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홍시, 마음 덥혀주듯… 나눔의 극 지향"

유혜인 기자 2024. 2. 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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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던 유학자 백호 윤휴의 일대기
지역·인물극은 흥행 못해 기피작…"국민 먼저 돌보는 정세 되길"
극단 홍시, "까치 겨울나기 위해 감 남기는 것처럼 나누는 예술 펼칠 것"
극단 홍시 이종목 대표·신정임 연출가
지난 25일 극단 홍시가 대한민국 연극제 대전대회에서 '사문난적' 연극을 하고 있는 모습. 대전연극협회 제공

문화와 예술은 '변화'라는 힘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천천히 젖어 들어가 여운을 남기고, 이상(理想)을 그리게 한다. 특히 무대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연극은 그 힘이 더 세다. 관객들은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켜 과거를 반성하고 앞날을 다짐하는가 하면, 당대와 현대 정치·사회상을 다채롭게 해석하기도 한다. 극단 홍시는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연극을, 예술을 만든다. 이종목 극단 홍시 대표와 신정임 연출가를 만나 연극 '사문난적'과 극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역극이나 인물극은 흥행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남들이 기피하는 지역 인물극, 더구나 사극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신 연출가) "흘러간 역사는 시대를 말해주고 우리는 그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미래를 설계해 현재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역사가 잘려 나가고 사실이 아닌 내용이 서술돼 행간의 내용을 잘못 해석하고 이해한다면, 앞으로 제대로 된 미래 설계를 할 수 있을까요? 대전의 역사적인 인물 하면 대부분 우암 송시열을 꼽습니다. 윤휴는 송시열과 당대 이름을 함께 올렸던 대학자였지만, 300년간이나 그 이름이 지워졌어요. 단재 신채호 선생이 뤼순 감독에서 요청한 물품으로 백호집을 올리면서 윤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죠. 우리는 지역의 역사나 소외된 인물처럼 잊혀져 가는 이들을 재조명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신정임 연출가. 대전연극협회 제공

◇사문난적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 연출가) "작품 속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백성들이 기근으로 힘들어한다.' 백성들에겐 효종이 상복을 1년 입는지, 3년 입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장 밥 먹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도 백성을 돌봐야 하는 이들이, 기득권을 위해 몇 년을 싸우기만 합니다. 과연 지금의 시대는 좀 다를까요? 윤휴를 죽인 그때의 조선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얼마나 다른가요? 이 연극은 다른 생각과 다른 이상을 소유한 인간이 주류 세력에 의해 말살당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묻죠. '과연 우리는 현대의 윤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인가?' 저희는 과거와 현재가 좀 다르길 바랍니다. 기득권 싸움이나 탁상공론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을 돌보는 바른 정세가 이어지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극을 펼칩니다."

대한민국 연극제 대전대회 '사문난적' 포스터. 극단 홍시 제공

◇대한민국 연극제 대전대회를 준비하며 힘든 점이 있나요.

(이 대표, 신 연출가) "창작은 고통의 연속이에요. 지난해 만들어진 연극이지만, 초연을 끝내고 대본을 수정했습니다. 여러 피드백을 받아 더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그리고 연극제를 위해 연습을 하면서도 작고 세세한 대사나 연출들을 계속 수정해 나갔어요. 10번쯤 바꿨을까요? 경연에 들어간다는 건 '1등', '최고'라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거잖아요. 저희뿐 아니라 다른 극단들도 모두 최선을 다할 겁니다. 200%를 채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거죠. 사실 대전대회 개막작인 만큼 부담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모든 스태프가 온 힘을 다해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요."

연극 사문난적 무대 모습. 대전연극협회 제공

◇홍시는 어떤 극단인가요.

(이 대표) "홍시는 '나눔'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옛 어른들은 겨울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 일부는 따지 않고 남겨뒀다고 합니다. 까치밥이라면서요. 온갖 새들이 날아와 그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그들의 겨울나기를 응원하는 거예요. 저희는 몸이 불편하신 중증장애인분들을 찾아 낭독 공연도 하고,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연극을 합니다. 홍시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 생생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이종목 배우 겸 극단 홍시 대표가 연극 '사문난적(斯文亂賊)' 백호 윤휴 역을 맡았다. 대전연극협회 제공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할 건가요?

(이 대표) "지역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외면 받아요. 대전 사람조차 관심이 별로 없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래도 저희는 그 이야기를 그려요. 인간의 가장 가까이에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려고 하니, 저희에게 가장 가까운 건 대전이고 대전 인물이잖아요.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지역이나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삶을 그릴 예정이에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좋은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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