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공짜 돈의 시대는 끝났다", 그래도 버텨낸 이들의 이야기

임경업 기자 2024. 2. 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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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The era of free money is over, and unicorns are paying the price(공짜 돈의 시대는 끝났고, 유니콘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올해 2월 미 경제지, 포춘의 표지입니다. 왼쪽 사진이냐고요? 아뇨. 오른쪽 사진이 2024년 2월의 표지. 왼쪽 사진은은 10년 전인 2015년 2월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유니콘의 부상, 그리고 혹한기 끝에 결국 유니콘 시체(corpse)가 남았다는 비유입니다. Unicorn과 Unicorpse라는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죠.

‘오늘날, 그 유니콘은 돌아왔지만, ‘유니콥스’로 뒤틀렸다. 이 두 커버는 지난 십년을 양 끝으로 하여, 공짜돈이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급속도로 1조 가치에 도달하게 했던 시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시대는 끝났고 많은 유니콘들은 이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Today, that unicorn returns, but with a twist—it’s a unicorpse. The two covers bookend the last decade—a period in which free money fed a wild herd of startups that measured success by the speed at which they reached billion dollar valuations. But that era has ended, and many unicorns are now paying the price for their growth-at-any-cost approach.)”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포춘 기사의 인트로입니다. 하지만 쫌아는기자들의 시선은 좀 다릅니다. 과연 그 돈이 공짜였을까요. 아뇨,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공짜인 것처럼 시장에 돈이 넘치긴 했지만, 그 돈은 지분과 대가를 받고 들어온 돈이었습니다. 넘치는 돈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장의 분위기였지만, 스타트업들이 무임 승차를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시장의 규칙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냉소로 ‘거봐, 그때 왜 그랬어’라고 바라보기만 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혁신과 사업에 도전하는 이들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쫌아는기자들의 시즌 11은 2022년 본격적인 스타트업 혹한기가 오기 직전, 혹은 직후 만났던 창업자들을 다시 만납니다.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로 바뀐 스타트업 씬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존의 방법을 찾았는지, 구조조정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기술 개발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찾고 있는지 등.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전 인터뷰를 기반으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업데이트합니다. 냉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살아남기로 했는지’를 기록합니다. 이를 독자들과 나누는 것이 쫌아는기자들의 몫입니다.

◇마이리얼트립, -99%에서 살아남아 시리즈F로... “BEP 돌파, 오래 목표는 거래액 2조”

“작년(2020년) 1월 마이리얼트립 월 거래액이 520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4월(2020년)에 10억으로 줄었습니다. 계산해보니 마이너스 99%더군요. 사업이 정체만 돼도 스트레스인데, 99%는 뭐랄까. 비현실적인 숫자였어요.”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와 마지막 인터뷰는 2021년이었습니다. 눈앞에 -99% 지표를 보고 살아남기 위해 제주도 상품을 개발하던, 이른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시기였습니다. 약 3년이 흘러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1월 756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시리즈F. 투자사들도 화려합니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 △프랑스의 코렐리아캐피탈(Korelya Capital)을 비롯해 IMM, 알토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주주들도 모두 참여했습니다.

‘회사는 적자인데 투자 받아서 덩치만 키운다’는 비판도 이제 마이리얼트립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여름 마이리얼트립은 월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거래액 1250억원을 찍었고요. 작년 연간 1조원 거래액 기록에 이어 올해는 시리즈 F의 덩치에도 ‘더블’ 성장, 거래액 2조원이 목표랍니다. 아예 숙소 예약 수수료를 ‘0%’ 선언, 제로마진까지 선포했습니다. 여행 슈퍼앱을 목전에 둔 이동건 대표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99%를 두고 살아난 마이리얼트립은 펜데믹 이후에만 2000억원(최근 투자 포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그 기간동안 꾸준히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줬다는 이야기입니다. 투자 혹한기와 팬데믹을 모두 겪은 지난 3년, 마이리얼트립의 생존 노하우를 이동건 대표와 공유합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마이리얼트립

