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가 따로 없네”…샴푸만으로 머리가 쑥쑥 난다고? 무슨 일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4. 2. 2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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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전문가 이해신 KAIST 교수
‘폴리페놀팩토리’ 창업 후
볼륨샴푸 개발해 미국 출시
모발 풍성해지는 효과 기대
폴리페놀 팩토리 만든 카이스트 이해신 교수 [사진 제공 = 폴리페놀 팩토리]
머리를 감기만 해도 마치 미용실에서 펌을 한 듯 모발 볼륨이 살아난다. 반대로 곱슬머리는 샴푸만 해도 직모로 바꿔준다. 모발 이식을 하거나 가발을 쓰지 않아도 머릿 속 휑한 공간이 채워진다. 이런 ‘마법’을 부리는 주인공은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사진)다. 홍합의 접착력을 연구한 논문으로 2007년 7월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를 장식한 이 교수가 ‘뷰티업계의 마법사’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KAIST 교원 창업을 통해 ‘폴리페놀 팩토리’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홍합이 물 속 미끌미끌한 돌에 착 달라붙을 수 있는 근원 성분인 폴리페놀을 활용해 다양한 뷰티 제품을 만든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포부다. 이 교수는 “KAIST 교원 창업 기업 중 뷰티 회사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나 스스로도 뷰티 회사를 창업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폴리페놀 팩토리가 선보인 첫 제품은 ‘그래비티(Gravity)’라는 이름의 볼륨 샴푸다. 이 교수가 만든 특허물질 ‘리프트맥스 380’이 모발 내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축 쳐진 모발에 폴리페놀 보호막을 입혀주는 원리다. 보호막이 머리카락에 힘을 부여해 볼륨을 살린다. 샴푸로 머리를 감은 후 볼륨이 40% 이상 살아나고, 48시간 동안 지속된다. 이달 미국에서 처음 출시 후 상반기 내 한국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기 제품은 이와 반대인 직모 샴푸다. 곱슬머리를 샴푸만을 활용해 매끈한 생머리로 탈바꿈시킨다.

샴푸에 사용되는 물질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화장품 원료성분 목록에 모두 등재돼 있는 물질이다. 이 교수는 “같은 된장, 고추장, 식재료를 써도 요리사 실력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지 않냐”며 “주어진 원료를 배합해 기능성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사람의 손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폴리페놀은 자연에 존재하는 성분으로, 기존에도 항산화 원료나 향료 등으로 화장품에 사용돼 왔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 없다”며 “다만 리프팅, 발색 등 기존 성분을 배합해 효능을 끌어내는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제품이 상용화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테라피의 의료용 지혈제, 모다모다의 갈변 샴푸도 이 교수 손에서 탄생했다. 기술 자문과 개발 책임자 역할을 맡았을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에는 기술 책임만 맡았었지 창업은 연구자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수 만명의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과학도 과학’이라며 같이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설득해 주신 분들 덕분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폴리페놀 팩토리 신제품 개발을 이끄는 카이스트 이해신 교수(왼쪽 두번째)와 제자들 [사진 제공 = 폴리페놀 팩토리]
사업 때문에 연구에 소홀해 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이 교수는 “회사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데, 인사이트는 계속 우물을 파야지 나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연구를 해야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탈모 연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월 폴리페놀의 일종인 탄닌산을 활용해 모낭이 없는 머리카락을 두피에 심을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했다. 이 접착제를 모낭이 없는 머리카락에 묻혀 두피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을 때 세 가닥의 머리카락으로 생쥐를 들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이식이 됐다”며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더 큰 규모 임상실험이 필요한데, 회사가 성공하면 관련 기술 상용화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뷰티 기업을 표방하기 때문에 샴푸 개발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폴리페놀의 접착력을 활용한 인공 속눈썹과 손톱용 글루(접착제)도 개발했다. 네일용 글루의 경우 지난해 말 글로벌 네일 기업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교수는 “언젠가는 폴리페놀을 활용한 다이어트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며 “폴리페놀이 가진 무한한 에너지를 담아 사람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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