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겠다” 대신 “살겠다”만… 값 하락 오피스텔, 월세는 고공행진

정순우 기자 2024. 2. 2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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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매매가 19개월 연속 내리고, 월세는 8개월째 오르고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 오피스텔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한 달 월세 가격이 대부분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오피스텔에 거주하려는 이들은 늘면서 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오피스텔에 대한 세금 규제와 최근 고금리 현상이 맞물리며 오피스텔 투자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반면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기피가 확산하면서 오피스텔 월세를 찾는 임차인은 늘고 있다. 이런 여파로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19개월 연속 하락한 반면, 월세는 8개월째 오름세다. ‘살겠다’(거주)는 사람은 많은데, ‘사겠다’(매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집값은 내려가고 임대료만 ‘나 홀로’ 오르는 것이다. 이는 청년층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형 오피스텔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오피스텔 공급은 더 줄고, 월세 오름세는 더 가팔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피스텔 매매 수요와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매매 끊긴 오피스텔, 월세 고공 행진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4% 내렸다. 2022년 7월(-0.03%) 이후 19개월 연속 내림세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도 0.1% 내리면서 17개 연속 떨어졌다. 규모별로 전용면적 40㎡ 이하(-0.16%) 오피스텔의 가격 하락 폭이 60~85㎡(-0.07%), 85㎡ 초과(-0.09%) 등 중대형보다 컸다.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소형 오피스텔 매매 수요가 특히 적다는 의미다.

그래픽=양인성

반면,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00.07을 기록하며 2018년 1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8개월 연속 오름세다. 지난달 기준으로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월세는 0.09% 올랐지만, 85㎡ 초과 월세는 보합(0%)이었다. 매매와 정반대로 월세는 소형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A오피스텔 29㎡ 타입이 2020년 12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같은 타입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5만원에 거래됐다. 3년 만에 25% 오른 것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세금 규제와 고금리로 인해 투자 수요는 줄어든 반면,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풀어 오피스텔 공급 늘려야”

작년 12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은 약 125만5000실이다. 이 중 거주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은 79만실로, 아파트 등 주택을 포함한 전체 거주용 부동산(1887만채)의 4.2%를 차지한다. 오피스텔은 주로 도심 역세권에 있는 데다 단독주택이나 빌라보다 깔끔하고 보안이 좋아 청년층 1~2인 가구가 선호한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서울 오피스텔 1500실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오피스텔 거주 가구의 69.1%가 20~30대였고, 1~2인 가구 비율은 92.2%에 달했다.

다만, 청년층은 오피스텔을 아파트로 가기 전 단계의 ‘주거 사다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실수요자보단 은퇴 세대가 투자 목적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개발협회 조사에서 오피스텔 거주 가구의 82.9%가 전·월세였고, 소유주는 60%가 50대 이상이었다.

결국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면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할 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정부가 투기꾼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2020년 8월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집이 있는 사람이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간 월세보다 훨씬 많은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됐다. 2022년 하반기부터 예금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면서 임대인 입장에서 월세의 매력은 더 떨어졌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끊겼다. 2019년 11만실에 달했던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지난해(1~9월) 2800실로 급감했다.

정부도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고자 내년까지 소형 오피스텔을 취득하면 보유 주택 수에서 빼주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신축 오피스텔만 적용돼 수요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오피스텔은 청년층 주거 사다리와 은퇴 세대의 노후 대비에 꼭 필요한 주거 상품인데 온갖 규제와 고금리로 인해 공급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도 이어지는 만큼, 오피스텔 규제를 지난 정부 이전 수준으로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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