◇정육각, 새우도 고래를 삼킬 수 있을까요

2022년, 설립한 지 6년된 스타트업 정육각은 24년의 업력을 가진 유기농, 친환경 식품판매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했습니다. 초록마을은 수년째 적자 늪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전국 수백개 매장을 갖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정육각은 이런 초록마을을 인수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수 이후 그해 겨울, 스타트업 혹한기가 스멀스멀 시작됐습니다. ‘정육각, 500억원 단기차입, 상환 여력 있나’, ‘캐시버닝, 초록마을 무리한 인수였나’ 등의 제목과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신선육 배송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정육각의 성장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었고,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다 등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정육각과 초록마을, 두 회사의 수장인 김대연 대표는 뚜벅뚜벅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지난달부터 정육각은 채소, 과일, 곁들임 가공식품 등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했습니다. 기존 초신선 식품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신제품 40여 종을 한 달 동안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축수산에 집중돼 있던 고객 경험을 넓힌다는 겁니다. 초록마을에는 개별 상품의 무게와 소비자 가격이 연동되는 ‘정직결제’가 도입됐습니다. 정육각의 IT인프라와 개발 노하우가 도움이 됐을 겁니다. 싱가포르에도 초록마을 PB 상품이 진출했습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 주요 판매 상품의 90%가 PB 상품으로 양사는 제품 제조 능력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김재연 대표는 “두 회사의 흑자, 턴어라운드 목표까지 절반 이상 왔다”고 합니다. 정말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김재연 정육각 대표. /정육각

◇샌드박스네트워크, 구조조정 이후 약 2년 만의 분기 흑자 전환

2022년 11월 24일, 샌드박스의 구조조정 기사가 처음으로 떴습니다. 국내 최대 MCN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장을 연 샌드박스의 ‘휘청’에 업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25일 연락을 받고 이필성 대표와 구조조정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의 마지막 워딩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손가락질하면서 ‘왜 그렇게 했어!’라고 묻지만 잘 살아남고 증명해서 ‘우리 그렇게 허술한 놈들 아니었다’고 보여줄 거예요.”였습니다.

약 2년이 지난 최근, 샌드박스가 작년 4분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잠정 실적 집계 결과 2023년 12월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월 단위 흑자를 달성한 것 뿐 아니라, 2023년도 4분기 흑자 8억원을 달성하며 2017년 이후 6년 만에 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아동 주력 출판 사업에서 연 평균 60권 이상 도서를 발간했고, 크리에이터 ‘백앤아’, ‘빨간내복야코’, ‘뚜식이’ 등 어린이 도서가 매번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크리에이터 IP 기반 사업 확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데요. 고통스러웠던 구조조정과 그 극복 과정을 이필성 대표에게 듣기로 했습니다.

이필성 샌드박스 대표. /샌드박스

◇강남언니, 한국도 아닌 일본서 60배 성장

60배 성장, 작년 6월 기준 강남언니(힐링페이퍼)의 일본 사업 성장 지표입니다. 일본 이용자가 강남언니를 통해 한국 혹은 일본 병원을 선택한 수 기준입니다. 한국도 아니고 일본에서 거둔 성과죠. 현지 1위 성형외과 정보, 중개 플랫폼 1위도 강남언니 입니다. 작년 기준 강남언니 총 이용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강남언니로 병원을 선택하는 유저의 5명 중 1명은 일본인입니다. 이제 일본 사업이 한국 사업의 25% 수준까지 성장한 셈이죠. 최근 기세는 더욱 무섭다고 합니다.

강남언니의 일본 진출 초기, 홍승일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홍 대표와 현지 사업을 총괄하는 임현근 총괄이 ‘일본 성형 시장을 알려면, 우리가 체험해야 한다’며 여러 병원을 돌면서 보톡스 등 시술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이제 본격적인 일본 진출의 수확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죠.

강남언니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의료 사업자들과의 갈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던 덕분일까요. 이달초 취임한 오주영 중기부 장관은 “글로벌 규제를 들여다보는 과 외에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나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처럼 신산업 분야 벤처기업만을 전담해 지원하는 과도 신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남언니의 본격적인 진격이 시작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승일 강남언니(힐링페이퍼) 대표. /강남언니

