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 우승컵을 받은 슈퍼스타라고 해도 법은 돈, 지위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알베스 유죄 판결 의미

김세훈 기자 2024. 2. 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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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재판에 참석한 다니 알베스. AP연합뉴스



“43개 우승컵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징역형을 내린 것은 올해의 재판이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뒤 최근 4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는 전 브라질대표팀·바르셀로나 수비수 다니 알베스(41)에 대한 스페인 언론과 법조계 종사자, 정치권이 내놓은 반응이다.

지난 25일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는 “알베스 강간 유죄판결에 스페인 언론들은 ‘올해의 재판’으로 보고 있다”며 “스페인에서 엄청난 순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전 브라질과 바르셀로나 오른쪽 수비수 출신인 알베스는 성폭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지난주 4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석방된 뒤에도 추가로 5년 동안 감시를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알베스는 총 9년 6개월 동안 피해자와 의사소통을 해서는 안 되며 1㎞ 이내로 접근할 수도 없다.

알베스는 바르셀로나, 세비아,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연령대별 브라질 대표팀 등에서 총 43개 우승컵을 챙겼다. 세계 축구에서 우승컵을 가장 많이 챙긴 선수 중 한 명이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챙긴 주요 우승컵 숫자도 43개다.

알베스는 2022년 12월30일 바르셀로나 한 나이트클럽에서 23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카탈루냐 대법원은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붙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움직일 수 없게 한 뒤 성폭행했다”며 “피해자는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알베스는 이를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디애슬테틱은 “43개 주요 우승컵을 안겨준 선수인 알베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획기적인 순간을 의미한다”며 “2022년 8월 스페인에서 획기적인 새로운 법이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이목을 끄는 성폭행 유죄 판결로 스페인에서 성폭행을 이해하는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법은 ‘성적 자유의 포괄적 보장에 관한 법률(Ley de Garantia Integral de Libertad Sexual)’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오직 예라고 해야 예다’라는 뜻의 ‘solo si es si’ 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본인 의사가 자유롭게 명확하게 표현된 뒤에야 동의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게 골자다.

알베스 사건은 2016년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 열린 축제 기간 중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성폭행한 ‘라 마나다 사건’을 두고 엄청난 논란이 일어난 뒤 나온 일이다. 당시 스페인 사법 체계는 처음에 이들에게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법 개정을 요구했고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런 과정이 알베스 사건을 처리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클럽 화장실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녹음이나 기타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진술과 증거를 신뢰했다. 검찰은 알베스가 브라질로 도피할 것을 우려해 재판 전 구금을 실행했고 재판 중 증언할 때에도 피해자 신원은 익명으로 유지했다. 법원은 “고소인이 교묘하게 춤을 췄다는 사실, 피고인에게 엉덩이를 가까이 가져갔다는 사실, 심지어 피고인을 껴안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고소인이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동의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며 “성관계에 대한 동의는 성관계 전이나 도중에도 항상 제공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알베스가 재판 판결을 확인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금 15만 유로를 지불하려고 했으나 검찰이 거부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인 에스터 가르시아는 “나는 매우 많은 성폭력 사건을 다뤘는데 이번 형량은 20년여 만에 나온 가장 낮은 형량”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14개월 전 사건 이후 직장생활을 하지 못했고 불안으로 인해 치료도 받고 있다. 감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알베스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했고 대중으로부터 가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했다. 디애틀레틱은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강력한 남성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끝났다고 말한다”며 “이제 개인의 돈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전 평등부 장관인 아이린 몬테로는 “이번 선고는 성의 자유와 동의를 중심에 두는 페미니즘 투쟁의 결과”라며 “면책은 끝났다. 오직 예스만이 예스”라고 말했다.

알베스가 4년 내내 감옥에서 복역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알베스는 2023년 1월 20일 체포된 이후 감옥에 수감돼 이미 1년을 복역한 것으로 간주된다. 모든 항소가 접수되고 최종 선고가 내려지면 알베스는 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 형기의 3분의 1 또는 절반 이상을 복역한 후 1년에 36일 동안 좋은 행동을 한 경우에는,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이르면 7월 감옥에서 나올 수도 있다.

스페인 ‘마르카’는 26일 “다니 알베스의 브라질 고향 주아제이루에 세워진 동상이 대중에 의해 훼손됐다”며 “그들은 불명예스럽다면서 이 동상을 철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마르카 제공



스페인에서 축구 선수에 대한 유죄판결이 과거에도 있었다. 전 스페인 21세 대표팀 공격수 산티 미나는 2017년 6월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2022년 5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소속팀 셀타 비고 계약은 8월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했다. 미나는 항소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다. 전 스페인축구연맹(RFEF)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는 지난해 여름 여자 월드컵 우승자 제니퍼 에르모소에게 원치 않는 키스를 한 후에도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했다. 그는 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항상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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