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송하윤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권태 극복…외로워도 행복했죠"

조은애 기자 2024. 2.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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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하윤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킹콩 by 스타쉽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서로 알면 사랑하게 된다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알아서 불편한 관계도 있다. 정작 오랜 친구에게 진짜 속내는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다.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정수민(송하윤)과 강지원(박민영)이 꼭 그렇다. 어릴 때부터 서로를 '반쪽'이라 부를 만큼 가깝게 지냈지만 그래서 더 쉽게 상처를 주고, 갈등마저도 우정이라는 틀에 가둬 해소할 기회를 잃는다. 친구란 말로 꿰려고 할 때마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둘의 관계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흔한 회귀물 이상의 드라마로 만든 큰 축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배우 송하윤은 "아직도 수민의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을 보면 당장 피해야 한다는 것만 알겠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이야기다. 20일 방송된 최종회는 수도권 기준 평균 12.5%, 최고 14.4%, 전국 기준 평균 12%, 최고 13.7%의 시청률을 나타내며 수도권과 전국 모두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제 연기와 얼굴에 대한 권태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처음 대본을 읽었는데 수민 주위에 아무도 없더라고요. 나쁜 애라는 건 알지만 '얘는 누가 지켜주지?' 싶은 마음에 제가 품기로 했어요. 감독님께도 '수민이가 버림받지 않도록 열심히 만들겠다'고 말씀드렸죠. 신기한 게 사람들이 정수민 욕은 해도 송하윤 욕은 안 하시더라고요. 다행이에요.(웃음) 1년 동안 정수민으로 살면서 미치게 외로웠는데 그걸 다 품어주신 댓글이 많아 외로움이 싹 다 가신 기분이에요."

송하윤이 연기한 수민은 지원과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절친이다. 선하고 예쁜 얼굴과 순진한 표정 덕에 지원의 삶을 망치는 건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늘 기죽어 눈치만 보는 지원 옆에서 수민은 '왕따'를 챙겨주는 착한 사람이 됐다. 그렇게 어른이 된 수민은 자신의 욕망을 더 교묘히 감추고 지원의 모든 걸 탐내기 시작한다.

"촬영하는 1년 동안 지인들과의 연락을 다 끊었어요. SNS 게시글도 다 내렸고요. 연기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조차 수민이 것이라고 생각해서 관리했어요. 즐거운 예능을 보면 해방감을 느낄까봐 일부러 안 보고 계속 스트레스를 축적하면서 수민으로 살려고 했어요. 악역이 처음이라 방법을 모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본 거예요.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다가 수민의 행복으로 쓰는 방법을 택한 거죠. 캐릭터 자체는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구든 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니까, 최대한 입체적으로 그리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지원의 회귀와 복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과 질투심에 뒤엉킨 채 평생 지원의 곁을 지킨 수민의 애증을 비중 있게 다루며 흥미를 더했다. 송하윤은 단순한 질투를 넘어 광기 어린 집착에 사로잡히는 수민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그리기 위해 프로파일러, 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얻기도 했다.

"처음 1부를 찍는데 감정적으로 너무 몰입하니까 온몸이 떨리고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이렇게는 못 버틸 것 같아서 이번엔 캐릭터와 저를 기술적으로 철저히 분리해서 연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민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죠. 이런 심리가 왜 생기는 건지 공부하긴 했는데, 사실 아직도 수민의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요. 지원이를 친구로서 사랑한 건 확실한데 미워한 것도 사실이고 정의 내리기 어려워요. 수민 입장에선 '네가 없으면 안 돼, 그렇지만 없어졌으면 좋겠어' 이게 둘 다 진심이거든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수민은 지원의 직장부터 친구, 남자, 행복까지 모든 걸 빼앗기 위해 점점 과격한 속내를 드러내다가 결국 선을 넘고 만다. 송하윤은 절친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수민의 이중적인 얼굴을 탄탄한 연기로 그리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었다. 특히 온갖 악행 끝에 체포된 수민이 교도소에 수감된 채 괴로워하는 장면은 마지막까지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 교도소 장면을 연기할 때 실제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세트장만 가도 그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너무 커서 '여기서 어떻게 살지? 더 미칠 것 같은데?' 싶었어요. 이런 곳에서 좋은 생각을 하고 착한 사람이 된다는 게 불가능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수민이는 그 안에서 왕언니들한테 얻어맞지 않으려고 잘 보이면서 나름대로 살긴 하겠죠. 아마 끝까지 자기 잘못을 모르는 상태로 영원히 살 것 같아요. 사실 지금껏 주로 착한 역할만 해서 캐릭터를 마지막회에 두고 와도 안심이 되곤 했는데, 이번엔 교도소에 두고 와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렇지만 캐릭터 자체는 안쓰럽지 않아요. 제가 수민이로 살아봤는데 현실에선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여러분도 피하셔야 돼요.(웃음)"

수민이 채울 수 없는 욕망의 끝에서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버린 사이, 송하윤의 세계는 더 넓어졌다. 앞서 '내 딸 금사월', '쌈, 마이웨이', '마성의 기쁨',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오! 영심이', '완벽한 타인' 등을 통해 주로 선하고 발랄한 얼굴로 사랑받았던 송하윤이 수민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 것이다. 송하윤의 재발견,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최대 수혜자라는 호평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데뷔 21년 만에 만난 악역이 남긴 선물이다.

"완전 아기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는데요, 최근에 저희 집에 놀러왔어요. 제가 '널 보니까 너무 좋다, 행복하다'고 했는데, 친구가 잠시 쳐다보더니 '진심이야?' 하더라고요. 눈이 무서웠대요. '진심 아닌 것 같아?' 물어보니까 '약간...'이라면서 어색해하더라고요. 악역이 모두에게 후유증을 남기나 봐요.(웃음) 그래도 저는 수민이로 살면서 얻은 게 많아요. 일단 겁이 없어졌어요. 예전엔 정말 많은 생각과 압박 속에서 연기했다면 수민이 이후로는 단순해졌고 용기를 얻었어요. 저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는데 후회해도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걸 배웠고요. 이제 수민이를 품은 송하윤이 기대되고, 제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궁금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지금이 신나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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