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건강학 <286>] 사이코패스와 함께 살기, ‘반사회적 인격 장애’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4. 2. 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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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친한 사람이 엉뚱한 말을 하면 '너 참 이상해, 사이코패스(Psychopath) 같아'라는 농담을 하고는 한다.

정신의학적으로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도덕적인 행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행동 장애(품행 장애)로 나뉜다.

전 인구의 1%가 이런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뇌를 가졌고, 이들 중 사회 상류층, 정치인, 최고경영자(CEO), 군인, 경찰, 교수, 스포츠 스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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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친한 사람이 엉뚱한 말을 하면 ‘너 참 이상해, 사이코패스(Psychopath) 같아’라는 농담을 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정신의학적으로 엄밀하게 틀린 말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말 자체도 ‘정신의’라는 뜻의 접두어 ‘psycho’와 ‘어떤 질병 또는 이상’을 뜻하는 접미어 ‘path’가 결합된 단어다. 어원을 보면 ‘정신 질환’ 같은 의미로 사이코패스 자체는 상식과 달리 질환명이 아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가정의학과 교수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정신의학적으로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도덕적인 행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행동 장애(품행 장애)로 나뉜다. 정신 질환을 분류하는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판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법적 제재를 받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해도 죄책감이 없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해도 공감 능력이 없어서 전혀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속이고, 사기를 친다. 충동적이어서 미리 인생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신체적 싸움을 반복한다. 이런 증상은 보통 15세 이전에 나타나며 18세 이후 성인까지 지속된다.

다른 정신 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이런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유전적인 요소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징적으로 감정과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측두엽이 발달돼 있지 않고, 인간의 감정 및 의사 판단, 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담당하는 부위인 섬엽 및 대상회에서 이상을 보인다. 즉 뇌 자체가 다른 것이다. 환경적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비일관적인 양육이나 학대, 착취, 폭력, 유기를 지속적으로 경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범죄자 중에서 나타난다고 여겨왔지만, 최근 뇌 영상 연구의 발전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 인구의 1%가 이런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뇌를 가졌고, 이들 중 사회 상류층, 정치인, 최고경영자(CEO), 군인, 경찰, 교수, 스포츠 스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 사이코패스는 싫어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존재다. 당신의 상사일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사이코패스의 과단성, 냉혹함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기도 하다.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학설과는 달리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 중 일부는 치료 전문가와 협력 관계를 맺고 호전돼, 경쟁적인 직종에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관찰됐다. 또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나이 들며 스스로 행동을 교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반사회적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잘못된 행동이 자신의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치료할 때는 양심, 죄책감, 후회를 불러일으키기보다 친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이익과 물질적 가치에 초점을 두는 것이 행동 교정에 효과적이다. 즉 양심에 호소하기보다는 경제적 이익에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을 끌어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동반된 정신과 증상에 따라 정신과 약물을 같이 써 볼 수도 있다.

양육 과정에서의 폭력이나 착취, 학대가 성인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폭력과 학대, 따돌림을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은 범죄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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