◇가우디오랩, MS 나델라의 관심을 끈 AI 소리 기술

이번 CES 2024에서 주목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MS의 사티야 나델라 CEO가 찾은 한국 스타트업 부스죠. 나델라 CEO가 CES 전체를 둘러본 것이 아니라, 실무진들이 사전 탐사를 한 이후에 추천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콕 찝어서 가우디오랩 부스를 온 것이죠. 특히 나델라 CEO는 이미지 입력에 대응되는 효과음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폴리’(FALL-E)’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오픈AI의 DALL-E와 비슷하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최근, 오픈 AI의 영상 생성 AI ‘소라’ 공개와 함께 가우디오랩도 폴리를 공개했습니다. 소라의 영상에 맞춰 100% AI가 만든 소리를 넣은 것이죠. <영상> 이번 MWC 2024에서 실시간으로 소음을 제거하거나 목소리를 강화하는 등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저스트보이스’, 실시간으로 원곡 음악을 노래방 음원으로 바꿔주는 ‘가우디오 씽’(Gaudio Sing) 등을 시연할 계획이랍니다. 이른바 딥테크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과 숙성의 시간을 지나, 본격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기술 개발의 시간을 어떻게 견뎠고, 기술의 사업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가우디오랩의 오현오 대표를 만나봅니다.

CES 2024의 가우디오랩 부스와 팀원들. 가장 왼쪽이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가우디오랩

◇리브스메드, 바늘귀를 통과를 앞둔 낙타 같은 바이오 스타트업

리브스메드는 복강경 수술 기구, 그것도 대당 40억원인 수술로봇 ‘다빈치’를 대신할 수 있는 일회용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을 만듭니다. 복강경 수술의 비싼 비용, 보험 적용의 문제, 다빈치 로봇을 운용할 인력의 제한 등....다빈치 수술 로봇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 의료 기구죠.

병원 등 의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과 기업이라 널리 알려지진 못했지만, 리브스메드는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 간 국내외 인허가를 약 80여 개 획득, 미국과 독일의 리브스메드 해외 법인 및 36개 대리점을 통해 5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답니다. 최근엔 기존 8mm 기존 제품 라인업에서 더 섬세한 수술이 가능토록 하는 5mm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최근 알려진 기업가치는 8800억, 작년 말 700억원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의대 교수를 포기하고 나와 스타트업 대표가 된 이정주 대표를 약 2년여만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정주 리브스메드 대표. /리브스메드

◇스푼, ‘홀로서기’ 선언 이후 2년 연속 흑자, 영업이익률 14%의 비결은

스푼은 2021년 적자가 195억원에 달했습니다. 스타트업 혹한기가 오기 전부터 주변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이제 비용을 줄여서, 외부 투자가 없이도 홀로서기 가능한 스푼을 만들겠다고”고 했었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이 만난 최 대표는 “투자를 받으면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어깨에 벽돌이 하나씩 더 얹어진 기분”이라고 말하는, 투자의 무게를 아는 창업자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스푼이 최근 경영 지표를 공개했습니다.스푼은 2023년 매출액 455억원, 영업이익 63.5억원, 당기순이익 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영업 흑자고, 영업이익률도 14%에 달합니다. 해외 매출은 2년간 국내를 뛰어넘어 전체 매출 비중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일본에 이어 최근 대만 시장도 본격 진출했습니다. 글로벌 가입자 수는 2023년 5월 기준 한국과 일본, 대만 3개 국가에서 2000만명을 달성했습니다. 2년의 뼈를 깎는 시간 동안 스푼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최혁재 스푼 대표. /스푼

◇메이크스타, K팝의 파죽지세에 올라타다

K팝 굿즈 제작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메이크스타’는 2022년 이후 위기와 거리가 먼 스타트업일지 모릅니다. 2020년 이후 메이크스타의 매출은 거의 매년 전년 대비 2배씩 들어 2022년엔 4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BTS를 비롯해 K팝의 파죽지세에 제대로 올라탄 셈이죠. 남들이 보기엔 쉽게 사업이 확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시장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형 엔터사들은 상장 후 활발한 투자를 하거나, M&A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자체 팬 플랫폼과 펀딩 모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형 엔터사들이 단순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하는 일까지 회사를 확장한 셈이죠. 당연히 스타트업이 설 입지가 줄어들 위기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메이크스타는 배우 소속사를 인수해 박해일, 수애 등의 배우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도 진출을 시작했고, 중소 아이돌을 위한 여러 맞춤 비즈니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작년 예상 매출도 약 1000억원, 또 2배 성장을 이어간 것입니다. 치열한 시장에서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 것인지, 창업자 김재면 대표를 약 2년 만에 다시 만납니다.

메이크스타의 김재면 대표.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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