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아름다운 만남보다 아름다운 이별이 중요하다

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4. 2.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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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십수 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백 건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필자는 항상 의뢰인에게 "내 배우자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더라도, 그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했던 사람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내 배우자였던 사람이 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혼으로 인해 소중한 추억들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지만, 이혼 소송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의뢰인은 그리 많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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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필자는 십수 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백 건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초임 변호사 시절에는 이혼 소송이 가장 쉽다고 생각했지만, 변호사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혼 소송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이혼 소송이라는 것이 소송 상대방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하는 것이고, 승소의 결과가 결국에는 한 가정을 해체하는 것이기에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 동안 각자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결혼'으로 '부부일심동체'가 되어 함께 살아가게 되었으니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당면하게 되는 어려움, 예를 들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어려움, 한정된 수입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어려움,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어려움, 배우자의 가족들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움 등은 부부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일 것이니 다툼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아마도 그동안 TV 프로그램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결혼생활은 모두 환상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몇 달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부들이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은 결혼을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찾았고 매 순간 소중한 추억들을 쌓아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산의 고통을 함께 겪은 후 아이와 처음 만난 날, 아이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러준 날, 처음으로 우리집을 마련하여 이사한 날,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등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했던 배우자가 있었기에 행복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항상 내 옆을 지켜주며 응원해 주는 든든한 배우자가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 또는 이혼 소송을 시작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상대방의 잘못을 찾아내기에만 혈안이 된다. 바람을 피우다가 현장에서 딱 걸린 사람이라도 이혼 소송에서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바람난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면서 상대방의 가장 아픈 부분을 공격하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혼 소송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항상 의뢰인에게 "내 배우자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더라도, 그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했던 사람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내 배우자였던 사람이 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혼으로 인해 소중한 추억들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지만, 이혼 소송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의뢰인은 그리 많지 많았다.

필자는 몇 해 전에 진행했던 이혼 사건을 지금까지도 기억한다. 이혼사유와 재산분할뿐만 아니라 양육권에도 다툼이 많아 오랫동안 힘들게 진행했던 사건인데, 필자의 의뢰인이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많은 부분을 양보하여 극적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필자의 의뢰인이 가정법원을 나오면서 상대방에게 "나랑 살면서 고생 많았어."라고 멋쩍게 말을 건네자 상대방도 "우리 좋았던 추억만 간직하자."라고 말하였는데,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악감정들이 모두 풀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두 사람은 그 짧은 한마디로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였을 것이고, 이혼한 이후에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만남보다 아름다운 이별이 중요하다. 이혼을 결심하였다면 소중한 추억들만 간직하면서 상대방을 보내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의 삶과 행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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