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대서사를 담아내는 방법 '레미제라블'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신진아 2024. 2. 2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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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을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일컫는다. 이 작품들은 1980년대에 영국에서 제작돼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다채로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의 대규모 프로덕션으로 제작돼 '메가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시작은 프랑스의 위대한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사가 알랭 부블리와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가 프랑스에서 발표한 콘셉트 앨범이었다. 이를 영국의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로열셰익스피어극단과 함께 뮤지컬로 제작해, 1985년 10월 8일 런던 바비칸극장에서 트레버 넌의 연출과 존 내피어의 무대디자인으로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그리고 런던의 최장수 뮤지컬이자 뮤지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 중을 하나로 웨스트엔드에서 지금도 공연이 올라가고 있다.

'레미제라블'의 매력은 이야기하듯이 펼쳐내는 음악, 주제를 절묘하게 담아낸 무대, 선명하게 빌드업되는 캐릭터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방대한 원작 소설의 서사를 뮤지컬의 형식으로 단단하게 담아낸 구성이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원작은 프랑스의 위대한 문호 빅토르 위고가 1845년부터 1861년까지 총 16년간 약 63만 단어로 씌여졌으며, 번역본 기준으로 2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다. 60여년간의 프랑스의 혁명 기간 중 1832년 6월 봉기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하층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를 뮤지컬에서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장발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압축해 3시간의 공연으로 담아내고 있다.

1막의 시작은 장발장의 가석방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발장은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 동안 죄수로 갇혀 있었다. 장발장은 자기 이름은 죄수번호 24601이 아니라 장발장이라고 이야기하고, 자베르 경감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잡혀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첫 장면에서 제시되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를 질문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연결돼 이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성당에서 은식기를 훔치다가 잡힌 장발장에게 촛대까지 내어준 신부님과의 만남 이후, 장발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공장의 사장이자 시장의 자리까지 오른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판틴의 죽음 그리고 자기 대신에 처형을 받게 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판틴의 딸인 코제트를 평생 동안 지키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죄수였던 장발장이 평생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어떻게 이타적인 인간으로 변화해가는지를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이 방대한 서사의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 뮤지컬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구성이 놀랍다. 각 인물들이 고유의 넘버들을 통해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축한다. 판틴은 ‘I Dreamed a Dream’, 장발장은 ‘Who am I’, 테나르디어 부부는 ‘Master of the House’ 등의 아이엠송을 통해 캐릭터를 드러낸다. 너무도 유명한 혁명의 노래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혁명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에포닌의 ‘On my own’은 다시 변주돼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한다. 가장 백미는 너무나도 유명한 ‘One day more’인데 혁명의 전날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들을 한 넘버 안에 절묘하게 압축해 놓았다. 원작의 방대한 서사는 음악을 통해 상징을 만들면서 압축되고, 변주를 통해 의미를 증폭시킨다.

마치 뮤지컬의 교과서처럼 다양한 기법을 통해 방대한 서사를 한 편의 공연으로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뮤지컬의 묘미이며, 이 과정에서 주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완성됐다는 점에서 진정한 명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장발장을 쫓았던 자베르가 결국 장발장을 놓아주고 스스로의 혼돈에 빠져 자살하는 장면에서 ‘인간은 변할 수 있다’는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장발장의 이야기를 프랑스의 혁명의 이야기와 결합하여 감동과 메시지를 증폭시켜주고 있다. 역시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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