 원인은 무엇일까.
재화 시장의 가격과 거래량은 수요와 공급으로 변동된다. 수요·공급이 증가하거나 반대로 감소할 때 시장 변화가 일어난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가격은 하락하고 거래량이 증가했다면 시장 변동 원인은 공급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하지만 거래량은 증가한다. 어떤 주택의 공급이 증가했을까.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도 물량이다.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으면 공급이 증가한다. 최근 아파트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1월말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7850호로 2023년 12월말 7만5000호 대비 2733호 증가했다. 아파트 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누가 매도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매도인 현황을 나이별로 구분하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60세 이상 아파트 보유자들의 매도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60세 이상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주택보유율이 높고 투자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또한 상대적으로 아파트를 장기 보유하고 있다.
60세 이상 아파트 보유자들의 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능하면 주택을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매도 물량에, 즉 공급에 따라 향후 집값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아파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60세 이상의 매도 물량 증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도 물량 증가가 추세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도 물량이 많아지는 지역일수록 집값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지역별 매도 물량의 변동 폭에 주목하는 이유다.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의 표준편차를 지역별로 계산하면 가장 높은 지역은 동작구다. 다음으로 구로구, 동대문구, 관악구, 서대문구, 강북구, 강서구, 은평구 순이다. 강남 3구 중에서는 송파구가 가장 높다. 표준편차가 높다는 의미는 매도 물량 변동 폭이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은 매도 물량 증가 가능성이 크고 향후 가격 하락 폭도 커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금리가 인하된다고 주택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 금리가 인하돼 수요가 증가해야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재건축 활성화 정책이 나와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가격이 상승한다. 금리가 아무리 인하돼도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수요와 공급이다.
'양떼효과'는 주의해야
2024년 한국 주택시장은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공급, 즉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파트를 파는가에 따라 집값이 결정될 것이다. 아파트 매도 물량을 주목하는 이유다. 매도 물량을 예상할 때 매도자들의 심리적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양떼효과'다. 양떼효과(herding effect)는 무리에서 떨어지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양들은 우두머리 양이 선두에서 지휘하면 모두 우두머리 양을 따라나선다고 한다. 흥미로운 현상은 우두머리를 그대로 따라 한다는 점이다. 모두 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추가적인 매도 물량 증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2024년 첫 한국 주택시장 풍경은 매도 물량, 즉 공급 증가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파는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매도 물량 증가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집은 사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는 사람이 있다. 또 다른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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