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여행의 처음과 끝, 사막 사파리를 가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2. 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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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12]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많은 체험 액티비티가 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사막 사파리’가 아닐까 싶다. 사막 사파리는 사륜구동차로 사막을 질주하면서 매사냥, 낙타타기등 각종 전통체험까지 할 수 있는 종합 관광 패키지다.

평소 이곳에 놀러오는 지인들이 “거기가면 뭐해야 해?”라고 물을 때 했던 대답도 “반나절 정도 시간 내서 사막 사파리를 가야지”였다. 마치 외국 관광객이 서울에 오면 남산타워를 가고 경복궁을 가듯이 말이다.

사실 두바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사막 사파리 체험 회사들은 정말 많다. 개중에는 믿지 못하는 회사들도 있고 먹튀 논란이 있는 곳도 있으며, 평가도 제각각이다. 하도 많다보니 어떤 곳의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프로그램은 잘 찾아보면 있기 마련이다. 필자 같은 경우엔 얼마전 한국에서 놀러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막사파리를 같이 가야 했기 때문에 비싸지만 어른들이 좋아하실 만한 곳으로 예약을 했다. 사막 사파리이긴 하지만 심하게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둘러보기 때문에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인 코스다.

사막사파리를 즐기다 보면 UAE 천연기념물인 아라비안 오릭스를 볼수 있다. 아라비아 반도에 넓게 서식하고 있는 아라비아오릭스는 카타르 항공에 새겨져 있는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사막의 시작은 아라비안 오릭스
우선 호텔 등 본인 거주지역에서 픽업 후 모래가 엄청 부드러운 두바이 사막으로 약 30 분간 이동하게 된다. 두바이 사막은 환경보호를 위해 여러 보존 지역이 지정돼 있는데, 그중 두바이 전체 면적의 10%를 차지하는 알 마르뭄 보존 지역 사막(Al Marmoom Desert Conservation Reserve)으로 이동했다.

빈티지 랜드로버를 타고 황금빛 모래언덕에 도착하니 전통 스카프인 구트라가 제공됐다. 그 아랍인들이 머리에 두르고 다니는 그거 맞다. 할 줄 모르니 그냥 가이드 손에 맡기면 된다. 머리에 휘휘 둘러주니 어느덧 아랍 현지인이 완성됐다.

사막 사파리 체험이라는 명칭답게 처음에는 사륜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둘러봤다. 그 안에는 UAE의 천연기념물인 아라비안 오릭스가 뛰어놀고 있었는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넓은 펜스를 쳐 놓았다. 일반인이 이 오릭스를 사냥하거나 하면 바로 감옥행이다. 대학이나 정부에서 연구 목적으로만 이 펜스 안에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베두인족과 매사냥의 추억
약 20분간 사막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베두인족의 전통마을이었다. 베두인족은 중동 지방 전역에 퍼져 있는 민족으로 UAE 현지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족이다.

도착하니 아랍 전통 커피를 웰컴드링크로 내주고, 모두 둘러앉게 한 다음 매 조련사가 매 사냥에 대한 다양한 재미있는 얘기를 해줬다. 매를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훈련시키고, 어려움은 어떤 게 있고, 매 사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등. 전통문화에 자부심이 가득한 조련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국에선 듣기 힘든 얘기라 귀를 쫑긋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예컨대 매가 사냥을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서 그걸 다 먹기 전에 조련사가 무조건 그 현장에 가서 매가 다 못 먹게 막아야 한단다. 매가 배부르면 지금까지 몇 년 동안 키워주고 재워준 정(?)도 모르고 그대로 자유를 향해 도망친다나.

매사냥은 베두인족에게 있어 단순한 사냥 그 이상이다. 그들에게 매는 친구이자 동료이자 평생을 함께 하는 반려동물이다.
그렇기에 몇 km가 됐든 수십 km가 됐든 무조건 그 현장에 가야만 한단다. 요즘에야 차가 있다고 하지만 옛날에 그런게 어디있나. 그래서 조련사의 아버지(보통 이런 직업은 대물림 된다고)도 이런 식으로 몇 년간 애지중지하면서 열심히 공들인 매를 잃어버렸다고. 물론 요즘에는 매 발에 GPS 장치를 매달아서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매 사냥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조련사가 모형 먹이를 펄럭이니 하늘 높이 솟은 매가 땅으로 폭발적 스피드를 내면서 낚아채려 하는데, 그 순간 다시 모형 먹이를 옆으로 치워버리면 다시 매가 자세를 고친 다음 하늘 위에서 다시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식이다. 매가 비행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아랍 전통 뷔페 만찬 즐기기
매 사냥 구경도 하고 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어느덧 해도 져서 깜깜해졌다. 가이드가 귀신같이 이를 알아채고 밥을 먹자고 한다. 야외 부엌 한구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사막 한복판에서의 저녁식사는 처음이다. 사막 위 하늘이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저녁식사는 뷔페로 무한정 즐길 수 있다. 양고기를 통째로 구워낸 커다란 스테이크가 인상적이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수프를 기본으로 양고기, 쇠고기, 낙타고기가 함께 하는 각종 스테이크 그리고 빵이 함께하는 식단이다. 나는 이중 평소에 접하기 힘든 낙타고기를 주로 먹었는데 약간 양고기 맛이 나는게 양고기보단 약간 질긴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맛은 좋았다.

디저트도 맛있었다. 특히 달달한 데이츠(대추야자) 시럽이 뿌려진 찹쌀 도넛인 ‘루콰이맛’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양도 무제한이다. 엄청나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음식 전반이 ‘단짠 (달고 짠)’이라 한국인 입맛에도 곧잘 맞다.

조련사 분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이분이 말하길 전체적으로 베두인족 전통음식들이 달고 짠 이유가 원래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해서 칼로리가 많이 필요해 그런 것이라고 한다.

베두인족이 자신들의 전통춤인 ‘총춤’을 선보이고 있다. 칼춤도 있으나 이날은 총을 위주로 퍼포먼스가 행해졌다.
밥을 먹는동안 한가운데에선 전통공연이 펼쳐졌다. 일명 ‘총 춤’이다. 사냥 등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베두인족이 총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추던 춤이었다나. 역시 유목민족답다.

결국 이렇게 오릭스로 시작해서 매를 거쳐 성대한 저녁식사로 끝난 사막 사파리 투어였다. 맛있는 식사와 현지인의 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같이 동행한 어머니도 참 많이 좋아하셔서 아들로서도 뿌듯한 시간이었다.

외국인이 전통가옥에서 전통 백반을 먹으면서 한복 체험 등 다양한 우리나라 전통을 즐기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즐거움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까지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요약정보

▶프로그램: 플래티넘 헤리티지 ‘두바이사막 동식물 서식지와 유적지 체험 (Heritage Safari by vintage Land Rover)’

▶제공: 사막 체험, 매 사냥, 아랍 전통 식사 등

▶특징 : 영어로 진행되기에 기본 영어회화 가능하면 좋음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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